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합은 요르단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들르게 되었지만 스쿠버 다이빙과 시나이 산 투어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던 곳이다. 난 동물생태를 좋아하기 때문에 바다 속의 생명체를 볼 수 있는 스쿠버 다이빙을 꼭 배워보고 싶었다. 마스터 자격증을 딸 생각은 없고 세계 어느 바다에 가서 ‘Fun Diving’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배웠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리고 시나이 산은 기독교인들의 성지이기 때문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전에 인도 여행을 하면서 불교 성지인 룸비니와 사르나트를 다녀온 적이 있다. 종교적 성지였기 때문인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온해지는 경험을 했다. 과연 기독교 성지에서는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했다.
다합에 도착해서 숙소를 정하고 체크인하면서 같이 그날 저녁 시나이 산 투어를 신청했다. 시나이 산 투어는 매일 있는 게 아닌데 운이 좋게 우리가 도착한 날 투어가 있었다. 오랜 시간 버스에만 있었기 때문에 씻고 바로 잠이 들었는데 아스완 아부 심벨 투어처럼 하마터면 자다가 또 투어를 못갈 뻔 했다. 투어는 밤 10시에 출발해 시나이 산에 도착해서 가이드와 함께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가이드 없이도 올랐지만 사람이 죽은 후로는 가이드가 필수로 됐다고 한다. 이렇게 두세 시간 산을 오르면 정상에 도착하고 거기서 일출을 기다린다. 일출을 보고 내려와 입구에 세인트 카트라나(St. Catherine) 수도원을 둘러보고 다시 다합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투어가 끝난다.
먼저 투어가 어땠는지 쓰기 전에 시나이 산이 어떤 산인지 잠깐 백과사전에 나온 글을 옮겨본다.
“시나이 산은 유대인 역사에서 신이 그 모습을 드러낸 중요한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시나이 산에서 신이 모세에게 10계명을 내렸다고 기록되어 있다(출애 20, 신명 5). 유대인 전설에 의하면 시나이 산에서 10계명뿐 아니라 성서내용 및 주해서 전체를 모세에게 주었다고 한다. 또한 이 산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에서도 신성시하는 곳이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탈출한 경로에 관한 학자들의 의견이 다르고 성서에 나오는 지명이 현재의 장소와 꼭 같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성서에 나오는 시나이 산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나이 산 자체는 오래전부터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의 전설적인 장소로 인정되고 있다.
이 지역은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에 수행자(修行者)가 자주 찾던 곳으로, 530년 시나이 산의 북쪽 기슭에 카테리나 수도원이 세워졌다. 지금도 자치적인 '시나이 산 정교회'(Orthodox Church of Mt. Sinai)의 몇몇 수도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수도사가 계속 거주하는 그리스도교 수도원이다. 이 수도원에 소장된 '시나이티쿠스'(지금은 영국 박물관에 보관)를 비롯한 고대 성서 사본들은 성서를 재편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해발 2,285m의 시나이 산은 1967년에 일어난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관리하다가 1979년 이집트에 반환되었다. 이곳은 순례지이자 관광지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다합에서 출발해 시나이 산까지 기억에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자정쯤에 시나이 산에 도착해서 가이드를 배정받는다. 가이드와 함께 산에 오르게 되는데 사방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내가 갔을 때는 그믐에 가까워 달조차도 없었다. 하지만 하늘 가득한 별을 보기 최적을 조건이었다. 바닥은 자갈이라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기 일 수였지만 마치 별을 따라 가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산을 오를 때 손전등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어 손전등을 미리 준비했지만 별을 보며 걷는 게 너무나 좋아서 미끄러져도 일부러 켜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산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산을 오르는 한 줄의 순례자들의 행렬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이렇게 세 시간 가량을 오른다.

잠깐 앉아서 쉴 수도 있고, 따뜻한 차를 마실 수도 있다.
사진은 정상가기 전 마지막 휴게소에서..

마지막 휴게소부터 여기까지 약 30분정도 걸리는데 가파른 계단을 계속 올라야한다.
산을 오르면서 가장 힘들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 아름다운 일출을 보기까지는 한 시간 가량 추위와 맞서 싸워야한다.
정상은 매서운 바람이 휘몰라쳐 상상이상으로 춥다.
두 겹의 겨울 파카를 입고도 침낭에 들어가 있을 정도였으니
그 추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이 될는지..

시나이 산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라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낙타를 타고 편하게 오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하게 오르지 않는다.
일부러 성지를 찾아오면서 편하게 오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역시 그랬으니까..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자갈과 흙만 가득한 바위산.
거칠고 불모지처럼 황량한 이곳이 시나이 산이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곳에서 찍긴 했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수도원 앞에서 신기한 일이 있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란데 비가 내리는 것이었다.
비가 멀리 바람을 타고 날아왔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