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다시 훈련소에 온 기분이에요.”

빠하르간지에서 부산 사나이 영목이가 내게 한 말이다.
우리는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한바탕 신고식을 치룬 뒤였다. 난 나를 도와주던 할아버지가 릭샤왈라에게 맞는 것을 보고 잔뜩 쫄아 있었고, 부산에서 온 병근이와 영목이는 동전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상태였다. 이처럼 인도에서의 첫날은 훈련소에서의 첫날처럼 군기가 바싹들게 만들었다.

인도를 처음가게 되면 누구든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놀라게 된다. 어떤 사람은 델리 공항에 내리게 되면 이상한 냄새를 느낀다고 한다. 난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밖에 나가자마자 오염된 공기 때문에 숨이 턱 막혔다. 난 이런 것에 굉장히 둔함에도 불구하고 콧물이 계속 나고 목이 붓기 시작했다. 서울의 대기오염은 델리에 비하면 정말 세발의 피다.

또 도로는 무법천지다. 차선은 있지만 차선의 개념은 없고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오토릭샤 심지어 소가 뒤죽박죽 뒤섞여 있다. 신호등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역주행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은 무단횡단을 하고.. 하지만 신기한건 이런 카오스 속에서도 나름의 질서가 있고 사고도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혼잡함속에 배낭여행자의 숙소가 많은 빠하르간지에 도착했는데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은 정말 아수라장이었다. 신촌 골목만한 거리에 싸이클 릭샤, 오토릭샤, 택시가 지나다니고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소와 개까지. 그렇게 복잡한데다가 거리는 각종 쓰레기와 오물 그리고 수많은 똥이 널브러져 있다. 만약 사진을 보고 이곳을 지저분함을 상상한다면 무엇을 생각하던 그 이상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시커먼 인도사람들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것들이 익숙해지고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기까지 한 4일은 걸린 것 같다. 하지만 첫날 난 "왜 인도에 왔을까?" "어떻게 이런 곳에서 40일이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후회 속에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첫날 도착하고 잔뜩 긴장하면서도 카메라를 꺼내 빠하르간지를 찍었다. 아마 나 혼자였다면 난 카메라를 꺼낼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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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1 21:45 2009/12/11 21:45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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