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실습인 산부인과 예진을 덜덜 떨면서 들어가던 기억이 난다. 환자한테 어떻게 물어보지? 실수하면 어쩌지? 환자가 싫어하면 어쩌지? 별별 상상을 다하면서.. 그랬던 게 정말 며칠 전 일 같은데 벌써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러 마지막이던 응급의학 실습까지 끝났다.
매번 실습을 시작할 때마다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만 하고 결국 열심히 할 걸이라는 후회만 남은 것 같다. 그래도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실습을 하면서 병원지리, 병동분위기, 수술방 분위기 등에 익숙해졌다. 나름 tie와 suture에는 자신감도 생기고..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나름 과마다 중요한 ‘왕’도 알게 되었다. 어느 정도 병원생활에 대한 준비가 된 것 같다.
돌아보면 실습도 우리들 인생처럼 돌아갔다. 처음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분만을 시작으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경험하였다. 생명이 탄생했을 때 그 가족들의 환희, 오랜 투병생활 끝에 환자는 숨이 멈추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고요하고 무거운 분위기. 앞으로 계속 겪게 될 나의 인생을 미리 보는듯했다.
이제 실습도 끝나고 의대생활의 마지막 국시만을 남겨두고 있다. 실습을 돌며 배웠던 것들, 중요하다고 알게 된 것들, 또 알아야할 것들. 남은 몇 달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잘 준비해야겠다. 국시합격만이 목적이 아닌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
<< PREV :
[1] :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 [111]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