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은 어떤 사람이 잘 볼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아니면 공부를 즐기는 사람? 아니다. 시험을 제일 잘 보는 사람은 전날 보고 들어간 사람이다. 평소에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시험 전날 정리하지 않고 시험을 본다면 전날 벼락치기를 한 사람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특히나 무조건 외우기만 하는 의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의대공부를 하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시험기간이 되면 거의 날을 새면서 공부하다는 것이다. 분기말 기간 시간은 새벽 1시간 넘었는데 문족은 손도 못 대고 필족도 겨우 반밖에 못 본 상황이라면? 아무리 졸려도 방법이 없다. 날을 새는 수밖에.. 몇 시간 편하자고 잠을 잤다가는 성적이 뜨는 순간까지 유급걱정하면서 학교를 다닐 테니 말이다. 지금껏 분기말이 세 번 있었는데 외울 게 많아지는 만큼 자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널널했던 1분기,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이때부터 잠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2분기, 가장 잠을 못 잤던 3분기까지. 일주일이 넘도록 하루에 3~4시간만 자면서 공부하다보면 정말 내가 죽어가고 있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보통 새벽 4시쯤 되면 정말 지치고 힘들고 졸린 순간이 오는데 이때면 정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짓을 하나싶다.
이제는 시험만 있으면 전날 새벽 4~5까지 공부하는 게 좀 익숙해졌지만 원래 게으르고 잠이 많은 녀석이라 날을 새는 게 정말 쉽지가 않다. 그러다보니 전에는 마시지도 않던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에 의존하게 된다. 그동안 수없이 시험을 봤던 터라 나름의 패턴이 있다. 저녁을 먹고 Venti size의 Americano를 마신다. 그러면 12시까지는 약발이 간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Hot6ix를 사서 마시기 시작한다. 12시에 한 번, 3시에 한 번, 마지막으로 5시에 한 번 더. 그럼 시험 볼 때까지는 버티는 것 같다. 오늘도 평소에 마시던 대로 마셨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하고 기분도 뭔가 꺼림칙했다. 분기말을 보고나도 내 명이 짧아지는 걸 느끼지만, 이번에는 기분 나쁘게 명이 짧아진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약물을 끊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럼 이제 잠은 어떻게 줄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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