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우 여행을 계획하면 젤리피쉬레이크만큼 기대를 했던 게 바로 스킨스쿠버다. 세계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인 Blue Corner, 언제 들어도 매력적인 이름 Blue Hole, 그리고 만타가오리를 볼 수 있는 German Channel 등등 스킨스쿠버를 하는 사람이라면 가슴 설레는 다이빙 포인트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다이빙을 하기로 한 여행 셋째 날.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하루 종일 날이 흐리고 비가 오던 날이다. 이번 여행에서 날씨는 대체적으로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런 날씨에서 가능한 최상의 스케줄로 진행되어 다행이었다. 투어가 있던 첫째, 둘째 날은 구름이 많고 가끔 스콜성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해가 뜨고 너무 덥지 않아 오히려 액티비티 하기에는 좋았고, 비가 하루 종일 내리던 셋째 날은 비와 상관없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스킨스쿠버를 했다. 그리고 날씨가 좋아야 진행할 수 있는 카양겔 투어가 있던 날은 해가 쨍하여 카양겔로의 여행이 허락되었다.
스킨스쿠버를 하기 전부터 다이빙샵에 여러 번 전화를 해서 어느 포인트를 가는지 물어봤다. 내가 팔라우 여행일정에서 스킨스쿠버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뿐이고 겨우 세 곳의 포인트 밖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팔라우 주변에는 수많은 다이빙 포인트가 있지만 내가 가고 싶은 포인트는 Blue Corner, Blue Hole, German Channel 이렇게 세 곳이었다. 하지만 기존에 여러 날 다이빙을 하던 그룹에 혼자 끼어 다이빙을 하는지라 내가 원하는 다이빙 포인트를 결정할 결정권이 없었다. 그래도 꼭 가고 싶었던 Blue Corner를 간다고 하여 조인하게 되었다.
함께 스킨스쿠버를 하게 된 이 그룹은 스킨스쿠버를 좋아하는 성당신부님들 4분이 주축으로 내가 팔라우에 도착했던 날부터 스킨스쿠버만 했다고 한다. 불행히도 첫째 날, 둘째 날 모두 파도가 높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인트도 못가고 만타 가오리를 보기 위해 German Channel을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다 실패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조인했던 이날 무리해서라도 Blue Corner에 가기로 했던 거였다. German Channel을 지나 깊은 바다로 나가니 그동안 왜 못 나갔는지 알 것 같았다. 높은 파도와 짙푸른 바다는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이틀 허탕 친 게 미안해서인지 다이빙샵 주인은 무리해서 배를 몰았다. 그런 파도와 날씨에 Blue Corner를 향해 배를 모는 건 한국 다이빙샵 밖에 없었다. 정말 의지의 한국인들!!!
파도가 높아 물에 입수하자마자 바로 물 안으로 들어갔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눈이 빵!!!!! 정말 거대한 수조관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짙푸르고 검기만 할 것 같은 물속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수많은 물고기들로 가득한 건지, 또 물은 어쩜 이렇게 투명하고 맑을 수 있는 건지.. 시야가 50m는 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여러 바다 속에 들어갔지만 Blue Coner만큼 시야가 좋고 다양한 물고기들로 가득한 곳은 없었다. 왜 세계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Blue Corner에는 상어도 바다거북이도 있었지만 단연 나폴레옹피쉬가 인상적이었다. 이마가 툭 튀어 나와서 나폴레옹피쉬라고 불리는데 1m가 넘는 거대한 몸집에 얼굴도 못생긴 것이 다이버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다이버들 사이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닌다. 다이버의 오리발에 뺨때기를 맞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스킨스쿠버를 하면서 이렇게 가까이서 나폴레옹피쉬를 보게 된 것은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가이드가 Blue Corner를 이미 보고 와서 다음 포인트 잡기가 고민이란다. Blue Corner보다 좋은 곳이 없으니.. 그래서 이동한 다음 포인트는 Big Drop Off. Big Drop Off도 워낙 유명한 포인트라 기회가 되면 꼭 가고 싶은 곳이었다. Blue Hole에 가고 싶었지만 어차피 날씨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이니 차선책으로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German Channel에서 만타가오리만 보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법이다. Big Drop Off에 도착하니 같이 갔던 다이버 두 명이 멀미를 심하게 하는 것이다. 파도가 너무 높았던 게 문제였다. 멀미를 심하게 하는데 어쩌겠나.. 결국 파도가 얕은 바다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동하던 중 German Channel을 지나게 되었는데 먼저 다이빙했던 팀이 만타를 보지 못하고 나왔다고 한다. 만타를 보려던 꿈도 날아가 버렸다. 결국 German Cannel도 패스하고 파도가 잔잔한 Ngerchong Inside로 갔다.
Ngerchong Inside에서 물속으로 들어가니 ‘에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시야부터 좋지 않고 산호도 물고기도 그저 그렇고.. 가이드 말처럼 Blue Corner를 이미 다녀와서 그런지 실망스럽기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 다이빙 포인트는 Buoy 6 Wreck. 난파선이 있는 곳인데 난파선은 여러 번 본지라 여기도 그다지 신선하지는 못했다. Blue Corner 이후로 들어간 포인트가 다 별로니 멀미 때문에 들어가지 못한 Big Drop Off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Blue Hole과 German Channel은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와야 했다.
보고 싶었던 포인트들을 다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꼭 들어가고 싶었던 세계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 Blue Corner를 볼 수 있어서 만족한다.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느꼈던 감동!!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앞으로 이보다 좋은 바다를 볼 수 있을까? 아니, 이보다 좋은 바다가 있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