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낭여행을 좋아한다. 그것도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을..
가끔씩 혼자서 배낭여행을 하면 외롭지 않냐고들 물어본다.
하지만 혼자 배낭여행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10달가량을 돌아다녔지만 혼자였던 시간은 극히 일부였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고, 다시 여행을 하고 싶게 만드는 계기는 ‘사람’ 때문이다.
물론 아름다운 풍경이나 웅장한 건축물에도 감탄을 하게 되지만 여행을 많이 하다보면 그런 것들이 반복되게 되고 생활이 된다. 예를 들어 원형극장도 처음 봤을 때나 신기하지 여기저기 다니면서 열 몇 번쯤 보면 다른 곳에 가서 굳이 찾아가지 않게 된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같은 곳에 있어도 만나는 사람은 늘 새롭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도 없다.
또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열려있고 진실 되다.
늘 꾸미고 다닐 수도 없고,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을 때 자기도 모르게 본성이 들어난다. 마치 군대에서처럼..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어리지만 속이 깊은 사람,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 반대로 나이만 먹었지 아직도 철이 없는 사람,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 대학생에서부터 교사, 화가, 의사, 퇴임하신 할아버지까지..
그 사람들로부터 다른 인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이상을 좇는 어린 친구들과 얘기할 때면 나도 모르게 희열을 느낀다.
경험적으로 사람은 어려서는 이상을 좇지만 (요즘은 어려서부터 현실적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특히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하면서부터 이상을 추구하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변하게 된다.
취직해서 돈 벌 나이지만 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현실적이기 보다는 이상을 꿈꾸며 살고 싶다.
배낭여행은 그곳을 관광하는 것과 그 도시에 사는 것의 중간적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를 둘러보는 게 대부분이지만 어느 정도 현지인과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그것은 기억에서 그 도시가 좋고 나쁨에 대한 결정적인 이미지를 미치게 된다.
물론 시중에 돌아다니는 여행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만나는 사람마다 깨달음을 주던지 멋진 추억을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정말 가끔 그리고 어쩌면 짧은 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억은 여행자에게 평생 소중한 추억이 된다.
여행을 하다보면 인간이 만든 구조물 또는 자연이 만든 풍경에 시들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을 보는 것 역시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웅장하면서도 환상적인 와디럼 사막, 어떻게 바위산을 통째로 깎아 궁전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볼 수 있다는 게 축복이라고 느껴지는 페트라 등 여러 인상적인 곳들이 있었다.
이처럼 배낭여행을 좋아하지만 아마도 이번 중동여행이 나의 마지막 배낭여행이 될 것 같다.
앞으로는 배낭여행을 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없을 것 같다. 만약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배낭여행을 할 나이가 지나고 있음을 느낀다.
역시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거다. 물론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내 20대를 돌아봤을 때 후회는 없다.
이렇게 나의 마지막 배낭여행이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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