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스케줄 발표가 있던 날. 미리 추첨한 번호로 내 첫 근무지는 파견이라는 것, 그 중 제주도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인턴 스케줄은 2시 30분쯤 발표되었고 7시가 채 되지 않아 제주 한라병원 수술방에 들어와 있었다. 이렇게 제주 한라병원에서의 6주가 시작되었다. 제주 한라병원에서도 내가 속한 과는 NS다. 뇌수술이나 척추수술에 많이 들어갈 줄 알았는데 막상 나는 타과로 협진 보내거나 환자 드레싱 같은 병동 일을 주로 하게 되었다. 처음 일을 시작하니 모든 것이 서툴고 오래 걸렸다. 팔과 다리 다른 두 곳에서 채혈해야 하는 blood culture나 stupor한 환자를 drowsy하게 만든다는 ABGA를 할 때면 폭우가 내릴 때의 차 앞 유리처럼 안경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났다. 머리로는 긴장하지 말아야지 하지면서도 몸은 혼자 알아서 반응했다. 가끔 혈관이 없는 환자의 피를 뽑을 때면 30분이 넘게 걸려 간호사가 무슨 일이 있나 찾으러 오기도 하고.. 물론 Blood culture나 ABGA 외에 다른 술기도 마찬가지로 서툴렀다. 첫 텀을 신촌 세브란스가 아닌 파견 병원에서 시작하게 돼서 살짝 아쉬운 마음도 있었는데 지금 나에게는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서툴고 미숙해서 배워야 할 시기에 주위에 나를 격려해주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많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스트레스가 없는 것도 문제일 수 있지만 지금은 이렇게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