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데생을 시작한지도 넉 달이 지났다. 그동안 1주일에 한 번 정도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린 것 같다. 좀 더 열심히 그렸으면 실력이 더 많이 늘지 않았을까 싶으면서도 어차피 즐기면서 그린다는 마음으로 했기 때문에 후회는 되지 않는다.
그림은 비교할 대상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얼마나 비슷하게 그렸는지에 따라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가 결정된다. 한 번은 수지를 그렸는데 그림을 보는 사람마다 빵 터지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눈, 코, 입 하나씩 보면 비슷한데 전체적으로 보면 수지가 아니라는 거다. 각자 누구를 그렸는지 추측해서 답을 내놓았는데 가장 충격적인 건 “이거 송강호 그린거야?”였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다는 것에 대해 만족한다. 그 후로는 사람들이 잘 모를만한 외국인을 그렸지만..ㅎㅎ
주변사람들을 그려주기 위해 데생을 시작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급한 건 아니니 천천히 연습하면서 실력을 키울 생각이다. 그래도 요즘은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어디서 그림을 배웠냐고 잘 그린다고 말해주니 기분이 좋다. 아직도 누구를 그렸는지 물어보면 모른다는 게 함정이지만 말이다.
이제 국시공부를 시작해야하니 예전처럼 그림을 그리긴 힘들 것 같다. 물론 여유가 생기면 다시 그림을 시작할거지만 아쉬운 마음에 그동안 그렸던 데생들을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잘 그린 그림이든, 못 그림 그림이든 내게는 자식같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습작 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