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2014/05/03 16:56
제주 한라병원에서 기억에 남는 환자의 이야기다.

한라병원 71병동은 신경외과 병동으로 뇌출혈 환자들이 많이 입원한다.

뇌출혈 환자의 특성상 몸에 마비가 오는 경우도 많고 재원기간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있던 당시 미얀마에서 일하러 왔다가 사고를 당한 환자가 있었다.

제주 인근 바다에서 일을 하던 중 배에서 떨어져 척추 뼈가 부러지고 뇌출혈이 생겨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가 된 환자다.

이 미얀마 환자는 L-tube 일명 콧줄을 무척이나 싫어했는데 그래서 수시로 빼곤 했다.

그럴때마다 난 다시 빠진 L-tube를 넣었는데 그럴 때마나 완강히 거부해서 어찌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

이날도 역시 미얀마 환자는 L-tube를 뺐고 나는 다시 넣고 있었다.

L-tube를 넣는데 자꾸 왼손으로 못하게 해서 간병인에게 왼손을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다니 L-tube를 넣는데...

마비된 오른손이 서서히 L-tube로 향하는 게 아닌가!!! 

간병인도 "민트, 오른 팔 움직인다.!!!" 외쳤고 병실 사람들은 모두 모여 그 기적의 순간을 바라봤다.

얼마나 L-tube 넣는 게 싫었으면 마비된 팔이 움직일까??

물론 운동신경이 돌아온 걸 모르고 있던 거지만 마비된 팔이 움직이는 순간 얼마나 놀랍고 웃기던지..

이 미얀마 환자는 부산으로 transfer 가는 비행기 안까지 나와 함께 있었다.

부산으로 간 이후 소식이 끊겼지만 재활치료가 잘 돼서 미얀마로 잘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4/05/03 16:56 2014/05/03 16:56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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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정훈
    2014/05/30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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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 나중에 선물 들고 닥터 신 찾아올듯
    • 승호
      2014/06/01 17:31
      댓글 주소 수정/삭제
      나중에 때리러 오지 않으면 다행이지.
      L-tube 넣을 때 나를 노려보는 눈빛이 아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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