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친구들과 송년회를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던 길이었다. 옆에 있던 여자가 하늘을 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제야 내가 무언가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침에 뉴스를 보는데 오늘이 11년 만에 개기일식을 하는 날이라는 기사를 봤다. 이런 정보를 몇 달 전부터 미리 찾아보지는 않지만, 우연이라도 알게 되면 챙겨서 보는 성격이라 개기월식이 절정인 11시 32분경에는 꼭 하늘을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월식, 혜성, 유성우 같은 밤하늘의 축제는 보는 것 자체로도 황홀하고 낭만적이기 때문에 더욱 챙겨보려고 한다. 게다가 자주 있는 일도 아니어서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몇 년씩 기다려야하니까.. 참고로 다음 개기월식은 2018년에 있다고 한다.
기숙사에 돌아오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최대 망원이 70mm라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개기월식은 태양-지구-달 계에서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서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달이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순간은 그믐달처럼 하늘이 깜깜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달이 완전히 가려지는 순간은 붉게 물든 어두운 둥근달로 보였다. 이는 지구 대기에 굴절된 햇빛이 달에 반사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달의 모양이 변하는 것도 신기하고, 평소에 볼 수 없는 붉게 물든 둥근달도 신기하다. 게다가 하늘도 깨끗하고 ‘별의 축제’라고 불리는 겨울이라 화려한 1등성들이 많아 하늘을 보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렇게 1시간가량을 사진도 찍고 하늘도 바라봤다.
근데 시험공부는..ㅠㅠㅠ
기숙사에서 바라본 개기월식
달 아래는 삼태성으로 유명한, 화려한 겨울 별자리 오리온자리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