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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이 사원

바하이 사원은 인도 여행 중에 봤던 건축물 중 타즈 마할과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27개의 꽃잎을 형상화 했고 일명 연꽃 사원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리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바하이 사원 중 가장 아름답다고.

바하이교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슬람교의 한 분파로 시작된 신흥 종교로 전 인류의 형제화, 종교의 통일, 모든 국가의 통합을 주장한다고 한다. 한국에도 약 2만 명의 신도가 있다고.. 특이한 점으로 부처나 예수 등 모든 종류의 성인이 하느님의 뜻을 알리기 위해 현신한 동등한 존재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하이 사원에서는 침묵이라는 한 가지 규칙만 따르면 되고 하느님이라는 절대적 존재가 같기 때문에 일단 사원에 들어선 뒤에는 각자의 종교에 따라 기도를 올리면 된다. 상당히 특이하면서도 개방적인 사고를 갖고 있고 종교라고 생각된다.

이쯤에서 잠깐 내가 느꼈던 종교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인도 여행을 하는 동안 종교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어느 시점부터 나도 모르게 신의 존재에 대해 믿게 되고 의지하게 되면서 종교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인도여행을 하면서 내린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종교가 편협하다는 것, 내가 진심으로 믿음을 갖고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 종교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종교든 그 안의 교리는 너무나도 좋고, 그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 역시 좋은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그것은 그 종교 안에서만 그렇다는 것이다. 종교를 더 큰 관점에서 보게 된다면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능력은 다들 한없이 부족한 것 같다.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의 유혈사태는 예전부터 인도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종교전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쪽에서 수십만 명을 학살하면 다른 쪽에서는 그 보복으로 비슷한 숫자 혹은 그 이상의 무고한 사람을 학살하고.. 이유는 없다. 단지 내가 믿는 종교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종교의 창시자들은 과연 이런 일들을 생각이나 했을까? 기독교 역시 마찬가지다. 요즘은 서구사회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고, 그만큼 그들 문화의 밑바탕이 되는 교회도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종교와의 충돌이 적긴 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교회는 이슬람세력과 피를 부르는 충돌이 계속 있어왔고 결국 이슬람 세력을 이베리아 반도에서 몰아냈다. 또 선교라는 이름으로 다른 대륙으로 들어가 그곳의 인디언들은 미개인, 야만인이기 때문에 개화가 필요하다는 명목아래 그들의 종교와 문화는 사라지고 서양문화의 영향력 아래도 들어오게 했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보면 서양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갔던 나라들은 대부분 과학, 경제적 성장을 이룩했고 선교활동도 정당화 될 수 있는 듯하다. 물론 편리함과 부유함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말이다.

지금도 교회는 세계 각지로 세력을 뻗어 나가려고 한다. 일부 몰지각한 기독교인들은 이슬람 문화권, 힌두 문화권, 불교 문화권에 들어가 그들의 개종시키려고 선교활동을 한다. 자신들의 종교가 진리이고 다른 종교는 잘못됐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전에 누군가 자신이 선교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너무 좋았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다른 종교를 통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할까?

인도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 선교활동을 하는 분이 힌두교 과격단체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다. 살생을 하지 않기 위해서 집안의 벌레를 잡아 밖에 던지고, 길거리의 동물들도 가만 놔두는 게 힌두교 인들인데 종교적인 문제에 가서는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에 과연 종교가 무엇이 길래 하는 생각에 씁쓸하다. 한편으로는 평생을 힌두교 문화권에서 살고 있는 인도사람들에게 꼭 선교활동을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선교활동이라는 목적 없이 단순히 의료봉사라는 목적으로 인도에서 의료봉사만 했다면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이런 불상사도 없지 않았을까? 아님 선교라는 목적이 없었으면 의료봉사를 올 이유가 없었던 걸까?

종교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고 어떤 것이 진리라고 할 수도 없는 사항이다. 다만 나의 경우는 인도여행을 하면서 종교란 것이 그 종교 안에서는 교리, 사람들 모두 좋지만 종교와 종교가 관계되는 상황에서는 너무 편협한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그렇게 변할까봐 두렵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옳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째든 이것이 내가 종교에 대해 지금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이다. 물론 나중에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나는 하나님(그냥 절대자 혹은 신이라고 하는 게 옳을지 모르겠다.)을 믿고 그분은 나를 사랑하시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고 믿는다. 하지만 창조론 보다는 진화론을 믿고,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이라는 것을 믿고, 천당과 지옥이 있다고 믿기 보다는 오히려 윤회사상에 가까운 생각을 한다. 내 죽은 육신은 자연의 일부가 될 거고 다시 그것을 이용하는 누군가의 일부가 되고 그 고리는 계속 돌게 될 테니까. 인도에서 생각했던 많은 주제들의 결론처럼 종교 역시 내가 어떻게 해야 하겠다는 결론은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생각만 많아진 것 같다.

2009/12/19 01:16 2009/12/19 01:16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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