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에서의 절경은 그동안의 고된 여정을 말끔히 잊게 한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설산이 병풍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하늘도 그 높은 산들 사이로 겨우 모습을 드러낸다. 웅장한 설산, 더 없이 깨끗한 하늘, 밤이 되면 하늘 가득한 쏟아지는 별들. 대자연의 장대함에 압도당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또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내가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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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에서 바라본 마차푸체르(오른쪽 봉우리)
하늘이 무척 깨끗하기 때문에 CPL필터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하늘이 이렇게 파랗다.
후보정이 거의 없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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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쏟아지는 별
사진은 그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반의반도 표현하지 못한다.
반짝이는 별, 불꽃처럼 타오르고 사라지는 별똥별.
세상 어느 것이 또 이렇게 환상적이고 낭만적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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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ABC의 아침

이곳에 서면 전 세계 산악인 60여명을 삼킨 안나푸르나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거만함이 생긴다. 해발고도 4,130m인 ABC에서 무려 4000m나 더 올라야 정상에 설수 있는 안나푸르나지만 여기서는 마치 동네 뒷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나푸르나와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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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 유명한 안나푸르나(왼쪽 봉우리)
하늘이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2010/08/08 12:20 2010/08/08 12:20
Posted by 승호

트레킹 4일째. 고도가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사라지게 되고 트레커를 위한 숙소만 남게 된다. 온도도 떨어져 샤워는 꿈도 못 꾸고 세수마저도 고양이세수를 하게 된다. 이때부터 고산병 증세가 보이기도 하고.. 그만큼 ABC(Annapurna Base Camp)에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데우랄리에서부터는 나를 둘러싸는 자연의 모습이 확 달라진다. 지금까지 잘 정돈된 논과 밭, 다양한 동식물이 우리를 지켜보는 숲길을 지나왔다면 여기서부터는 키 작은 식물과 우리를 압도하는 설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런 풍경은 MBC(Machhapuchchhre Base Camp)를 지나 ABC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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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랄리에서 MBC로 가는 길에..
이제 숲은 사라지고 거대한 설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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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 Fish Tail로 알려진 설산 마차푸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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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을 드러낸 8,091m의 고봉 안나푸르나
이제 정상이 눈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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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로 가는 길에 한 컷.
정말 꼬질꼬질했는데 사진은 현실을 왜곡하는 효과가 있다.
2010/08/07 02:03 2010/08/07 02:03
Posted by 승호

잠시 지나가는 얘기로.. 트레킹을 하다보면 종종 마리화나를 볼 수 있다. 때로는 야생에서 자라고 있기도 하고, 집 앞에서 키우기도 한다. 캐나다에 있을 때 말린 마리화나를 본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이 마리화나 때문에 연예인 여럿 큰집을 다녀오기도 하는데.. 역시 세상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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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야생 마리화나.
말리지 않았어도 마리화나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난다.
2010/08/05 23:26 2010/08/05 23:26
Posted by 승호

트레킹의 즐거움이라면 눈앞에 펼쳐진 설산을 바라보며 웅장한 대자연을 느끼는 것도 있겠지만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며 산간마을의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산을 개간하여 만든 논과 밭은 우리 시골의 계단식 논을 떠올리게 해 친근하게 다가오면서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유럽의 예쁜 도시, 건축물을 보면 아름답지만 어딘가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곳의 아름다움은 누구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삶을 위해 논과 밭을 일구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다. 그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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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를 베는 사람들
네팔은 예전 우리의 시골마을과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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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의 목적지 콤롱으로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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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산골마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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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롱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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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식 논밭들이 만들어내는 곡선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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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가까이에서..

오솔길의 따라 가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마에 끈을 두르고 무거운 짐을 이고 힘겹게 나르는 사람들, 양떼를 모는 사람들, 등에 짐을 잔뜩 실은 당나귀 무리를 이끌고 가는 사람들, 우리처럼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 또 그들을 안내하고 짐을 나르는 포터들.. 트레킹을 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또한 우연히 다양한 동식물과도 마주하게 된다. 반대편 산기슭에서 뛰어다니는 곰들, 아찔한 절벽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움직이는 사슴들, 나무사이를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원숭이들, 이름 모를 다양한 새들.. 다시 한 번 내가 자연의 품안에 있구나하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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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를 모는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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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보다 큰 볏단을 머리에 이고 가는 사람
 
2010/08/04 09:59 2010/08/04 09:59
Posted by 승호

트레킹은 보통 나야풀에서 시작된다. 즉, 트레킹을 하는 사람이라면 좋건 싫건 이곳을 지난다. 나야풀에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자를 위한 음식점과 숙소, 트레킹 용품점으로 가득한 포카라와는 다르게 네팔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의 풍경은 마치 70-80년대 한국의 시골마을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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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3 11:32 2010/08/03 11:32
Posted by 승호

많은 여행자들이 네팔에 오는 이유는 히말라야를 보거나 등정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보통 히말라야 트레킹하면 산악 전문가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렇지가 않다. (저질체력에 등산경험이라고는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문외한인 나도 한 걸 보면...ㅡ.ㅡ) 트레킹 중 만난 등산동호회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지리산을 종주할 정도만 되면 문제없을 것이라 한다. 오히려 지리산은 짧은 대신 급경사가 많은 반면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일정이 길지만 경사가 완만해 할 만하다고.. 트레킹을 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보통 오솔길을 따라 걷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정상에 다 와서 고산병 때문에 정상을 보지 못하고 내려가는 수가 있으니 그것만 조심하면 누구나 트레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레킹을 하기 전에 준비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입산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입산허가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페와 호수 남쪽에 있는 안나푸르나 자연 보호 협회(ACAP)로 가면된다. 사진 2매가 필요하며 신청서 작성만 하면 즉석에서 발급해준다. 이곳에 가기 귀찮으면 레이크사이드 주변의 여행사에 들어가서 수수료를 내고 발급받을 수도 있다. 두 번째, 포터를 고용할 수도 있다. 포터는 흔히 짐을 들어주는 사람인데 한 사람이 10kg정도의 짐을 들어준다. 굳이 짐 때문이 아니더라도 길을 알려줄 수 있고, 여러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포터가 한 명쯤 있으면 좋다. 마지막으로 레이크 사이드 주위의 트레킹 용품점에서 트레킹에 필요한 장비를 빌릴 수 있다. 경험상 트레킹에 가장 필요한 것은 두터운 잠바와 침낭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숙소는 난방이 되지 않아서 추울 때는 방안의 물이 얼 정도라고 하니 준비 없이 가게 되면 무척 고생할 듯하다. 그리고 피부와 시력의 보호를 위해 선크림과 선글라스로 필수적으로 챙겨야 한다.

트레킹의 코스는 다양하다. 보통 인기가 많은 코스로는 3박 4일의 푼 힐 전망대를 다녀오는 코스, 6박 7일 일정으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다녀오는 코스, 8박 9일 일정으로 앞의 두 코스를 합친 코스가 있다. 나의 경우 원래는 일정이 여의치 않아 푼 힐 전망대를 다녀오려고 했는데 언제 다시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일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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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설산, 안나푸르나
2010/08/02 11:36 2010/08/02 11:36
Posted by 승호

포카라는 네팔의 제2의 도시이자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한 중간기지이며, 대자연을 즐길 수 있는 네팔의 대표적인 휴양도시이다. 나 역시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해 포카라를 찾았다.

포카라는 주변 도시와의 교통편 연결이 원활한 편이다. 인도와의 국경 소나울리에서 버스로 8시간이 걸리고,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버스로 7시간, 비행기로 20분이 걸린다. 특히 카트만두에서는 항공과 버스가 수시로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해 포카라를 찾지만 포카라 자체로도 많은 볼거리가 있다고 한다. 위에서 물이 떨어지는 일반적인 폭포와는 달리, 땅속으로 꺼지는 Devi's fall, 굽테스와르 마하데브 동굴, 티베트인 집단 정착지인 따실링 티베탄 난민촌, 히말하야의 연봉들을 뚜렷하게 볼 수 있는 히말라야 전망대 Sarangkot 등등. 보통 하루정도 자전거를 빌려 둘러보는 게 일반적인데 아쉽게도 같이 트레킹을 할 일행 중에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대신 6박 7일의 트레킹을 위해 포카라의 심장 페와 호수를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휴식을 취했다.

페와 호수는 네팔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로, 호수 주변에 여행자 거리로 유명한 레이크 사이드가 있기 때문에 포카라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페와 호수를 들를 수밖에 없다. 페와 호수에 반영되는 설산의 절경은 포카라에서 빼놓아서는 안 될 최고의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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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와 호수
2010/08/01 10:59 2010/08/01 10:59
Posted by 승호

네팔로 가는 길

2010/06/30 01:14

네팔, 하늘과 가장 가까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이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8000m 가 넘는 고봉들이 즐비한 히말라야 산맥이 가로지르는 곳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히말라야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이곳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온 것이다. 인도에서 국경만 넘으면 되는 네팔을 지나칠 수 없었다. 네팔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여행준비를 한 것도 아니지만 단지 히말라야 산맥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국경을 넘게 된다.

네팔사람들은 NEPAL이 Never End Peace And Love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아직 문명의 때가 덜 묻은 곳이 남아있는 평화로운 곳임은 맞는 것 같다. 히말라야의 설산을 보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네팔은 끝없이 이어진 히말라야의 연봉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단지 관광지로 그 모습이 보전된 것이 아닌 서민들의 생활과 함께 하는 살아 숨 쉬는 중세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수 있던 동식물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치트완 국립공원이 있으며 석가의 탄생지인 룸비니가 있다. 여행을 시작할 때는 몰랐지만 네팔은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는 나라였다.

이렇게 2주 동안의 네팔여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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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30 01:14 2010/06/30 01:14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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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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