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해부학실습이 시작됐다. 해부학은 의전원에 지원하면서 가장 걱정이 됐던 부분이었다. 팔에 주사바늘을 찌르는 것도 보지 못할 정도로 비위가 약한 난 어떻게 사람의 몸에 칼을 댈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집에서도 얘가 해부하다 기절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막상 해부학 실습을 하니까 긴장이 되기는 해도 담담했다. 그동안 실습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고,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생활하다가(특히 먹을 때) 상상이 되면 힘들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생각했던 것처럼 거부감이 들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만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방부액 냄새만 어떻게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실습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 시신을 기증하신 분들이 정말 대단한 결심을 하신 거구나. 해부를 하는 동안 최대한 많이 배우려고 공부하고 노력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 겠구나 하고 말이다. 전에 선배한테 들은 말이 있다. 나중에 이분들 화장을 할 때 실습할 때 좀 더 열심히 할 걸 후회가 됐다고 한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지치게 되니까.. 나 역시 힘들고 지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을 보면서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부학이 끝나는 날까지 지금 이 마음 지킬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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