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토익시험을 봤다. 지금까지 토익, 토플, 텝스 등 많은 영어시험을 봤지만 오늘처럼 어이없던 적은 없었다. 사건의 발단은 듣기시간에 방송이 자꾸 끊기면서 시작됐다. 몇 번 방송이 끊기니 신경이 거슬리긴 했지만 다시 틀어주겠거니 하고 문제를 풀고 있었는데 시험을 보던 한 녀석이 신경질이 났는지 그냥 문제지를 들고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당연히 감독관은 규정을 설명하면서 못나가게 했고 서로 티격태격하는 동안에도 듣기 방송은 나오고 있었다. 그 녀석은 자리에 앉았지만 그러는 사이 난 듣기 몇 문제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문제는 나중에도 다시 틀어주지 않았다. ㅠ.ㅠ
어이없는 일은 읽기시간에도 일어났다. 2차 신분증 검사를 하던 중 내 뒤에뒤에 앉은 녀석이 학생증을 신분증으로 갖고 온 것이다. 자기는 지금까지 토익을 보면서 학생증을 신분증으로 사용했다고 우기는 거다. 토익을 처음 보는 거면 몰라도 예전에도 학생증을 신분증으로 사용했으면 그때도 주의를 들었을 거다. 규정상 학생증은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이건 토익을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 녀석은 감독관과 5분이 넘도록 실랑이를 벌인 끝에 다시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부분도 짜증이 났다. 규정을 몰랐으면 몰라도 알면서도 규정을 어겼으니 시험을 못 보게 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도 감독관은 시험을 치르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암튼 집중력 없고 산만한 난 그 일이 벌어지는 동안에 문제는 안 풀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읽기시험을 보고 있는데 앞에 앉은 여자가 생리를 하는 것이다. 우연히 보게 됐는데 의자에 상당한 양의 피가 묻어있었다. 시험 보면서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동안 고민을 했다. 결국 말하지 않았는데 그 여자는 시험이 끝나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휴지로 의자를 쓱 닦고 가버리는 것이다. 오늘 여자 생리하는 걸 처음 봤는데 상당히 놀랐다. 근데 그게 하필 시험 중에 그런단 말인가?
오늘 토익은 방송 사고부터 시작해서 정말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난 것 같다. 근데 그게 하필 내 시험시간에 그럴 건 뭐람? 빨리 영어점수를 받아야 하는 처지인데.. 암튼 정말 어이없던 토익시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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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커피를 마실 때 내가 우유와 설탕을 조절해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 커피 2/3에 우유 1/3에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신다. 친구들은 그렇게 섞으면 커피우유와 뭐가 다르냐고 그러지만 커피우유와는 다른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아무튼 난 그런 커피를 좋아한다.
보통 학교에 있을 때야 학교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지만 학원을 갈 때 가끔은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학원 앞에 스타벅스는 내가 우유를 조절할 수 있어서 가끔 가고는 하는데 매번 커피를 1/3가량 버리는 게 그래서 오늘은 톨 사이즈를 시키면서 그란데 컵에 담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캐나다에서는 자주 그랬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는 안 된다는 거다. 아니 커피를 더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우유 좀 넣게 큰 컵을 달라는 것뿐인데 그게 힘든 일인가? 옷 사고 옷에 딱 맞는 쇼핑백 대신 큰 쇼핑백에 넣어 달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어이가 없었지만 안 된다는데 어쩌겠나.. 우유 넣게 공간 좀 남겨달라고 했다. 그리고 결국 또 커피를 버렸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요즘 들어 그림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유일하게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할 수 있던 분야가 미술이다.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화실에서 그림을 배웠고, 학원 선생님의 꼬임에 살짝 미대를 갈까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도 작품 보는 것을 좋아하고 미술사에 관심이 가는걸 보면 아직도 미술에 대한 흥미가 남아있는 것 같다. 취미로 하고 있는 사진도 어찌 보면 미술과 연관이 있고..
빈센트 반 고흐도 27살에 그림을 처음 시작했다던데.. 화가를 직업으로 하고 싶진 않지만 취미로라도 그림을 계속 그렸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가방에 늘 스케치북을 넣고 다니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리는 것도 멋질 것 같다.
시험 끝나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지.
어제 goSFU에서 가을학기 학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지난학기 공부 안 한건 둘째치더라도 수업조차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학점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다. 그래도 시험을 다 치렀기에 제발 F만 나오지 않아서 학점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기 바랐다(만약 F를 받는다면 비굴하긴 하지만 담당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낼 생각이었다. 사실 당연히 메일 보낼 것으로 생각해서 벌써 어떤 내용을 쓸지도 구상해 놓은 상태였다. ㅡ.ㅡ).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모든 과목이 학점뿐만 아니라 과목인정까지도 받을 수 있는 학점을 받았다.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있는데 MBB308은 기말시험 보기 전까지의 성적이 거의 꼴등을 달리고 있었고, 마지막 보고서도 완성하지 못하고 게다가 하루 늦게 제출했다. 실험 보고서를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실험보고서에 Discussion이 없는 게 말이 되는가? 또 보고서의 양을 봐도 다른 사람들은 30~40장이나 됐지만 난 겨우 10장을 넘겼을 뿐이다. 그래서 이 과목은 당연히 D나 F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 학점이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절대적인 학점을 봤을 땐 형편없는 학점이지만 지난 한 학기동안 내가 한 게 있어서 이번에 받은 학점에 절대 만족하고 있다(혹시 이게 전산착오 아닐까 해서 벌써 성적표 발송을 신청한 상태다.). 나름 A+도 있고.. 아무래도 이번 일은 의전 열심히 준비하라고 신이 주신 기회인 것 같다. 앞으로는 성실히 살아야지.
캐나다에서 어제 오후에 귀국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첫 수업을 빠지게 되었고 오늘 이대에서의 첫 수업을 듣게 되었다. 사실 캐나다에서 이대로 계절을 신청할 때만 해도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이 여기서만 개설이 돼서 듣는 건데 여대라는 게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한국에 돌아와서 이대로 수업을 들으러 가려고 하니 과연 내가 두 달을 버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근데 미국에 있는 동안, 군대에 있는 동안, 캐나다에 있는 동안 얼굴이 많이 두꺼워지긴 두꺼워 진 것 같다. 이대 교문을 통과할 때 살짝 창피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때 잠깐이고 그 뒤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보통 남자가 혼자서 여자들 사이에 있게 되면 못 견딘다고들 하는데 50명 정도 되는 수강생 중 남자는 나 혼자지만 그것도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오늘 하루 밖에 수업을 듣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두 달간의 계절학기는 별 탈 없이 잘 넘어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오늘 한 가지 충격을 받은 게 있는데 그것은 수업을 가르치는 강사 선생님이 대충 내 나이와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내 동기 중 중간에 쉬지 않고 계속 공부한 친구는 벌써 박사과정 2~3년차니 이런 상황이 말도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일어나니 충격이었다. 하긴 이제 대부분의 여자 조교들은 나보다 나이가 어릴 테니.. 내가 늙긴 정말 늙었구나 하는 기분이 든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빨리 졸업을 해야지. ㅜ.ㅜ
한국으로 돌아온 지 하루가 지났다. 내 인생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지냈으니 다시 적응하는 일이야 문제가 아니지만 그래도 캐나다에서 1년 지내면서 그 생활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차로 가득한 도로, 사람들로 붐비는 길거리, 지하철 등이 아직 많이 어색하다. 같은 사람이 사는 곳인데 캐나다와 한국의 분위기가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나라는 사람은 변한 게 없는데 캐나다에서의 나의 생활과 한국에서의 나의 생활은 마치 다른 두 사람의 생활을 보는 것 같다. 캐나다에서의 하루는 여유 있고 느리게 진행되는 반면 한국에서의 생활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성격으로 봤을 때 모든 것이 느리지만 여유로운 캐나다에서의 삶이 나에게는 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삶의 터전은 한국이니 여기 생활에 적응하고 살아야겠지만..
오늘은 한국에 온 이후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시차적응 할 틈도 없이 바쁘게 지나갔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부터 시작한 계절학기를 듣고 오후에는 친구들을 만나 의학대학원 시험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게다가 오늘이 마침 1월에 개강하는 수업을 등록하는 날이어서 학원에 등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캐나다에서 1년의 지내는 동안 남들보다 얼마나 뒤처지게 되었는지도, 앞으로 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게 되었다. 의대 시험을 위해 지난 학기부터 휴학을 하고 1년을 시험에만 전념하며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지금까지 아무것도 준비 한 게 없고 게다가 휴학도 할 수 없이 학교를 다니며 시험을 준비해야하는 내 상황을 보니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앞으로 12월말까지는 TEPS준비로 바쁠 것 같고 학원이 개강하는 1월부터는 본격적인 시험 준비로 사람들을 만날 시간도 없을 것 같다.
한국에 돌아온 지 이제 겨우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의 나의 생활은 이렇게 적응할 시간도 없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꿀맛 같은 휴식이 끝나고 다시 생존경쟁이 치열한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