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에든버러에 갔던 사람이라면 분명 이 할아버지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버스나 기차가 도착하는 시간에 차를 몰고 나와 자신의 집에서 묵고 가라고 호객행위를 하시는 분이다. 나 역시 에든버러에 도착해 버스터미널에서 나오면서 이 할아버지를 만났다. 다짜고짜 예약한 숙소가 있느냐고 물으시더니 없으면 자기 집에서 가자고 하신다. 하루 숙박비는 13파운드에 아침은 ‘공짜’라는(할아버지는 한국어 몇 마디를 하시는데, 한국 사람들이 ‘공짜’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배웠다고 한다.) 말에 솔깃하긴 했으나 갑작스럽게 끌고 가려고 하니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아 숙소를 찾는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약한 숙소가 있다고 하고 발길을 돌렸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사먹고 나오는 길에 다시 이 할아버지를 만났다. 이번에는 방명록을 보여 주시며 읽어 보라고 하셨다. 방명록에는 세계 각지의 여행객들이 남긴 글이 있었다. 물론 한국인 관광객들이 남긴 글도 있었다. 방명록을 읽어보니 최소한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어차피 정해진 숙소도 없는 처지라 할아버지를 따라가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재미있고 마음씨 좋은 분 같았다. 운전하시다 걷고 있는 여행객을 보면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본 후 태워주려고 하신다. 이 사람이 할아버지 집에서 숙박을 하든 말든 간에 말이다. 그리고 숙소로 데려가기 전에 에든버러 시내를 차로 한 바퀴 돌며 관광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시는데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할아버지 집은 에든버러 구시가에서 걸어서 2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위치적으로는 안 좋을 수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자주 시내로 나가시기 때문에 같이 차를 얻어 타고 나가면 된다. 또 아침 일찍 버스나 기차를 타야 하는 상황이 되면 미리 얘기만 하면 시간 맞춰 역까지 차로 데려다 주시니 위치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할아버지 집에 머무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스코틀랜드의 일반적인 가정집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적으로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서 방에 침대만 여러 개 놓여있는 점만 다를 뿐 나머지는 일반 가정집과 다를 게 없다. 화장실이 한 개여서 아침 사람들이 몰릴 시간이 되면 불편하긴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가정집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난 이런 분위기를 중요시 생각한다.)

혹시나 나중에 에든버러에 가서 숙소를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면 할아버지 집에서 하루 묵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듯하다. 이 할아버지 덕에 이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런 경험 때문에 나중에 헝가리에서도 노란 아주머니의 집에서 머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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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don 할아버지 집에서의 아침식사
2009/04/27 00:27 2009/04/27 00:27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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