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반에서 스티브 맥커리 사진전을 다녀 온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동안 미술전은 새로운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찾아다녔지만 사진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름 처음 본 사진전이라는 의미가 있기에 시간은 지났지만 사진전에 대한 감상을 몇 마디 끄적여볼까 한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스티브 맥커리라는 사진가를 들어왔을 법하다. 나 역시 스티브 맥커리라고 하면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의 ‘아프간 소녀’를 찍은 작가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의 이력을 잠깐 살펴보자면 세계적 보도사진협회 매그넘의 회원이자 로버트 카파, 올리비에 어워즈를 수상, 내셔널 지오그래픽 대표 사진가라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진가다. 그는 세계 속에 감추어진 전쟁과 분쟁에 의해 만들어지는 참혹한 모습들로부터 곳곳에 숨겨져 있는 세계 속 장관인 풍경, 인간들의 평범한 삶의 모습 속에서 찾아지는 각국의 정서와 문화를 생생하고 아름다운 그만의 표현력으로 카메라에 담아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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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을 보면서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고 감탄했다. 그림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구도에 가장 아름다운 색의 조화를 이룰 수 있지만 사진은 그렇지가 못하다. 현실에 있는 대상 고유의 색을 주변과 잘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하며, 프레임 안에 가장 이상적인 구도로 배치해야 한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지는 그림과 다르게 사진은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구성되고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단순히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보이는 그대로를 담는데 그치지 않고 예술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보면서 색의 대비, 구성, 그리고 사람의 감정이 들어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색감 역시 인상적이었지만 포토샵이 발달한 지금, 후보정을 통해 작가가 의도하는 색감의 사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색감은 나에게 그리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물론 그의 사진 속의 색감이 대중에게 인도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만들어준 부분은 인정한다. 우리가 흔히 인도라고 하면 떠올리는 사진, 그리고 그 사진속의 색감을 통해 실제 인도와는 또 다른 우리 상상 속의 인도가 머릿속에 이미지화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인도사진이 그의 사진 스타일처럼 후보정 되고 있고.. 아무튼 색감을 떠나 다시 그의 사진에 대해 얘기해보면 그의 사진에서 색의 대비는 정말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아프간 소녀’의 사진을 보더라도 소녀의 붉은 색의 옷과 대비되는 녹색배경, 그리고 배경과 조화를 이루는 소녀의 눈동자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마치 빈센트 반 고흐가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노란색에 푸른색의 대비를 주는 것처럼.. 사진을 찍으면서 대상만을 따라다니며 찍는 것이 아니라 주위와의 조화를 고려한 모습도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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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구성적인 면에서도 그의 뛰어난 능력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장관인 풍경 속에서 그 모습을 담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주제와 더불어 사진을 재구성하여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사진을 보여준다. 타지마할이라는 뛰어난 대상을 배경으로 구성한 사진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사진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카메라로 같은 조작을 통해 찍게 되면 누구나 같은 사진을 얻게 되지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이런 구도를 담는다는 면에서 사진이 예술의 영역임을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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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인물사진을 통해 그 인물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능력에 다시 감탄하게 된다. 사진을 찍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도 감정이 들어나는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하지만 그의 사진 속에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느껴진다. 다른 나라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로부터 그런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기다림과 노력이 필요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말 속에서도 이런 면을 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린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것이고, 그 사람들의 영혼이 사진 속으로 떠오를 것이다.”  -Steve McCu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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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진전을 감상하면서 사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과연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이 무엇인지, 그동안 나에게 부족했던 게 무엇인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그의 사진을 보면서 그가 이토록 유명해진 이유는 구성과 색에 대한 탁월한 감각도 있지만 고층빌딩 속에서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게 인도, 네팔, 아프가니스탄 같은 아직 개발되지 않고 순수함이 남아 있는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이 큰 공감을 샀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과연 스티브 맥커리가 한국에서 사진을 찍게 된다면 어떤 사진이 나올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사진전을 보면서 많은 인파에 밀려 사진을 보고, 프린트가 너무 크게 되어 오히려 사진의 질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처음 사진전을 다녀온 나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다. 앞으로 미술전뿐만 아니라 사진전도 찾아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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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02:30 2010/06/14 02:30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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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지애
    2010/06/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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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강렬하다.. 사진전에 갔으면 숨을 죽이고 멍하니 바라봤을듯.
    작년 10월엔가? 한국에 갔을 때 덕수궁 미술관에서 배병우씨 사진전을 인상깊게 보았는데 역시 강렬함은 인물사진을 따라올 수 없나봐.
    배병우씨는 주로 나무, 숲, 호수같은 정적인 풍경을 극단적으로 찍다보니
    오히려 회화적인 느낌이 강했거든. 암튼 잼있어~
    근데 승호 사진들도 느낌 굉장히 좋아.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데.. 앞으로 더 좋은 작품 기대해도 되겠네?ㅎㅎ
    • 승호
      2010/06/19 11:56
      댓글 주소 수정/삭제
      정말 사진 한 장 한 장이 인상적인 것 같아요.
      이런 사진을 보면 나도 이런 사진을 찍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죠.
      그리고 찍고 나면 다시 절망하게 되고..ㅋㅋ
      포토샵으로 그림을 만들지 않는 이상 사진자체가 좋으려면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취미로 하는 사진이니 천천히 배우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사진을 찍겠죠.
      빨리 방학이 와서 사진 찍으러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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