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에서 하는 일

 | WHO
2013/02/09 12:12
WHO에서 인턴을 시작할 때까지도 사실 난 WHO가 뭐하는 기관인지 잘 몰랐다. 세계보건기구라는데 그럼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국제기구인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WHO에서 인턴을 하고 왔다고 하면 무슨 봉사활동을 하고 왔냐고 묻는 친구들이 많은 걸 봐선 한편으로 나만 무식했던 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번 WHO에서 인턴을 하면서 IGO(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와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의 차이도 알게 되고 WHO가 어떤 기관인지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봉사활동은 NGO에서 많이 한다. NGO는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국경없는 의사회처럼 주로 현장에 나가서 활동을 한다. 하지만 WHO는 현장에 나가는 것보다는 나라의 정부기관(주로 보건복지부)과 협력해서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을 결정하는 일을 한다. 그렇다고 의료수준이 많이 못 미치는 나라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시킬 수 있는 기관은 아니다. 그렇게 되면 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나라의 의료수준이 국제기준에 얼마나 못 미치는지 등을 보여줌으로써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WHO에서 느낀 바로는 참 뽀대(?)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사실 사무실 환경은 우리나라에 비교하면 한참 떨어진다. 시설도 낡고 행정 처리도 느리고.. 하지만 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세상에 주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한 예로, 내가 있던 EPI는 Polio, Measles & Rubella, Japanese Encephalitis의 Elimination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WPRO에서는 Polio는 elimination됐고 Measles도 거의 사라진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Polio virus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렇게 세 나라만 남은 상태고 여기에서까지 제거된다면 Polio는 small pox에 이어 두 번째로 인류가 박멸한 질병이 된다. 또한 이 기관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서 그 나라의 리더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런 세계적인 사람들의 문화나 행동방식을 보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많이 부러웠다.

이런 WHO에서 일하는 것에도 단점은 있다. 이런 결과물들이 가시적이지 않고 단지 숫자로만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Vaccination사업을 해서 한 나라의 coverage가 60%에서 90%로 올랐다거나 전년 대비 발병률이 몇 % 줄었다는 통계적인 수치만 얻을 뿐이지 사람들이 그 병으로 인해서 받던 고통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체감할 수가 없다. NGO의 경우는 반대다. 현장에서 약을 주거나 치료를 하면서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낫는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일하는 본인은 치료되는 환자를 보면서 보람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개별적인 치료로는 한 나라는커녕 그 마을조차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IGO나 NGO나 어떤 게 더 좋고 나쁘고 한 개념은 아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일을 선택하는 것이지.. 이렇게 국제기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운 것만으로도 WHO에서의 인턴생활은 그만큼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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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RO

2013/02/09 12:12 2013/02/09 12:12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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