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여행을 하다보면 ‘중동의 사대천왕’이라는 우스운 말을 듣게 된다. 중동의 사대천왕이 뭐냐면 배낭여행객들에게 유명한 이집트 룩소르의 ‘만도’, 요르단 와디럼의 ‘지단’, 시리아 하마의 ‘압둘라’, 그리고 터기 페티예의 ‘헥토르’를 말한다. 그들은 한국인들을 상대로 각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상품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장사꾼들이다.

나도 그렇긴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것만 하는 특징이 있다. 음식점을 가더라도 맛집을 찾아보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가게로 가고, 물건을 사더라도 사람들이 추천하는 가게로 가고.. 이건 배낭여행객들에게도 해당된다. 배낭여행 카페 같은데 가보면 어느 도시에 가면 이것은 꼭 먹어봐야한다, 이건 꼭 해봐야한다는 글이 많다. 그 중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게 되면 그건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 돼버린다. 모든 사람들의 여행이 획일화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멀리 여행을 갈 기회가 흔치 않은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검증된 것을 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지금 룩소르 여행기를 쓰고 있으니 룩소르로 예를 들어본다. 룩소르에 가면 대부분 사람들이 서안투어를 하게 된다.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많은 여행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중에는 가격대비 훌륭한 상품도 있고,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가운데서 선택을 해야 할 때, 사람들은 먼저 여행했던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면서 한국배낭여행객들은 한쪽으로 몰리게 되고 나중에는 한 사람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돼버린다. 그런 사람이 바로 룩소르의 ‘만도’다. 배낭여행자라면 룩소르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면서 또는 버스에서 내리면서 만도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열차나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이 되면 미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말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능숙한 한국어실력을 갖고 있고 한국인이 어떤 성격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중동의 사대천왕을 통해 여행상품을 신청하게 되면 최소한 형편없는 프로그램에 터무니없는 바가지는 쓰지 않는다. 한국여행객들이 입소문에 민감하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투어가 형편없다는 소문이 나서 다른 사람에게 가는 일이 없도록 어느 정도 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보니 투어에서 따로 여행 온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외국까지 가서 한국인을 찾아야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투어에 같은 나라사람이 어느 정도 있으면 여러모로 좋기 때문에 분명히 장점이 된다. 추가로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도 있으니.. 분명 이들을 통해 여행을 하게 되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이런 여행의 단점은 모든 사람들의 여행이 획일화된다는 것이다. 그저 남들이 한 여행을 나도 똑같이 하고 오는 거니까. 사실 귀찮을 뿐이지 스스로 발품 팔아 알아보면 얼마든지 더 괜찮은 곳을 찾을 수 있다. 나 역시 와디럼 사막에 가기 전부터 지단에(모든 사막투어는 지단을 통한다는 말이 있다.) 대해 들어 알고 있었지만 도착해서 다른 사막투어를 찾아 흥정했고 결과적으로 더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러운 여행을 했다. 그러니까 확실한 자기 주관이 중요하다. 끌리면 가고 아니면 말면 된다.

모든 걸 떠나서 중동의 사대천왕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여행을 즐겁게 한다. 뭐 그런 말이 있나 웃기기도 하고 또 굳이 찾지 않아도 먼저 그들이 찾아오지만 그들을 볼 때 왠지 유명 인사를 보는 것 같으니까.

2011/08/14 14:50 2011/08/14 14:50
Posted by 승호

트랙백 보낼 주소 : http://nefinita.com/trackback/459

댓글을 달아주세요

  1. 김정훈
    2011/08/17 09:2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그러게 웃기네 ㅋ
    근데 난 일부러 한국 사람들 피해서 다니는 성격이라서 중동가면 사대천왕만 피해다니게되겠네 ㅎㅎㅎㅎ
    • 승호
      2011/08/17 11:34
      댓글 주소 수정/삭제
      넌 여행을 혼자 안하니까 그렇구나. ㅋㅋ
      암튼 피해 다닌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만나게 될 거야.
      그 사람들 투어를 하고 안하고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지만..ㅎ

<< PREV : [1] : ... [77] : [78] : [79] : [80] : [81] : [82] : [83] : [84] : [85] : ... [524] : NEXT >>

BLOG main image
by 승호

공지사항

카테고리

전체 (524)
끄적끄적 (111)
훈민정음 (43)
찰칵 (111)
여행기 (131)
맛집 (13)
감상 (13)
웃어요 (29)
이것저것 (14)
SFU (43)
WHO (16)

최근에 달린 댓글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 1458004
Today : 2819 Yesterday : 2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