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과 12일 학교에서 노벨상 수상자 8명을 초청하여 기초과학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연세노벨포럼’을 개최하였다. 개강하는 날부터 정문에 플랜카드를 붙여 놓고 학교 이곳저곳에서 홍보를 했지만 정작 난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포럼에 참석하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하지만 지난 주였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노벨포럼에 가게 하기 위해 그러신 건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이번에 노벨상 수상자들을 초청하는 비용이 우리의 등록금이라고 하시는 거다. 그 말씀이 이 복학생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내 등록금으로 개최된 행사인데 참석하지 않으면 아까운 등록금만 버린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연세노벨포럼’은 월요일부터 시작을 했지만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는 화요일에 있었다. 세브란스에서 열린 노벨 의학상 수상자의 강의도 가고 싶었지만 아침에 수업도 있고 해서 과학관에서 열리는 강의에나 들어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실험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 200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고시바 마사토시 교수의 강의를 잠깐 들을 수 있었다. 물리학이야 나의 관심 밖의 분야이기 때문에 그다지 강의에 흥미도 없었고, 노벨상 수상자라는 경력이 없었다면 그저 평범한 할아버지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강의를 잠시 듣다 나와 돌아가려는데 우연히 지금 이 시간에 200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치카노베르 교수의 학생과의 만남의 행사가 진행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행사가 15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경청하기 시작했다. 아론 치카노베르 교수는 노벨상을 받게 된 것에 대해 자신 보다 뛰어난 과학자들이 많지만 자신의 발견이 이 시대가 좀 더 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과 노벨상은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것이지 노벨상을 쫒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벨상을 쫒는 한국의 실태에 대해 황우석 교수의 예를 들면서 충고했다. 또한 자신의 인생의 목표는 좋아하는 것을 프로페셔널하게 하며 사회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가 한 말은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말이지만 나에게는 마치 인생의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처럼 무척이나 가슴에 와닿다. 비록 15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값진 시간이었고 그의 강의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게 되었다.
13시 30분, 드디어 아론 치카노베르 교수의 강의가 과111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protein의 일반적 properties에 대해 설명했다. amino acid들의 polypeptide bond에 의해 protein이 생성되며 우리 몸의 protein은 매일 5~10% 없어지고 생성되는데 그럼 1달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molecule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의 온도가 1°C만 올라가도 아픔을 느끼게 되고 2°C가 올라가게 되면 회사에 결근을 하게 되고 4°C가 올라가면 죽은 것과 다름이었다. 그 이유는 protein이 denature되면 다시 돌려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일반적인 protein의 특성을 설명하고 자신의 연구논문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여기서부터는 내 영어실력이 짧을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내용이라서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이해한 대략적인 내용은 아론 치카노베르 교수는 Ubquitin이라는 분자가 protein에 붙게 되면 이것이 marker로 작용해 proteasome가 그 protein을 분해한다는 것이다. 이 기작을 이용해서 약을 만들게 되었고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물론 틀린 내용도 있겠지만 내가 이해한 내용이 대략은 맞을 것 같다.
만약 학기 초의 생각처럼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많이 후회했을 것이다. 굴러오는 기회를 차버린 것과 같으니.. 노벨상 수상자이기 때문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기는 했지만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