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ary Call

2014/05/18 14:17

인턴은 4주마다 텀 체인지가 있어 일하는 과가 바뀌게 된다. 각 과의 업무량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난이도에 따라 각 과에 점수를 부여해 1년 동안 돌게 되는 모든 과의 총점을 비슷하게 맞추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그러니 어떤 달은 편한과를 돌게 돼 오프도 자주 나가고 삶에 여유가 있지만 어떤 달은 오프는 고사하고 매일 하루 2~3시간도 제대로 못자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난이도 9~10점 되는 힘든 과로 정형외과, 내과가 있고 편한 과로는 강서미즈메디 파견, 안동병원 파견 같은 게 있다.

10점이 최고점이라 10점일 뿐 실제 체감 난이도는 20이 넘는다는 정형외과 다음으로 내과는 난이도가 높다. (정형외과가 힘든 이유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얘기해보려고 한다.) 내과의 난이도가 높은 이유는 하루에 100통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병동 콜과 수많은 루틴 드레싱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프라이머리 콜 때문이다. 프라이머리 콜이 뭐냐 하면 환자에 문제가 생기면 병동에서 어떻게 할지 오더를 묻는 전화를 하는데 그게 프라이머리 콜이다. 다른 과들은 프라이머리 콜을 보통 레지던트 1년차가 받는데 내과는 그것을 인턴에게 시킨다.

프라이머리 콜의 종류는 다양하다. "환자 Hb 수치가 낮아요." "환자 fever가 있어요." "환자 dyspnea가 있어요." "환자 혈압이 높아요." 등등등.. 다양한 증상으로 콜을 받게 된다. 흔한 증상에 대해서는 인계장에 나와 있지만 처음 프라이머리 콜을 받게 되면 머릿속이 하얗게 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는다. 쉬운 증상이든 어려운 증상인든 프라이머리 콜을 받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하지만 ABGA나 L-tube insertion 같이 콜 받고 시행하는 단순한 프로시저를 하는 것보다 프라이머리 콜은 정말 내가 의사로서의 일을 한다는 생각을 준다. (정말이지 평소 일을 하다보면 난 파란 옷을 입고 있는 일용직 노동자 같다는 기분이 든다.ㅠㅠ) 내과를 돌던 다른 동기들을 보면 콜을 받고 어떤 약을 써보자, 어떤 프로시저를 해보자고 오더를 내는 것을 보면 뭔가 제대로 된 의사 일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나도 힘든 내과를 돌게 된다. 근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돌게 될 hematology는 유일하게 인턴이 프라이머리 콜을 받지 않는 내과의 분과다. 아마도 환자가 중환이어서 인턴에게 그 일을 맡기지 않는 것 같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프라이머리 콜 받는 것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던 터라 마음이 놓이면서도 의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볼 수 있는 수련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마지막 텀에 강남내과가 한 번 더 있지만 그때는 픽턴들을이 사가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레지던트가 되면 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프라이머리 콜을 받지 않게 된 것에 양가감정이 드는데 정작 일을 시작하면 프라이머리 콜을 받지 않아서 몸이 편해진 것을 더 좋아할지 모르겠다. 인턴은 쉬는 시간이 많을수록 좋으니까..

2014/05/18 14:17 2014/05/18 14:17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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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은
    2014/05/23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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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오빠 바쁘게 지내고 있네요~ 안그래도 카톡 함 해봐야지 하고 보니까 오빠 이름이 사라졌더라구요 그래서 블로그 왔어요 캬캬
    • 승호
      2014/06/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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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은아 오랜만이야~~^^
      휴대폰 바꾼 거야? 왜 내가 사라졌을까...ㅎㅎ
      여튼 톡할게~
  2. 김정훈
    2014/05/30 04:4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미드메디 라는 병원도 있구나...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인데 좀 다르네
    • 승호
      2014/06/01 17:22
      댓글 주소 수정/삭제
      이런 건 잘 찾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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