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황금빛 비밀

 | 감상
2009/08/2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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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예술의 전당에서 구스타프 클림트 전시회가 있었다. 전시회를 다녀와서 감상평을 쓰고 싶었지만 시험을 핑계로 미루다가 이제야 쓰게 됐다.

구스타프 클림트라는 화가에 대해서는 <독일문화와 예술>이라는 교양과목을 들으면서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클림트는 과거의 인습이나 아카데미즘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미술활동을 추구한 비인 분리파를 주도한 사람으로 정교한 장식성과 짙은 에로티시즘이 특징이다. 특히 그의 그림에는 황금색이 자주 사용되었는데 늘 사진이 아닌 실제의 색감을 보고 싶었다.

이번 전시회에 대한 감상평을 보면 유명한 그림은 몇 점 없고 가격이 비싸다는 혹평이 많았다. 매스컴에서도 세계최대 규모니, 21세기 마지막 전시회니 하며 과장광고를 한 것도 이런 혹평에 기여를 했다고 본다. 하지만 난 유디트를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전시회를 갈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기억에 남는 그림이 두 개가 있는데 첫 번째는 마리 브로이니크의 초상이다. 클림트의 초기 작품 같은데 마치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정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만져질 것 같은 피부며 불면 흔들릴 것 같은 검은 치마 주름이며.. 사진으로는 이 그림이 주는 인상을 절대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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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브로이니크의 초상(Portrait of Marie Breunig)

기억에 남는 두 번째 작품은 유디트였다. 클림트 작품하면 키스가 가장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에로틱한 표정을 풍기는 묘한 표정, 장식적인 패턴, 그리고 황금색 장식이 인상적인 유디트가 클림트 작품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이 그림 하나만으로도 이 전시회에 올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그림인 만큼 한참을 바라보았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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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트(Judith 1)
색감은 이 사진 보다는 포스터의 사진이 더 비슷한 것 같다.

클림트의 그림은 장식적인 패턴과 황금색이 인상적이지만 개인적으로 화사한고 예쁜 르느와르 스타일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는 달랐다. 황금색을 사용해서 밝고 화려할 것 같지만 그림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칙칙한 느낌이 든다. 그의 그림에서 사람의 피부톤을 보면 푸른색이 많이 들어가서 창백하고 죽은 사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의 풍경화 또한 어둡고 칙칙하다. 그림의 풍경이 되는 짤츠부르크는 강한 햇살로 인해 원색적인 색채대비가 뚜렷해서 동화적인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림은 그런 느낌과는 많이 달랐다. 그의 풍경화 스타일이 그런 것인지 조명이 문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그림은 사진이 오히려 더 괜찮아 보인다. 비록 내 취향과는 다른 그림이지만 클림트의 그림은 그 나름대로의 묘한 매력을 갖고 있어서 일부러 찾아다니며 감상할만한 가치가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된다.

클림트전 홈페이지에 있던 주요 작품설명

1. 유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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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다섯 번째 분리파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 작품의 본래 타이틀은‘유디트와 홀로페론(Judith and Holofernes)’이었다. 반신상의 유디트. 유디트가 팜므파탈의 형상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사실 19세기가 반이나 지난 1840년 프리드리히 에벨(Friedrich Hebbel)의 연극에서였다. 연극 유디트에서 그녀는 자신의 미모와 지혜를 이용하여 자신감에 가득 차있는 앗시리아 장군을 굴복시키는 미망인으로 그려졌다. 이처럼 유디트는 자신의 몸을 이용해 홀로페론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참수시킴으로써 자신의 복수를 이루는 팜므파탈의 대표적인 여인상이 되었다.

작품을 보면, 유디트의 손은 오른쪽 하단 코너에 그려진 처참히 잘려버린 홀로페론의 머리에 살며시 놓아져 있다. 클림트의 손에서 그녀는 아름답고, 에로틱하며 위험하리만치 매혹적인 팜므파탈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밑을 바라보며 졸린 듯 살짝 감긴 눈과 약간 벌어진 입술은 그녀를 감싸고 있는 에로틱한 향기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 분홍빛과 연푸른빛의 작고 짧은 붓질은 유동성 있고 희미한 듯 반짝거리는 유디트를 표현한다. 불투명한 스톨에 반쯤 가려진 오른쪽 가슴과 관객을 유혹하는 듯이 반쯤 감긴 눈빛, 참수당한 홀로페론 머리 위에 얹은 손 등 중앙에서부터 90% 이상의 화면을 차지하며 강하게 뿜어내는 황금빛 유디트의 형상은 단연 작품의 주인공이다. 액자 일부에 잘려나가고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있는 홀로페론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는 남녀를 한 화면에 배치하면서 여성의 내면에 잠재된 치명적 파워를 드러내고자 했던 라파엘전파와 같은 일련의 작가들에게서 자주 나타난 전도된 남녀 비율로 이해될 수 있다.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던 라파엘 전파들은 내용적으로는 중세주의(Medievalism)를 따르고 형식적으로 팜므파탈의 전형을 세웠다. 하지만 클림트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갑옷을 갖춘 유디트를 표현함으로써 보다 강한 남성성을 담은 팜므파탈의 또 다른 프로타입을 제시하고 있다.

* 팜므파탈 Femme Fatal | 문학에서 팜므파탈은 남성으로 하여금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하여 그를 궁극적으로 파멸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정력적이고 감정이 요동치는 여인으로 기술되고 있다. 이는 19세기말 일련의 작가들에게 팜므파탈의 시각적 전형을 세우는데 매우 중요한 원전이 된다. 특히 19세기 중세주의의 유행과 세기말의 기괴한 사회적 분위기 등의 영향을 받으며 결정된 라파엘전파의 작가들은 긴 머리카락, 반쯤 감긴 눈과 뒤로 젖힌 긴 목과 창백한 얼굴 등 팜므파탈의 시각적 프로타입을 완성시킨다.


2. 아담과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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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프파탈의 역사는 문학에서 먼저 시작된다. 그 첫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성경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주인공은 바로 성경의 이브다. 뱀의 혀가 속삭이는 달콤한 말에 속아 아담으로 하여금 선악과를 먹게 하고 결국 에덴동산으로부터 추방당하게 한 이브의 유혹은 역사적으로 최초의 팜므파탈적 행위다. 이브는 살로메, 유디트와 함께 문학과 미술사에서 팜므파탈 주제의 인기 높은 주인공이다. 클림트는 팜므파탈의 마지막 주인공으로서 이브를 선택한다. 사실 이브는 최초의 팜므파탈 여성상이라고는 하지만 대다수의 시각 작품에서 보면 아담과 함께 죄인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클림트의 작품‘아담과 이브’에서 이브는 매우 당당하고 표정에서는 사뭇 뻔뻔하기까지 하다.

클림트의 이브는 관객이 있는 정면을 향해 작은 미소를 띠고 마치 세상의 모든 빛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듯 여신의 형상으로 서있다. 그 뒤의 아담은 이브와 똑 같은 포즈로 눈을 감고 마치 이브의 그림자처럼 묵묵히 서있다. 유디트와 다르게 이 작품에서의 이브는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옆으로 젖힌 긴 목 등 팜므파탈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는 있다. 하지만 두 눈을 다 감아버린 아담과는 대조적으로 빤히 정면을 응시하며 동그랗게 뜨고 있는 이브의 눈은 팜므파탈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다. 이는 관객을 향해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이브와 유구무언인 아담의 화면배치와 함께 팜므파탈에 대한 클림트식 표현과 구도라 할 수 있다. 이브에 대한 클림트식 팜므파탈의 해석은 이브를 감싸고 있는 오브제들의 표현에서도 나타난다. 본능에 충실한 에로스의 상징인 호피무늬와 이브의 발밑에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다산의 상징 아네모네를 통해서, 이브가 비단 남성 만이 아닌 인류타락의 근원이 될 만큼 파괴적 힘을 내재한 존재로서 정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당한 눈빛을 반짝이는 이브는 죄인의 모습이 아니라 대중을 향해 신탁을 할 것 만 같은 여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클림트의 이브는 보티첼리의‘비너스의 탄생’속 여신보다는 훨씬 강하면서도 발그레 달아오른 두 볼, 빨간 입술, 완벽한 콘트라포스트 까지 여성의 양면성을 모두 담고 있다. 지금도 클림트의 이브는 한없이 무기력한 아담을 등 뒤에 잡아 둔 채 관객을 향해 매혹적인 미소를 보내며 서있다.











3.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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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사망 일 년 전에 탄생한 이 작품은 일련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특징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잡아 두고 있다. 작지 않은 크기의 캔버스,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화려한 색채 덩어리들, 그 색채 덩어리 속에서 작고 예쁜 손을 뻗으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갓난 아기까지... 화면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강력한 색채와 뜻밖의 주제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 앞에 한참을 서있게 한다. 1917년 8월 11일에 에밀레 플로제에게 쓴 편지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1917년 9월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위해 준비되었다. 항상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물감 위의 덧칠을 반복하며 여인들을 화폭에 담아내던 일반적인 작업과는 달리, 이 작품의 작업기간은 3, 4일에 불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미완성이라는 혐의가 짙으며, 일부 서적에서는 미완성작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신부’, ‘아담과 이브’처럼 그의 작품 중에서 물감 뒤로 캔버스가 비치거나 캔버스의 일부가 비어 있을시 보통 미완성작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물감이 옅게 칠해져 있거나 캔버스 중간 중간 칠해져 있지 않은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클림트 스스로가 완성작이라고 말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갓난아기는 클림트가 종종 다루는 주제이다. ‘Philosophy’, ‘Medicine’,‘The Three Ages of Woman’, ‘Death and Life’,‘The Bride’ 등에 그려진 갓난아기는 인생 순환의 한 고리로서 잠들어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반면에 이 작품의 아기는 매우 밝고 명랑하다. 가벼운 푸른빛이 대조적으로 많이 들어간 화려하고 밝은 패턴의 옷가지가 쌓여있고 그 위에서 작은 손을 꼼지락 거리며 발그레한 분홍빛 볼을 띄고 우리를 내려다 보는 갓난아기는 순수 그 자체다. 여자를 상징하는 심벌도, 죽음 앞에 한낱 연약한 존재도 인생의 심오함을 표현하고 있지도 않은 그저 순진하고 맑고 깨끗하며 즐겁기 만한 삶의 향기를 잔뜩 머금은 사랑스런 아기로 그려져 있다.


4. 아터제 호수의 릿츨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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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를 웬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클림트와 풍경화를 함께 떠오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클림트의 작품 중 25%가 풍경화라는 사실. 클림트의 풍경화에서 우리는 그의 천재적인 색채감과 세심한 붓 터치, 그만의 독특한 공간 해석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클림트의 풍경화는 특별하다. 그는 그 시대에 흔히 사용되던 오페라 망원경의 성질을 이용하여 2차원적이고 평면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였다. 자연과 주변 공간의 완벽한 조화, 두터운 물감 사용, 밝고 가벼운 다양한 색채에 점묘법까지 접목 된 클림트의 풍경화에는 표면적 긴장감이 팽팽히 흐른다.

아터제 호숫가에 위치한 릿츨베르크는 클림트가 종종 휴식을 취하러 가던 곳이었다.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었던 릿츨베르크에서 그는 양조장을 운영하던 폴 올링거의 집에서 머물며 그림을 그리고 수영을 즐겼다고 한다. 릿츨베르크에서 그린 작품들의 대다수가 올링거의 양조장에서 보이는 풍경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그가 그의 조카 줄리어스 짐펠에게 보낸 사진엽서에 근거하여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 하단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터제 호수와 집들 그리고 그 뒤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나무 경사지와 코너에 보이는 하늘은 릿츨베르크 사진엽서와 매우 흡사하다.




이번에 전시되지는 않았지만 유명한 클림트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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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8 23:32 2009/08/28 23:32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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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정훈
    2009/09/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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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 난 빈에서 직접 봤다능.
    • 승호
      2009/09/11 22:11
      댓글 주소 수정/삭제
      난 벨베데레 궁전을 갈까 하다가 대신 쇤브룬을 갔었는데..
      언제 또 기회가 있겠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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