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려서부터 매미를 좋아해서 방학이면 늘 잠자리채를 들고 나가 매미를 채집하곤 했다. 7월 중순쯤 되면 탈피직전의 애벌레를 잡아와 창문 방충망에 붙여 놓고 탈피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좋아했다. 그때는 탈피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신기하게 생각했다. 지저분한 껍데기 속에 전혀 다른 모습의 무엇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송충이가 탈피를 하면 아름다운 나비가 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는 하다. 아무튼 그런 모습을 관찰하면서 나도 파브르 곤충기 같은 책을 쓰겠다고 사진을 찍고 다녔지만 카메라를 알지 못해 제대로 나온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사진을 지금처럼 만이라도 찍을 수 있었으면 아마 웬만한 곤충도감보다도 자세하게 썼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때 사진을 못 찍어 온갖 혐오사진이 남아 있지 않은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랬다면 매미, 잠자리, 나비 같은 곤충이 탈피하는 사진은 물론 심지어 뱀이 허물 벗는 장면까지 사진에 담겨있을 것이다.(나는 뱀도 좋아한다. ㅡㅡa)
요즘 시간이 남아돌게 되면서 어렸을 때 찍어 보고 싶었던 매미사진을 찍어 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년에 다 찍지 못했던 매미의 탈피과정을 시간단위로 찍어볼까도 했지만 아쉽게도 시기가 지나서 애벌레를 잡을 수 없었다. 그 대신 다양한 종류를 매미를 찍기로 하고 하루 날을 잡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매미를 찍었다.
우리나라의 매미 중 덩치가 가장 크다.
한 여름에 지~하고 울며 시끄럽게 하는 녀석이다.
예전에도 개체수가 많았지만 요즘은 더 늘어난 것 같다.
아무튼 여름에 흔히 볼 수 있는 매미다.
참매미
크기는 매미 중에서 중간 정도(4cm정도)이고 군복색이다.
우리가 흔히 매미소리로 알고 있는 울음소리를 낸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개체수가 적어 이 매미를 보면 행운이라 했는데
요즘은 개체수가 무척이나 늘어나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너무 많아진 것 같다.
애매미
예전에는 말매미와 같이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경쟁에서 밀렸는지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크기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매미 중 가장 작다.(2.5cm정도)
울음소리는 매우 요란한데 울음 한주기가 끝나면 다른 나무로 이동한다.
유지매미
예전에도 흔하지 않았고 요즘도 흔하진 않은 것 같다.
날개에 색이 있어 다른 매미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나는 모습을 보면 흡사 나비 같기도 하다.
크기는 큰 편으로 말매미 보다 조금 작은 정도이다.
유지매미도 애매미처럼 울음 주기가 끝나면 다른 나무로 이동한다.
예전에 볼 수 있었던 매미였는데 요즘은 보기 힘든 매미로는 쓰름매미, 털매미, 늦털매미가 있다. 근래 몇 년 동안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봐서 이제 동네에서는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밖에도 깽깽매이, 좀깽깽매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풀매미가 있는데 아직까지 직접 보지는 못했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무슨 오타쿠 같다는 생각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