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장미여관으로

 | 감상
2012/02/01 03:57

며칠 전에 주형이가 이파니씨가 주연으로 하는 연극을 보고 싶다고 얘기를 꺼냈다. 마광수 교수님의 수제자(?)인 주형이는 공연이 마광수 교수님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는 것과 예쁜 이파니씨가 주연이라는 것에 끌렸던 것 같다. 이파니씨가 보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였고..ㅎㅎ 기꺼이 같이 보러가겠다고 했다. 그러다 주형이가 오늘이 이파니씨가 나오는 날이니 보러가자는 문자가 왔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연극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보게 되었다.

오늘은 뭔가 운이 좋은 하루다. 티켓박스 오픈 시간보다 일찍 갔는데 아주머니가 자리를 고를 수 있게 해주시는 거다.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예매를 해도 인터넷으로 자리를 고를 수 없고, 티켓박스에서 선착순으로 좋은 좌석을 배정받는 시스템이다.) VIP석에다가 자리를 첫 번째로 배정받으니 자리가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는 이파니씨와 악수할 수 있다는 무대 바로 앞의 가운데 자리를 골랐다.

우리의 운은 계속 이어졌다. 표를 받고 시간을 죽일 겸해서 근처에 카페베네로 들어갔다. 근데 그 카페베네에는 배우 김수로씨를 비롯해서 연극 연기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가서 말을 걸거나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연예인들과 같은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연극 시작. 너무나도 예쁜 이파니씨에게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외모가 일반인과는 다른 세계에서 온 것과 같았다. 전신에서 후광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연예인은 이래서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변태 같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연극도 연극이지만 이파니씨를 보는 게 첫 번째 이유였으니까..)

연극 중에 관객과 호흡하는 부분이 있었다. 아까 말했지만 우리 자리는 정말 좋아서 이파니씨와 작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이때 이파니씨가 나에게 자신이 3집 가수라며 노래를 들어봤냐고 마이크를 주는 것이다. 한없이 소심해지며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예”라며 멍청하게 대답했다.

또 이파니씨의 상대배우는 나를 보며 이승철씨가 왔다고 관객들을 향해 뻥을 친다. 옆에 있던 주형이가 “이승철 맞아요.”라고 같이 뻥을 치니 공연장은 바로 술렁이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배우는 나에게
“이승철씨가 여기 왠 일이세요?”
“......”(소심한 난 얼어서 아무 말도 못했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세요.”
(주형이의 코치를 받아..)“캐스팅하러 왔어요.”
“심사하러 오신 건 아니시구요?”
“아.. 예..”
“이파니씨의 무대를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실 건가요?”
“1000점입니다.”
이런 어색한 대화가 연극의 일부가 되었다. 수줍음만 없었으면 주형이나 나, 둘 중 하나가 무대에 나가 이파니씨와 같이 춤도 췄을 것이다. 그래도 난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이파니씨와 악수한 걸로 만족한다.

우리의 운은 끝없이 이어졌다. 커튼콜 때였다. 갑자기 이적의 ‘다행이다.’가 흘러나오며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 주인공은 이파니씨의 애인.

그랬다!!! 오늘은 이파니씨가 프러포즈를 받는 날이었던 것이다. 동료 배우들은 케이크에 불을 붙여 들고 오며 축하해주고 남자친구는 무릎을 꿇고 반지를 내밀었다.(아직까지 이게 진짜 프러포즈였는지 잘 모르겠다. 상황을 봤을 때 관객들을 위한 연기 같지는 않았다. 뭐.. 내일 연예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멋진 프러포즈였다. 이런 프러포즈 자리에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이렇게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 둘이 결혼한다고 하니 부럽기도 하고, 나도 결혼하고 싶어진다.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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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포즈 받는 이파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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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주는 연기자들

아무튼 주형이와 함께 했던 연극 ‘가자! 장미여관으로’..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극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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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변태 성욕자 마 교수, 그는 어느 날 세 커플을 자신이 운영하는 장미여관으로 초대하는데...
첫 번째, 스타를 꿈꾸는 소녀와 성상납을 강요하는 매니저 커플
두 번째, 현직 3선 국회의원과 학력을 위조하여 미대교수가 된 커플
세 번째, 고등학교 여선생과 여선생을 사랑한 고등학생 커플
왜? 변태 성욕자 마 교수는, 그들을 장미여관에 모이게 했는지??


이제 연극자체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연극을 보기 전 관람후기를 찾아봤는데 연극에 대해 비판적인 글에 추천이 많았다.(하지만 연극에 대한 호평이 대부분이다.) 열정적으로 연기한 배우들 때문에 연극을 비판하기 미안하지만 전체적으로 연극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다른 연극에 비해 배우들의 발성도 별로라고 생각되고, 음향시설도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여배우가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는 마이크가 안 나온 건지 반주에 목소리가 완전히 묻혔다. 마치 노래방에서 마이크 없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노래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이게 연극인지 뮤지컬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화가 잘 되었다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텐데 좀 어색했던 것 같다. 또 캐릭터를 너무 과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극중 인물에 몰입도 되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열연하는 배우들의 노력에 비해 무대가 좀 아쉽긴 했다.

2012/02/01 03:57 2012/02/01 03:57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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