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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합은 이집트의 동북쪽으로 홍해를 향해 튀어나온 시나이 반도에 있다. 다합은 후르가다와 더불어 아름다운 홍해를 즐길 수 있는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홍해의 신비로운 바다 속을 들여다보는 스쿠버 다이빙이 유명하다. 그리고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성스러운 시나이 산이 근처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투어를 신청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합까지는 카이로나 룩소르에서 버스를 이용한다. 룩소르에 있던 난 장거리 버스를 이용해 다합으로 오게 됐다. 룩소르에서 오후 5시쯤에 출발해서 다음날 정오쯤 다합 터미널에 도착했으니 거의 20시간은 걸린 것 같다.

다합은 요르단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들르게 되었지만 스쿠버 다이빙과 시나이 산 투어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던 곳이다. 난 동물생태를 좋아하기 때문에 바다 속의 생명체를 볼 수 있는 스쿠버 다이빙을 꼭 배워보고 싶었다. 마스터 자격증을 딸 생각은 없고 세계 어느 바다에 가서 ‘Fun Diving’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배웠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리고 시나이 산은 기독교인들의 성지이기 때문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전에 인도 여행을 하면서 불교 성지인 룸비니와 사르나트를 다녀온 적이 있다. 종교적 성지였기 때문인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온해지는 경험을 했다. 과연 기독교 성지에서는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했다.

다합에 도착해서 숙소를 정하고 체크인하면서 같이 그날 저녁 시나이 산 투어를 신청했다. 시나이 산 투어는 매일 있는 게 아닌데 운이 좋게 우리가 도착한 날 투어가 있었다. 오랜 시간 버스에만 있었기 때문에 씻고 바로 잠이 들었는데 아스완 아부 심벨 투어처럼 하마터면 자다가 또 투어를 못갈 뻔 했다. 투어는 밤 10시에 출발해 시나이 산에 도착해서 가이드와 함께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가이드 없이도 올랐지만 사람이 죽은 후로는 가이드가 필수로 됐다고 한다. 이렇게 두세 시간 산을 오르면 정상에 도착하고 거기서 일출을 기다린다. 일출을 보고 내려와 입구에 세인트 카트라나(St. Catherine) 수도원을 둘러보고 다시 다합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투어가 끝난다.

먼저 투어가 어땠는지 쓰기 전에 시나이 산이 어떤 산인지 잠깐 백과사전에 나온 글을 옮겨본다.
“시나이 산은 유대인 역사에서 신이 그 모습을 드러낸 중요한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시나이 산에서 신이 모세에게 10계명을 내렸다고 기록되어 있다(출애 20, 신명 5). 유대인 전설에 의하면 시나이 산에서 10계명뿐 아니라 성서내용 및 주해서 전체를 모세에게 주었다고 한다. 또한 이 산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에서도 신성시하는 곳이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탈출한 경로에 관한 학자들의 의견이 다르고 성서에 나오는 지명이 현재의 장소와 꼭 같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성서에 나오는 시나이 산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나이 산 자체는 오래전부터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의 전설적인 장소로 인정되고 있다.

이 지역은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에 수행자(修行者)가 자주 찾던 곳으로, 530년 시나이 산의 북쪽 기슭에 카테리나 수도원이 세워졌다. 지금도 자치적인 '시나이 산 정교회'(Orthodox Church of Mt. Sinai)의 몇몇 수도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수도사가 계속 거주하는 그리스도교 수도원이다. 이 수도원에 소장된 '시나이티쿠스'(지금은 영국 박물관에 보관)를 비롯한 고대 성서 사본들은 성서를 재편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해발 2,285m의 시나이 산은 1967년에 일어난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관리하다가 1979년 이집트에 반환되었다. 이곳은 순례지이자 관광지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다합에서 출발해 시나이 산까지 기억에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자정쯤에 시나이 산에 도착해서 가이드를 배정받는다. 가이드와 함께 산에 오르게 되는데 사방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내가 갔을 때는 그믐에 가까워 달조차도 없었다. 하지만 하늘 가득한 별을 보기 최적을 조건이었다. 바닥은 자갈이라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기 일 수였지만 마치 별을 따라 가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산을 오를 때 손전등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어 손전등을 미리 준비했지만 별을 보며 걷는 게 너무나 좋아서 미끄러져도 일부러 켜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산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산을 오르는 한 줄의 순례자들의 행렬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이렇게 세 시간 가량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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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는 길 군데군데 있는 휴게소
잠깐 앉아서 쉴 수도 있고, 따뜻한 차를 마실 수도 있다.
사진은 정상가기 전 마지막 휴게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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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해발 2285m)에 올라서서..
마지막 휴게소부터 여기까지 약 30분정도 걸리는데 가파른 계단을 계속 올라야한다.
산을 오르면서 가장 힘들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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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이 산에서 바라본 일출
이 아름다운 일출을 보기까지는 한 시간 가량 추위와 맞서 싸워야한다.
정상은 매서운 바람이 휘몰라쳐 상상이상으로 춥다.
두 겹의 겨울 파카를 입고도 침낭에 들어가 있을 정도였으니
그 추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이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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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순례자들의 행렬
시나이 산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라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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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 산을 오르면 여기저기서 낙타를 타라고 호객을 한다.
낙타를 타고 편하게 오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하게 오르지 않는다.
일부러 성지를 찾아오면서 편하게 오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역시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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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면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자갈과 흙만 가득한 바위산.
거칠고 불모지처럼 황량한 이곳이 시나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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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이 산 입구에 있는 세인트 카트라나(St. Catherine) 수도원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곳에서 찍긴 했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수도원 앞에서 신기한 일이 있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란데 비가 내리는 것이었다.
비가 멀리 바람을 타고 날아왔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기독교인들의 성지 시나이 산. 이 종교적 성지에서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많은 기대를 했다. 인도에서의 불교 성지에서 느꼈던 차분함이나 평온함 같은 것들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산을 오르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사방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하늘에 수많은 별을 바라보며 정상을 오르던 순간은 평생에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남게 될 것이다.

2011/08/20 21:42 2011/08/20 21:42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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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정훈
    2011/09/04 18:4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첫번째 사진은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네 ㅎ 멋있네. 나도 중동 여행 해보고 싶다.
    • 승호
      2011/09/07 23:08
      댓글 주소 수정/삭제
      중동도 매력적이야. 난 특히 요르단, 시리아가 마음에 들더라.ㅎ
  2. 차은주
    2011/11/23 11:55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하아.. 별이어떻게 저렇게 많이 있어요? 카메라로 어떻게 담은건지.. 너무 멋있어요 오빠^^
    • 승호
      2011/11/23 18:49
      댓글 주소 수정/삭제
      은주야~ 진짜 오랜만이다.^^
      작년 겨울에 이집트 갔었는데 별이 진짜 많더라. 정말 예뻤어.
      지금 방학이야? 본1생활 많이 힘들었지?
      겨울에 서울 놀러오려나.^^
  3. suhee agnes
    2013/10/25 13:5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이번 페이지의 두번째와 세번째 사진이 참 마음에 들어요.

    개인적으로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이란 작품을 좋아하는데 제가 그 작품을 처음 접했을때의 느낌이 승호님의 사진으로부터 전해졌습니다. 빛깔과 명암대비가 정말 좋네요.

    '산을 오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하셨는데...사진속 그곳은, 밤하늘의 별빛과 하나되어 평화롭고 고요하네요.
    • 승호
      2013/10/27 17:05
      댓글 주소 수정/삭제
      ‘감자먹는 사람들’ 고흐의 초기작품이죠. 그러고 보니 색감이 약간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시나이 산의 정상은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워요. 마지막 정상을 향해 오를 때에 힘이 들지만요.ㅎ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관심을 갖아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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