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뿌르는 북인도의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불릴 만큼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지만 나에게는 특별히 관심이 가는 도시는 아니었다. 단지 우다이뿌르에서 아그라를 가는 길에 며칠 들렀을 뿐이다. 유명한 시티 팰리스나 잔타르 만타르는 그동안 인도를 여행하면서 보던 건축물과 크게 다르지 않아 흥미를 끌지 못했다. 게다가 역사적 배경도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지도 못했고.. 하지만 핑크 시티를 대표하는 볼거리 하와 마할을 보는 순간 ‘와!’ 하는 감탄사와 함께 자이뿌르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와 마할 자체로도 사람을 압도하지만 그 주변의 시장분위기도 이곳의 매력을 한층 높여주고 있었다. (인도의 시장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바깥출입이 제한된 왕가의 여인들은
저 창가를 통해 시가지를 바라보았다고 한다.
하와 마할 앞의 재래시장
나에게는 이러한 복잡함이 마음에 든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인도의 이미지다.
실제로 가면 정말 지저분한데 확실히 사진빨이 잘 받는 나라다.
장식용 칼을 만들던 아저씨
자이뿌르는 전통적으로 보석이 유명한 도시다.
볼 줄 안다면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금, 은 장신구를 구입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관광객이라면 알 수 없는 쇠붙이를 비싼 가격에 살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대부분 사기 당할 것이라는 말이다.
핑크 시티 자이뿌르
보통 여행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곳은 그랜드 캐년 같이 숨 막히는 웅장함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곳, 스위스 같이 엽서에 나오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거나 특별한 볼거리는 없어도 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곳, 여행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이 있는 곳 등이다. 앞의 두 곳의 경우는 여행초기에는 많이 느끼게 되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일반적인 볼거리들이 비슷하게 느껴져 점점 이런 곳을 찾기가 힘들어진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들 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겨야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의 두 곳은 유명한 볼거리와는 상관없이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테나의 제우스 신전이 단지 몇 개의 거대한 기둥이 세워진 곳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몇 시간을 바라만 보아도 좋은 그런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이런 곳들이 있기 때문에 여행을 계속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