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 사가르는 자이살메르 남동쪽에 있는 인공호수다. 물이 맑지는 않지만 황토색의 건물들로 둘러싸인 넓은 호수는 우리가 흔히 보지 못했던 풍경을 연출한다. 참 아름다운 곳이니 자이살메르에 갈 기회가 있는 사람이라면 빼놓지 말고 들러보시길.
가디 사가르
실제의 모습이 훨씬 아름다운 가디 사가르
물은 더러워 보여도 고기는 무척 많다.
과자 한 조각만 던져도 징그러울 만큼 많은 메기가 모여든다.
가디 사가르는 자이살메르 남동쪽에 있는 인공호수다. 물이 맑지는 않지만 황토색의 건물들로 둘러싸인 넓은 호수는 우리가 흔히 보지 못했던 풍경을 연출한다. 참 아름다운 곳이니 자이살메르에 갈 기회가 있는 사람이라면 빼놓지 말고 들러보시길.
자이살메르는 인도의 동쪽 끝에 있으며 낙타 사파리로 유명한 곳이다. 나 역시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과 하늘 전체를 수놓은 별을 보기 위해서 자이살메르를 여행일정에 넣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의 느낌부터 말하자면 인도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중에 하나였고 인도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이라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특히나 아직 사막을 가보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더. 눈앞에 펼쳐진 한없이 부드럽고 고운 모래, 느릿느릿 걷는 낙타, 이런 것들이 조화된 사막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델리에서 자이살메르로 출발하는 기차는 올드 델리 역에서 출발한다. 인도에서 기차를 처음 타는 사람이라면 기차역에서의 모습에 충격을 받을 것이다. 플랫폼에 무리지어 앉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난민 수용소를 방불케 하고, 열차 선로는 난지도처럼 각종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어서 혹시 이것 때문에 열차가 탈선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게 만든다. 그리고 열차가 터지도록 타는 사람들(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도는 6인승 지프에 13명이 타는 곳이다. -_-), 자리에 앉기 위해 기차가 정차하기 전부터 반대편 플랫폼에서 선로로 뛰어대려 열차를 기다리는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보지 못하는 낯선 상황에 놀라지만 나중에는 적응되어 당연히 받아들이게 된다.
기차는 자이살메르까지 거의 20시간을 달린다. 기차를 타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막을 달리면서 모래바람이 기차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일단 모래바람이 들어오면 2~3미터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지가 가득하게 된다. 가방이나 의자 모든 것에 모래층이 쌓이게 된다. 그 정도로 모래가 많이 들어오니 그렇지 않아도 호흡기가 약한 나에게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덥고 지저분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이제는 인도에 온지 4일째. 모든 것이 익숙해지고 적응되고 있었다.
인도의 여러 도시를 둘러보고 다시 찾은 델리. 처음 도착해서 두려움에 떨던 델리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모든 것이 익숙하다. 하지만 인도여행에서 나에게 델리라는 도시는 그리 기억에 남는 도시는 아니다. 원래부터 대도시를 좋아하지 않고 델리의 볼거리들 역시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코를 막히게 하고 목을 따갑게 만드는 지독한 매연은 다시 이 도시를 찾고 싶은 생각을 사라지게 한다.
이제 인도에서 남은 기간은 이틀. 마지막 날은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둘러볼 시간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그래서 오늘 가기로 마음먹은 곳은 뉴 델리 최고의 볼거리로 꼽히는 꾸뜹 미나르 유적군이다.
셋째날은 올드 델리 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찾아 간 곳은 붉은 성. 무굴제국에 대한 역사적인 관심이 있다면 상당히 의미 있는 곳이었을 것 같은데 인도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리 흥미롭지는 못했다.
붉은 성을 나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이슬람 사원, 자마 마스지드.
인도에서의 둘째 날. 원래 계획은 하루 종일 올드 델리 지역을 둘러보고 밤기차를 타고 ‘골든 시티’ 자이살메르로 떠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차 예약에서부터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내가 타고 싶었던 3A등급은 4일후까지도 예약이 다 찬 상태였다. 예약을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기차는 다음날 SL등급이었다. 내가 3A를 예약하고 싶었던 이유는 입석표를 갖고 있는 인도사람들(인도에 온지 이틀밖에 안돼서 아직 인도사람들이 무서웠다.)이 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SL은 3A 아래 등급으로 입석표를 가진 사람들이 탈 수 있다. 그래도 델리에서 오래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죽으러 가는 기분으로 다음날 기차를 예약 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델리에서 하루를 더 보내게 됐다. 빠하르간지가 너무 더럽고 복잡하고 매연도 심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조용하고 평화롭다고 소문이 난 티베탄 꼴로니. 하지만 인도는 적응이 필요한 곳이다. 인도에서 아름답다고 소문난 도시, 깨끗하다고 소문난 도시 이 모든 것은 인도라는 나라에 적응이 되고 그 비교의 척도가 인도에 맞춰졌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티베탄 꼴로니 역시 아직 적응이 안 된 나에게는 그저 지저분한 델리의 일부였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정말 호객하는 장사꾼도 없었고, 물건을 흥정할 필요도 없었고, 평화롭고 조용했던 곳 같다.) 숙소를 정하고 대낮부터 곯아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루를 시작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모양이다. 덥기도 하고..
“형! 다시 훈련소에 온 기분이에요.”
빠하르간지에서 부산 사나이 영목이가 내게 한 말이다.
우리는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한바탕 신고식을 치룬 뒤였다. 난 나를 도와주던 할아버지가 릭샤왈라에게 맞는 것을 보고 잔뜩 쫄아 있었고, 부산에서 온 병근이와 영목이는 동전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상태였다. 이처럼 인도에서의 첫날은 훈련소에서의 첫날처럼 군기가 바싹들게 만들었다.
인도를 처음가게 되면 누구든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놀라게 된다. 어떤 사람은 델리 공항에 내리게 되면 이상한 냄새를 느낀다고 한다. 난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밖에 나가자마자 오염된 공기 때문에 숨이 턱 막혔다. 난 이런 것에 굉장히 둔함에도 불구하고 콧물이 계속 나고 목이 붓기 시작했다. 서울의 대기오염은 델리에 비하면 정말 세발의 피다.
또 도로는 무법천지다. 차선은 있지만 차선의 개념은 없고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오토릭샤 심지어 소가 뒤죽박죽 뒤섞여 있다. 신호등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역주행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은 무단횡단을 하고.. 하지만 신기한건 이런 카오스 속에서도 나름의 질서가 있고 사고도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혼잡함속에 배낭여행자의 숙소가 많은 빠하르간지에 도착했는데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은 정말 아수라장이었다. 신촌 골목만한 거리에 싸이클 릭샤, 오토릭샤, 택시가 지나다니고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소와 개까지. 그렇게 복잡한데다가 거리는 각종 쓰레기와 오물 그리고 수많은 똥이 널브러져 있다. 만약 사진을 보고 이곳을 지저분함을 상상한다면 무엇을 생각하던 그 이상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시커먼 인도사람들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것들이 익숙해지고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기까지 한 4일은 걸린 것 같다. 하지만 첫날 난 "왜 인도에 왔을까?" "어떻게 이런 곳에서 40일이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후회 속에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첫날 도착하고 잔뜩 긴장하면서도 카메라를 꺼내 빠하르간지를 찍었다. 아마 나 혼자였다면 난 카메라를 꺼낼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