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별자리를 보는데 한참 빠져있다. ‘자학실’ 책상에는 계절별 별자리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는 책 한 권과 별자리에 얽힌 신화에 관한 책 한 권이 놓여있다. 시험 공부하다 쉬면서 보는 책들이다. 그리고는 하늘이 맑으면 기숙사 올라가는 길에 노천극장에 들른다. 보통 12시 근처에 가기 때문에 노천극장은 고요하고 깜깜하다. 가끔 이 시간에 궁상맞게 여기서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학교에서 여기만큼 별을 보기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
학교 다른 곳보다 별이 잘 보이기는 하지만 정선의 밤하늘처럼 많은 별이 보이지 않는다. 정선에서 보았던 돌고래자리나 화살자리 같은 어두운 별자리는 물론 밝은 별자리도 다 보이지는 않는다. 2등성까지가 볼 수 있는 한계인 듯하다. 그래도 별자리의 기본이 되는 길잡이 별자리는 확인할 수 있어서 별을 보는 재미가 있다.
요즘에는 가을의 별자리를 볼 수 있다. 12시쯤 밤하늘을 보면 여름의 대삼각형을 이루는 알타이르, 베가, 데네브는 서쪽하늘로 지고 있고, 북쪽 하늘에는 유명한 카시오페이아가 빛나고 있다. 그 카시오페이아를 이용해 가을의 대사각형을 찾을 수 있다. 이 사각형은 천마 페가수스의 몸통이고, 이를 기준으로 안드로메다, 페르세우스자리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가을은 에티오피아 왕가의 별자리로 가득하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해서 신에게 노여움을 산 에티오피아의 왕비 카시오페이아, 그 위쪽으로 에티오피아의 왕 케페우스가 있다. 신에게 노여움을 산 어머니 때문에 쇠사슬에 묶인 채 괴물 고래의 희생물이 될 운명의 안드로메다와 괴물 고래를 메두사의 머리를 이용해 돌로 만들어버리고 공주를 구하는 페르세우스도 나란히 있다. 돌로 변한 괴물 고래와 메두사의 피에서 나온 천마 페가수스도 역시 밤하늘을 수놓는다. 이런 낭만적인 이야기를 품고,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게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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