인도는 철학의 나라가 아니라 철학을 하게 하는 토양을 갖춘 곳이라고 한다. 정말 인도를 다니다보면 의식하지 않아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잠깐의 웃음을 지을 만큼의 여유도 없이 삶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다음 생에서는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기를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며, 또 화장터에서 죽은 육신이 불에 타면서 고깃덩어리가 되고 결국에 재로 변하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도는 ‘삶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외에도 평소에는 전혀 관심 없던 정치, 경제, 종교 등 사회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게 만든다. 이런 것이 인도를 여행하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신의 존재와 인연이라는 것에 좀 더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 넓은 인도의 땅덩어리 속에서 서로 다른 경로로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을 보며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나 확률이 아닌 이미 신이 정해준 인연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다시 만나고 싶어 약속을 정해도 결국 지나치게 되는 사람이 있나 하면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던 사람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착각이 들만큼 극적으로 내 앞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이 인연일 것이다.
이번 여행을 하는 내내 느꼈던 것이 있다. 신께서 나를 사랑하주시고 돌봐주시고 계신다는 것이다. 인도를 돌아다니면서 자주 나의 인생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의 고난과 시련은 무척이나 가볍고 작은 것이었다. 아마도 나라는 사람이 나약하기 때문에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만 주셨던 게 아닌가 싶다. 그동안 높은 곳만을 바라보며 현재의 모습에 늘 불만을 갖고 살아왔다. 이 현재의 모습에 과거에 내가 되고 싶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발전하기 위해서는 높은 곳을 바라보고 노력해야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신께서 나를 지켜보시고 돌봐주시고 있음을 알고 삶의 여유를 갖고 바르게 살아야겠다고 느낀다. 이 깨달음을 잊지 말고 늘 가슴속에 지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넓은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생각, 다양한 자연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지금의 내가 존재하도록 늘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이 모든 것을 통해 살아가면서 좋을 때나 힘들 때나 한 가지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생겼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