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생활을 하려고 필리핀의 물가를 알아보니 생각보다 비쌌다. 예전에 얼핏 들은 기억으로는 한 달에 50만원이면 수영장 딸린 집에서 개인과외선생님을 두고 영어를 배운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완전 딴판이었다. WHO에서 인턴을 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보통 숙소는 보통 한인 홈스테이나 몰에 있는 아파트에서 생활을 했다. 한인 홈스테이는 한 달에 대략 70만 원 정도이고, 아파트는 그것보다 비쌌다. 숙소가 좋든 나쁘든 잠만 자면 되는데 그렇게 돈을 내기가 아까웠다. 차라리 저렴한 숙소를 구하고 남은 돈으로 맛있는 음식이나 즐기는데 쓰고 싶었다.
처음 생활하면서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이 모기와 더위였다. 모기에 물리는 것도 짜증났지만 필리핀은 말라리아와 댕기열이 있는 곳이라 그게 가장 신경 쓰였다. 그 문제는 침대에 모기장을 치는 것으로 해결. 필리핀에 처음 왔을 때는 무척 덥게 느껴져서 선풍기를 틀어도 잠자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겨울이라 기온이 떨어진 건지 몸이 이곳의 온도에 적응한 건지 요즘은 선풍기를 틀지 않고도 잘 잔다. 샤워실도 지저분하다고 느꼈는데 금방 적응이 됐다. 뭐.. 제중학사도 처음에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까 걱정했지만 지금은 잘 살고 있으니..
이곳 생활에 적응이 되니 ASI의 좋은 점이 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사실 ASI는 대학원이다. 그러니까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대학원의 기숙사가 되는 것이다. 베트남, 미얀마, 중국 등 아시아의 다양한 나라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살고 있는데 학생들 하나하나가 다 착하다. 이 친구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얘기하겠지만 이 친구들 때문에 이곳에서의 생활이 활기차고 생기 있어지기 시작했다. 또 WHO와 걸어갈 정도 가까운데다 문 앞을 지나가는 모든 Jeepney가 WHO를 지나가기 때문에 교통이 무척이나 편하다. 근처에는 Robinson mall이라는 대형 쇼핑몰도 있고 ASI 바로 앞은 재래시장이 있어 생활하기도 편하다. 무엇보다도 ASI 주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전하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 들어가도 안전해서 좋다. (안전하다고 해도 늘 경계는 하고 다닌다.) 게다가 문에 항상 경비가 감시하고 있고..
지금은 이곳에서 살고 있는 게 너무나 좋다. 특히 여기 친구들 때문에 이곳을 떠나기 싫어진다. 지금도 몰에 있는 아파트로 들어갈 수는 있다. WHO에서 같이 인턴을 하는 분이 언제든 그냥 들어와 살아도 좋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아파트로 가면 돈도 절약되고 좋은 시설에 쾌적한 삶을 살겠지만 난 지금 생활이 너무도 행복하다. 인턴생활이 끝날 때까지 여기서 지낼 생각이다. 처음 도착해서 어떻게 살까 걱정하던 내가 ASI를 이렇게 좋아하게 되다니 생각하면 참 웃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