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에 보통 6과목을 듣는 연대와는 달리 한 학기에 3~4과목을 듣는 게 일반적인 SFU에서 1년간 수업을 듣다보니 학점이 부족하게 됐고, 상황이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번 겨울 계절학기를 들어야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원래는 연대에서 계절을 들으려고 생각했지만 듣고 싶은 과목이 하나도 개설되지 않고 그나마 비슷한 과목은 원주에서 개설이 되는 바람에 국내교환대학에서의 계절학기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겨울 듣고 싶었던 과목은 통계학과 서양미술사였는데 이 두 과목 모두 이화여대에서 개설이 되어 계절학기를 이대로 등록하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어제 오후에 귀국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첫 수업을 빠지게 되었고 오늘 이대에서의 첫 수업을 듣게 되었다. 사실 캐나다에서 이대로 계절을 신청할 때만 해도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이 여기서만 개설이 돼서 듣는 건데 여대라는 게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한국에 돌아와서 이대로 수업을 들으러 가려고 하니 과연 내가 두 달을 버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근데 미국에 있는 동안, 군대에 있는 동안, 캐나다에 있는 동안 얼굴이 많이 두꺼워지긴 두꺼워 진 것 같다. 이대 교문을 통과할 때 살짝 창피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때 잠깐이고 그 뒤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보통 남자가 혼자서 여자들 사이에 있게 되면 못 견딘다고들 하는데 50명 정도 되는 수강생 중 남자는 나 혼자지만 그것도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오늘 하루 밖에 수업을 듣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두 달간의 계절학기는 별 탈 없이 잘 넘어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오늘 한 가지 충격을 받은 게 있는데 그것은 수업을 가르치는 강사 선생님이 대충 내 나이와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내 동기 중 중간에 쉬지 않고 계속 공부한 친구는 벌써 박사과정 2~3년차니 이런 상황이 말도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일어나니 충격이었다. 하긴 이제 대부분의 여자 조교들은 나보다 나이가 어릴 테니.. 내가 늙긴 정말 늙었구나 하는 기분이 든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빨리 졸업을 해야지.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