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내가 우형에게 심심하다고 전화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약속으로 바쁘게 보내야 할 금요일이었지만 약속 하나 없이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다 우형이에게 놀자고 전화를 했다. 전화를 했을 당시에는 우형이가 집에 없어서 약속을 잡을 수 없었지만 문제는 저녁에 엠에센에서 채팅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채팅을 하다 하루 종일 심심해 한 것을 안 우형이가 주말에 친구들과 캠핑을 갈 예정인데 같이 가자고 물어보았다. 물론 심심했던 난 같이 가겠다고 대답을 했고, 그렇게 우리는 캠핑을 가게 되었다.

캠프 사이트에 텐트를 치고 우리는 호수로 카누를 타러 갔다. 사실 카누를 타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물에 빠질 수도 있으니 핸드폰을 놓고 탈까, 아니면 그냥 갖고 탈까. 전에도 카누를 탄 경험이 있고 카누가 뒤집어질 일은 거의 없으니 그냥 갖고 타기로 했다. 이쯤이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들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세 대의 카누에  나누어 타고 놀았는데, 서로 장난을 치며 카누끼리 부딪치다가 내가 탔던 카누가 뒤집어진 것이다. 물속에 빠지는 순간 내 머리 속은 주머니의 핸드폰으로 가득 찼다. 핸드폰을 갖고 탄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하지만 버스는 이미 떠난 후였다. 배가 뒤집어 져서 배 안에 물이 가득 찼기 때문에 우리는 배위로 바로 올라갈 수 없었다. 배위로 올라가면 배가 다시 갈아 앉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구조되기 전까지 그렇게 30분가량 물속에 있었다. 물론 핸드폰도 나와 함께 했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산속에서는 신호가 잡히지 않아 핸드폰을 꺼놓고 있었다. 만약 핸드폰을 켜놓은 채로 물속에 들어갔다면 핸드폰은 바로 망가졌을 것이다. 핸드폰이 마르면 작동을 할 수 있다면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액정까지 물로 가득 찬 핸드폰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틀을 기다렸다.

오늘 아침 핸드폰을 켜 보았다. 전원도 들어오지 않았다. 다 포기를 하고 핸드폰 대리점으로 갔다. 핸드폰은 망가졌지만 안의 심카드라도 살아 있으면 공기계만 구하면 되기 때문에 심카드가 괜찮은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심카드는 물에 졌어도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리점 직원이 내 핸드폰을 켜보았는데 전원이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액정이 완전히 망가져서 흰색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전원이 들어오더라도 액정이 완전히 망가졌으니 어째든 공기계를 사야 하는 것에 있어선 변한 게 없었다. 잠시 액정 없이 핸드폰을 쓸까 진지하게 고민을 했지만 결론은 공기계를 사기로 했다.

다음 카페를 통해서 공기계를 구한다는 글을 올리고 공기계를 판다는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액정이 다시 들어온 것이다. 액정이 나갔어도 걸려오는 전화는 받을 수 있겠거니 하고 핸드폰을 켜놓고 있었는데 한 시간 사이에 액정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아직 액정에서 물방울을 볼 수 있지만 핸드폰을 사용하는데 지장은 없을 정도다. 핸드폰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앞으로 6개월만 더 버텨준다면 바랄게 없다.

이렇게 이틀간의 해프닝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내일 핸드폰 커버라도 사서 끼워줘야겠다.

2007/07/19 14:18 2007/07/19 14:18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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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정훈
    2007/07/22 11:1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나도 액정이 나가서 하나 살까 고민했는데 에어컨 앞에서 말리니 살아나더군.
    • 2007/07/23 03:49
      댓글 주소 수정/삭제
      살아난 건 좋은데 왜 그건지 몰라도 배터리가 완충이 되도 반나절이면 죽어버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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