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서 휴대전화 '집단 커닝'…종종 있는 일?
<8뉴스>
<앵커>
서울대학교 의예과 학생들이 기말시험에서 집단으로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됐습니다. 학교측은 파문이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인데, 권란 기자가 단독취재했습니다.
<기자>
6월 둘째 주, 서울대 의예과 필수 선택과목인 일반 생물학 기말고사 시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한 학생이 시험감독을 하던 교수에게 적발됐습니다.
당시 이 학생은 시험을 함께 보고 있던 의예과 학생 30명에게 객관식 시험 문항의 답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시험을 보기 직전, 같은 과목을 듣던 학생들과 짜고 벌인 일입니다.
두 명이 문자를 보내면 나머지 학생들이 받아 적기로 했습니다.
교수진과 학생들은 이런 종류의 부정행위는 의예과 내에서 종종 일어난다고 인정합니다.
[학교 관계자 : 하루이틀 된 게 아니고 의예과에 그런 게(부정행위) 계속 있었다는 거예요. 의예과라는 데는 본과 올라가면 의예과 성적이 하나도 적용이 안 되거든요.]
학교 측은 일단 문자를 보낸 학생과 문자를 봤다고 시인한 학생 20여 명에게 최하 점수인 F 학점을 주기로 했습니다.
이들이 신입생이라는 점과 부정행위의 정도를 감안했다는 설명입니다.
[학교 관계자 :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우발적으로 했던 것 같고, 시험관리도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휴대전화를 안 걷었기 때문에…]
학교측은 문자를 받긴 했지만 보지 않았다는 학생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좀 더 엄격한 시험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권란 harasho@sbs.co.kr
예전부터 부정행위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한국에서 부정행위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어려서부터 과정이 어떻던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교육을 받고 자랐으니 이런 사고방식을 갖게 된 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번에 서울대 의대에서의 집단부정행위가 기사화되었지만 사실 시험부정행위는 우리주위에 흔히 있는 일이다. 어느 특정 학교를 비난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창피한 일이지만 우리학교도 시험기간이 되면 백양로에 ‘당신의 A+ 실력입니까? 시력입니까?’라는 식의 글귀가 적힌 플랜카드가 걸린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부정행위가 일종의 애교쯤으로 생각하고 서슴없이 행하는 것 같다. 중간, 기말고사 기간이 되면 어느 강의실에 들어가든 책상에 연필로 조그마하게 몰래 적어 놓은 공식, 암기내용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학기 전공과목의 조교로부터도 중간고사 기말고사 뿐만 아니라 심지어 퀴즈까지도 부정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전공수업은 우리 과 학생 40여명이 수강했는데 그 중 상당수가 부정행위를 했고 일부는 조교에게 현장에서 부정행위가 포착됐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충격적이었고 실망스러웠다.
캐나다로 교환학생을 가서 배운 큰 소득 중 하나는 부정행위에 대한 캐나다 사람들의 의식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 역시 중고등학교 때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학교를 온 이후로 스스로에게 정직해지기 위해 부정행위를 다신 하지 않게 되었다.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내 자신에게 엄격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의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캐나다의 부정행위 잣대를 보고 놀랐다. 캐나다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어쩌면 당연히 여기고 행해지는 일조차도 부정행위로 간주되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다른 사람의 과제물을 베끼는 일이나 실험결과가 잘못 나왔을 때 결과를 고쳐 보고서를 쓰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그런 일은 Academic Honesty Policy에 위배되고 적발 시 처벌을 받게 된다. 또 보고서 작성 시 인터넷에서 무단복제를 해도 큰 문제가 된다. 그리고 처벌도 무거워 부정행위로 학교에서 퇴학당한 중국인, 한국인들의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분명 캐나다 역시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운이 좋게 내가 만난 친구들은 부정행위에 대해 엄격해서 그들로 인해 지금까지 내가 무심코 저질렀던 행동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부정행위의 문제점은 부정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과 부정행위를 목격한 사람들도 그럴 수 있지 하고 이해해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바뀌어야할 부분이라고 본다. 서울대 부정행위에 대한 기사에 달리 댓글을 보면 정말 어이없는 글들이 많다. '시험 감독을 잘못한 교수가 문제가 있다.', '유급만을 면하기 위해 한 일인데 뭐가 그리 양심에 가책을 받을 일인가.’, ‘다른 학교도 있는 일인데 서울대라고 기자가 그런다.’는 등 내 상식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글들이다. 하긴 예전에 토플후기에 대해 말이 많을 때도 그랬다. 토플시험을 볼 때 문제를 유출하지 않겠다고 서약서까지 썼으면서도 시험을 본 후 버젓이 문제를 인터넷에 올려 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걸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했다. 그 인터넷 사이트는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부정행위를 하는 행동이 잘못 됐고 그로 인해 정직히 공부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왜 모르는지..
부정행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경쟁이 극도로 치열하고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되는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쟁이 극도로 치열하다고 해서 부정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부정행위는 당사자 스스로도 양심의 가책을 받아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부정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서도 본인의 의지에 의해 저지른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 역시 부정행위에 대해 엄중히 다스리고 심할 경우 퇴학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부정행위를 해서 퇴학당한 경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실력으로 과제를 평가받는 초등학교의 현실부터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부정행위에 대한 이런 생각은 믿음과 신뢰를 매우 중요시 여기는 내 개인적인 신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조차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나중에 의사나 법조인이 되었을 때 어떻게 그 사람을 믿고 신뢰할 수 있을까? 또 세계화된 사회에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신뢰를 중요시 하는 외국인들과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까? 부정행위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는 사회풍습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