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저녁 난 시애틀로 쇼핑을 갔다. 원래의 계획은 학기가 끝나고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study permit이 12월 4일 날 만료가 되어 12월 4일 이후에 캐나다를 나가면 다시 입국을 할 수가 없다. 일종의 불법체류자가 된다고나 할까.. 이 문제에 대해 학교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물론 비자를 연장하는 것이 법적으로 맞지만 비자를 위해서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하고 또 비자 신청비용으로 120불을 내야하는 등 2주도 안 되는 기간을 위해 비자를 연장하는 것은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니 그냥 비자가 만료돼도 기말고사를 치르고 예정대로 캐나다를 떠나면 된다고 했다. 대신 캐나다에 머물러야지 미국을 갔다 국경에서 비자가 문제가 되면 해결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기숙사친구들과의 계획을 취소하고 혼자 쇼핑을 가게 되었다.
지난 11월 22일은 미국의 Thanksgiving day이었다. 운이 좋게도 Seattle Premium Outlets에서는 Thanksgiving day 다음 날인 23일 자정부터 세일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Outlet에서의 세일 때문에 시애틀로 가게 됐고, 나도 그런 사람들 틈에 끼어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시애틀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계획은 22일 저녁 시애틀로 출발해서 밤새 쇼핑을 하고 다음날 아침 다시 밴쿠버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출발당일 한 가지 문제가 생겼는데 같이 가는 운전자가 25살 미만 나이 제한에 걸려 차를 빌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할 수 없이 내가 차를 빌리게 되었는데 이것이 나중에 문제가 될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Seattle Premium Outlets은 정말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미국 국경을 지나면서 많은 차들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그 넓은 주차장에 주차할 자리가 한자리도 없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Outlet 옆의 카지노 주차장까지도 자리가 없었다. 그리고 Outlet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나 공연이 끝나고 우르르 나오는 장면과 비슷했다. 외국생활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주차를 하고 같이 온 사람들은 각자의 쇼핑을 위해 헤어지고 쇼핑몰에 혼자 남게 되었다. 미국에 있을 때는 쇼핑을 좋아하고 쇼핑을 하러 많이 다니고 그랬지만 이상하게도 캐나다에 온 뒤로는 쇼핑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다. 얼마 전에 입을 청바지가 없어서 산 청바지가 캐나다에 와서 한 첫 쇼핑이었다. 그리고 쇼핑을 목적으로 온 지금도 그다지 흥미 있지는 않았다.
이 매장 저 매장을 돌아다녀 보니 왜 사람들이 한밤중에 이 난리를 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할인매장에서의 세일이라서 그런지 옷값이 정말 많이 쌌다. Outlet의 판매가가 보통 원래 판매가 보다 20-30% 정도 싼데 거기에 30-50%를 추가 세일하고 또 대부분이 100불이 넘는 구매에 한해서 추가로 10%정도를 더 싸게 해준다. 세일 혜택을 많이 받은 경우 정상가격이 거의 300불 하던 옷이 90불정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유명한 폴로 니트는 25-30불정도, 남방은 20-25불정도, 티는 10-20불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른 유명 브랜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 난리가 날 수 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옷 고르는 것도,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는 것도, 카운터에서 옷값을 지불하기까지 오랜 시간 줄을 서는 것도 귀찮아 거의 사질 않았다(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옷을 좀 살 걸 그랬다는 생각이 잠시 든다.^^). 아무튼 이렇게 옷 구경, 사람구경 하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차로 돌아왔다. 차에는 사람들이 산 옷, 신발, 시계 등으로 가득했고, 우리는 다시 밴쿠버로 행했다. 하지만 국경에서는 큰일이 기다리고 있었으나 차안의 어느 누구도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