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 학점이 나왔다. 물론 지난주가 학점정정기간이어서 학점을 미리 확인은 했지만 이제 이번학기 학점이 확정되어 성적표에 공식적으로 기재된 것이다. 이번학기 성적..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존 학점을 현상 유지할 수 있는 정도가 나왔다.
이번학기는 나의 4학년 2학기, 마지막 학기였다. 교환학생을 가는 바람에 학점이 부족해 18학점을 다 채워들어야 졸업이 가능했지만 18학점을 다 들었다가는 의전공부를 전혀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9학점은 추가학기에 듣고 이번에 9학점만 듣기로 했다. 추가학기로 내지 않아도 될 등록금 200만원을 내게 됐으니 부모님께 죄송해서라도 열심히 해서 학점을 잘 받기로 결심하고 학기를 시작했다. 세 과목밖에 되질 않으니 최소 전 과목 A0가 목표였다.
하지만 생체물리화학 중간고사성적이 지금까지 받은 점수 중 가장 형편없는 성적이 나와 버렸다. 사실 생체물리화학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이 전공필수과목은 캐나다 교환학생을 갔을 때 수강했던 과목이다. 이 과목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이 나와는 맞질 않아 캐나다에서 듣고 과목대체를 받으려고 수강했다. 그런데 교수님이 캐나다에서 수강한 과목의 커리큘럼이 생체물리화학과 좀 다르다고 해서 과목대체를 안 해주셨고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시 이 과목을 듣게 되었다. 이 과목 때문에 추가학기 등록금도 올라갔다. 듣지 않아도 될 뻔했던 과목인데 성적까지 바닥으로 나왔으니 그 교수님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른다.
생체물리화학 중간고사성적이 너무 개판이어서 학기 내내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이거 진짜 C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성적표에 B 몇 개 있는 것도 짜증나는데 성적표에 C가 찍힌다는 생각을 하니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중간고사 하나로 나의 이번학기 목표는 날아갔고 생체물리화학을 B+이라도 받는 걸로 목표를 바꿨다. 문제는 기말고사를 잘 볼 자신이 없었다. 중간고사 보기 전까지 퀴즈를 몇 번 봤는데 퀴즈성적은 계속 상위권을 유지해서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중간고사성적이 거의 최하로 나왔기 때문이다.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니 기말을 잘 볼 자신도 없고 그렇지 않아도 눈에 가시 같은 과목이니 공부하기도 싫고 상황은 점점 안 좋아졌다.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왔을 때 정말 C를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일주일정도 지난 후 생체물리기말고사 성적이 공지가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보다 결과가 잘 나왔다. (지금도 교수님의 채점기준을 모르겠다.) 그 덕에 간신히 B+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중간고사를 너무 못 봐 A가 예전에 물 건너가는 바람에 원래의 목표를 이루진 못했지만 C가 나오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나머지 두 과목은 목표했던 대로 나왔으니 이번학기 절반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대학 와서 마음고생 가장 많이 했던 이번학기가 끝나서 후련하다. 이제 남은 마지막학기 마무리를 잘해서 이 길고 긴 대학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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