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지도 벌써 거의 한 달이 지난 르누아르 미술전. 하지만 워낙에 좋아하는 화가이고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전시회를 무척이나 보고 싶어 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기고 싶어 글을 남긴다.
아마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상주의 화가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빈센트 반 고흐와 르누아르를 뽑을 것이다. 아마도 그림의 아름다운 색감으로 인해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후기인상주의자인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강렬한 원색을 사용했고 게다가 보색을 사용해 콘트라스트를 극대화했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이 남기마련이다. 하지만 인상주의자인 르누아르 그림의 경우는 파스텔풍의 화사하고 따뜻한 색상, 그리고 몽환적이고 낭만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2007년에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를 2009년에는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를 개최한 것 같기도 하고..
나 역시 르누아르 그림의 그런 면을 좋아한다. 인생의 밝은 면을 몽환적으로 표현해서 그림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갈레트 풍차에서의 춤’을 볼 때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서 집에 걸어두고 매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걸 보면 이번 전시회의 제목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는 그의 작품에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먼저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 기억에 남는 것 몇 가지만 적어보려고 한다.(사진은 전시회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아마 내가 생각하는 르누아르 그림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그림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상주의는 그림을 그린 당시의 순간을 포착하기 때문에 대상의 윤곽선이 흐릿해져서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 또한 색상 역시 흰색이라고 해서 흰색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그려질 순간의 색상을 표현하게 된다. 그림에서 보면 알겠지만 흰색드레스라고 해도 파란색과 한낮의 태양빛을 나타내기 위해 약간은 붉은 노란색이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내가 표현력이 없어서 의미전달이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은데 모네의 <루앙 대성당> 연작을 찾아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습작. 토르소, 빛의 효과
유명한 그림은 아니지만 서양 미술사를 배울 때 교수님께서 인상주의를 설명하실 때 예로 들어주신 작품이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전시회에서 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무튼 그 당시 이 작품 때문에 말이 많았다고 한다. 여인의 살색에 녹색 계통의 색을 사용하는 것은 그 당시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고..
바느질 하는 마리-테레즈 뒤랑-뤼엘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보통의 르누아르 작품과는 다르게 강렬한 원색 사용이 특이했다. 얼굴은 사실적으로 묘사 되었으면서도 머리카락과 옷은 인상주의의 특징대로 배경과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다. 강렬한 색체대비 때문에 쉽게 지루해질 수도 있겠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정말 사진은 실제 그림의 반에 반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
피아노 치는 소녀들
이 그림 역시 이번 전시회에서 인상적이었던 작품. 정말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 보게 된다.
이런 미술 전시회를 가게 되면 화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될 수 있어서 좋다. 보통 미술사를 공부하게 되면 그 미술사조의 특징을 배우고 화가들의 그림에서 그 특징이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 정도만 알게 된다. 물론 전공수준으로 깊이 있게 배우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하지만 이런 전시회를 통해 그 화가의 삶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림에 나타나는 미술사조의 특징뿐만 아니라 화가의 삶까지도 알 수 있게 된다. 르누아르에 대해 알지 못 했을 때는 그의 그림만 보고 부자집 자식으로 태어나 고생은 모르고 삶의 밝은 면만을 보고 자란 사람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르누아르는 사실 물감 살 돈조차 없어 힘든 화가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울한 비관적인 감정을 담아내지 않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보이게 되었다. 이것 때문에 미술관에 가는 것 같다.
다음에는 페르난도 보테로전에 대해서도 적어보려고 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