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역 후 첫 예비군훈련을 받았다. 올해가 예비군 2년차지만 작년 캐나다로의 교환학생을 간 덕에 첫 해를 그냥 넘어갔기 때문에 이번이 나에게는 첫 예비군훈련이었다. 이번 예비군 훈련의 첫 단추부터 꼬였던 것이 훈련에 가기위해 군복을 찾아봤더니 벨트도 없고 모자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남들은 잘 잃어버리는 고무링만 네 개나 있었다. (예전 소방학교에 있을 때 소방서 가면 선임들이 고무링 많이 찾는다는 매점 아줌마 꼬임에 넘어가 고무링만 8개정도 샀던 것 같다.ㅡ.ㅡ) 어쩔 수 없이 벨트와 모자를 응주에게 빌려서 훈련소로 갔다.

훈련소에 들어가기 위해 복장을 갖춰야 하는데 훈련복을 4년 전에 겨우 한 달밖에 입질 않아서 고무링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도통기억이 나질 않았다. 고무링을 무작정 바지 위에 감고 바지를 걷어 올렸다. 모양새가 딱 일하는 농부바지다. 옆에서 보고 있던 친구가 정말 어이없어 하면서 한심한 듯 바지를 만져주었다. 그게 오늘 어리버리의 시작이었다.

두 번째는 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데 얼핏 보니 조교가 돈을 세고 있었다. 난 옆에 친구에서 ‘우리 돈 얼마씩 내는 거야?’하고 진지하게 물어봤다. 그러자 친구가 ‘장난해? 우리가 무슨 수련회 왔냐? 저거 교통비하고 밥값 주는 거야.’라는 것이다. 생각 좀 하고 살아야지. 나이가 스물일곱 개나 되는데 이렇게 개념이 없어서야. 그리고는 6,000원을 좋아라하고 받았다.

세 번째는 사격에서였다. 훈련소에 있을 때는 나름 사격을 잘하는 편이었는데, 오랜만에 총을 잡으니 사격할 때의 자세와 어떻게 조준하는지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지금가지 한 게 있으니 쪽팔려서 물어보지 않고 사격장에 들어갔다. 무작정 엎어져서 총을 쐈는데 얼굴이 꽤나 아플 정도로 반동이 심한 것이다. 분명 자세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아프면 아픈 대로 여섯 발을 쐈다. 나중에 과녁을 확인해 보니 가운데 사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종이 모퉁이에 그것도 겨우 한 개만 있었다. 양궁으로 말하자면 여섯 발 중 다섯 발은 잔디에 쫒고 한 발은 과녁의 하얀색 모서리에 맞은 것이다. 쪽팔려서 과녁지를 얼른 주머니에 구겨 넣고 사격장을 나왔다. 게다가 나와서 보니 아까의 반격으로 안경에 흠집이 많이 생겨서 안경알을 바꿔야 할 정도였다. 또 몇 만원 깨지게 됐다. 젠장!!

처음 예비군 훈련을 받았는데 많이 어리버리 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오늘 하루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기분이랄까? 일 년에 한 번 이러는 것도 나쁜 것 같지는 않다. 내년부터는 하루가 2박3일 가야 한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근데 이 나이 먹고도 예비군 훈련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걸 보면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2008/09/19 22:07 2008/09/19 22:07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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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수
    2008/09/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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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 나도 예비군하고싶다 ㅠㅠ 엉엉
    • 2008/09/2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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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너 예비군은 언제 받지?
      거의 10년 후에나 받겠네.. 정말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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