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필리핀에도 국립대학인 UP, 사립 대학교인 Ateneo, La Salle, 그리고 UST 이렇게 4대 명문대학교라는 게 있다. 나와 친하게 지낸 AMSA Philippines 학생들이 대부분 UST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여러 번 UST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1611년에 설립된 UST는 아시아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대학교라고 한다. 필리핀 최고의 영웅인 Dr. Jose Rizal을 비롯해 많은 사회 유명 인사를 배출하였고 특히 의학과 예술이 유명하다.
Choa가 가이드 해줘서 의과대학 구석구석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스페인 식민지 동안의 문화 때문인지 서구적인 건물구조와 학생들의 문화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시설은 한국 보다 열악하지만 본과3학년만 되어도 환자들 문진이며 신체검사를 직접 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다. Choa가 원한다면 병원에서 일할 수 있게 얘기해줄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이지 시간이 돼서 여기서 일을 할 수 있다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럴 여유가 없어서 아쉬웠다.
Choa가 가이드 해주면서 알려준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필리핀은 부유한 사람들이 가는 병원과 가난한 사람들이 다니는 병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똑같은 의료혜택을 받는 한국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그런 의료시스템을 적용해도 사회적 불만 없이 잘 돌아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UST 학생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미신이 있다. 학교 입구에 Arch of the century라는 문이 있는데 이 문은 UST학생들이 입학할 때 통과하고 졸업할 때 통과한다고 한다. 근데 졸업도 하기 전에 이 문을 통과하면 졸업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미신이다. 근데 UST 학생들은 정말 이 미신을 믿고 있는 듯하다. 내가 Kai에게 장난으로 손을 끌고 데리고 가려고 하니 정말 강력히 뿌리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 후 Kai와 티격태격할 때마다 자꾸 그러면 Kai를 안고 문을 통과해 버린다고 협박(?)을 하곤 했다.
UST에 대해 아는 게 없어도, 관심이 없어도 한 번 방문해볼만한 곳이다. 낙천적인 필리핀 학생들을 속에서 필리핀의 문화를 볼 수 있고 또한 학교자체로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UST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