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에서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가 한상태 사무처장님을 만난 일이다. 박사님께서는 1989년부터 1999년까지 WHO Western Pacific Regional Office의 사무처장으로 역임하셨다.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기구의 장이 되신 분이기도 하다.
운이 좋게 박사님의 강의를 여러 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 보건국장으로 지내셨을 때의 일화, 전두환 대통령과의 일화, 캄보디아 국왕과의 일화 등등 박사님의 수많은 경험담을 들을 때면 정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게 된다. TV나 신문을 통해서나 접할 수 있는 이런 이야기를 박사님께 직접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이런 분들을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박사님의 말씀 속에는 너무나도 배울 것들이 많지만 그 중 리더십에 대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WPRO의 모든 division에서 진행되는 일을 담당자만큼 자세히 알고 회의에서 피드백을 해주셨다고 한다. 퇴임을 하신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WPRO에서 다시 사무처장을 하실 수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 진행되는 일들을 잘 알고 계신다. 얼마나 노력을 많이 하셨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모든 직원들의 생일카드를 손수 써주실 정도로 조직에 대한 애정도 있으셨다.
박사님의 말씀 중에는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 후진국 사람들은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이정도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대충 마무리하고 끝내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일을 완벽하게 끝낼 수 있는데 그 약간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이런 것을 보고 박사님께서 만드신 용어가 “maybe okay mentality"라고 하신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늘 신경 쓰고 고치도록 노력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박사님께서 걸어오신 길을 보면 일반사람들은 평생 하나도 이루기 어려운 업적들을 이루셨기 때문에 박사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나와는 다른 차원을 분이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박사님을 만나고 더 높은 이상을 꿈꿀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박사님을 만나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박사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