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행을 계획할 때는 몰랐지만 카이로는 밸리 댄스와 수피 댄스가 유명하다고 한다. 낮에는 시내를 돌아다니다 저녁에 이런 공연을 보면서 여유를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공연장을 알아보게 되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나일강 주변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이 가장 찾기 쉬운 공연장이다. 그래서 몇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분위기도 우아하고 이집트답지 않게 고급스럽긴 하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여행 시작부터 지르는 건 아니다 싶어서 패스~ 쉐라톤이나 하얏트 호텔에서도 공연을 했지만 여기도 가격이 문제였다. 시내에 나이트클럽에서도 구경할 수 있다고 하나 위치도 잘 모르고 심야시간에 시작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공연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공연을 못 보겠거니 생각했다. 적어도 카이로를 떠나기 전날까지는.. 떠나기 전날 아침이었다. 한 여행객을 우연히 만나서 얘기하던 중 한 하릴리에서 수피 댄스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다만 공연을 매일 하지는 않는데 언제 하는지 모르고, 장소도 시장의 육교 근처였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 허탕을 쳐도 잃을 게 없었던 난 저녁에 무작정 한 하릴리를 가게 된다. 현지인들은 공연장을 알거라 생각해서 육교 근처의 상점에 들어가서 물어봤다. 운이 좋게 한 번에 시장 골목에 있는 공연장을 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줄서있는 사람들로 봐서 오늘이 공연하는 날이라는 것도 직감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어떤 것을 하기위해 열심히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고, 이렇게 뜻하지 않은 곳으로부터 도움을 얻어 일이 진행되기도 한다. 난 이것이 나의 운명이라 믿는다. 수피 댄스도 이번 여행에서 볼 운명이었던 것이다.

혹시나 나중에 이곳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을 위해 한 하릴리에 있는 이 공연장의 정보를 적어본다. 공연장의 이름은 Wekalet El-Ghouri Arts Center로 매주 월, 수, 토요일에 공연이 있다. 6시 30분부터 공연장 앞에서 무료티켓을 좌석 수만큼 배부한다. 선착순이니 어느 정도 일찍 가서 기다려야한다. 그리고 공연은 8시 30분부터 시작한다.

공연장은 기대이상으로 상당히 훌륭했다. 공연은 우리나라 풍물패와 비슷하게 각종 전통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같이 연주를 하고 나중에는 혼자 나와 개인의 기량을 뽐낸다. 특히나 손에 징 같은 것을 달고 연주하는 익살스러운 표정의 할아버지 공연이 인상적이었다. 이 공연은 수피 댄스 본 공연 전에 관객들에게 흥미를 더하기 위한 공연이었지만 나에게는 이것이 본 공연보다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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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되고..

본 공연인 수피 댄스는 기대를 많이 했지만 정작 보니 무척이나 지루했다. 수피 댄스는 알록달록 화려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음악에 맞춰 끝없이 같은 자리를 도는 춤이다. 가끔 입고 있던 치마처럼 생긴 둥근 천을 벗어 같이 돌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자리에서 계속 돌기만 한다. 처음에는 어지러울 텐데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돌 수 있을까 신기하지만 나중에는 지루해서 언제 끝나나 기다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수피 댄스를 감상할 줄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떤 춤인지 한 번 본 것으로 나에게는 충분했다. 수피 댄스가 이집트 전통 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랍문화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춤이다. 옆에서 같이 본 친구는 두바이에서도 같은 공연을 봤다고 한다. 그러니 시작하면서부터 지겨워할 수밖에.. 나중에 수피 댄스를 볼 기회가 있으면 한 번은 경험 삼아 보기를 추천하지만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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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수피 댄스.
입고 있던 화려한 천을 벗어 돌리는 모습.
이 사진에 현혹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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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한 40여분을 같은 자리에서 계속 돌았다.
춤을 추는 사람도 지치고, 나도 지쳤다.


 

2011/07/28 20:24 2011/07/28 20:24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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