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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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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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모스크바 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8세의 나이에 고아가 된 유리.
지바고는 그로메코가에 입양되어 성장하고, 의사가 된 그는 그로메코가의 딸 토냐와 결혼을 약속한다.
반면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라라는 러시아 고위법관인 코마로브스키와 원치 않는 관계를 지속하지만,
이에 환멸을 느끼고 새해 전날 밤 무도회장에서 코마로프스키에게 총을 겨눈다.

여기서 라라를 마주친 유리는 그녀에 대한 호기심을 멈출 수 없지만,
사라져 버린 그녀를 뒤로한 채 토냐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2년 후, 라라는 혁명가인 연인 파샤와 결혼을 하지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자 상처받은 파샤는 군에 입대한다.
1941년 1차대전이 일어나고 군의관으로 참전한 유리는 남편을 찾아 종군간호부가 된 라라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1차 대전이 끝나고 유리는 모스크바로, 라라는 자신이 태어난 유리아틴으로 떠난다.

전쟁 후 혁명정부가 수립된 러시아에서 더 이상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유리와 그의 가족은 토냐의 고향인 유리아틴으로 떠난다.
라라가 그곳에 있는 것을 알지만 선뜻 다가갈 수 없던 두 사람은 결국 다시 만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토냐와 라라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던 유리는 라라의 관계를 알게 된
라라의 남편이자 빨치산 간사인 파샤의 지시로 빨치산캠프로 끌려가 그들과 함께 생활한다.
그곳에서 얼마 동안 있다 자신의 끔찍한 모습을 깨달은 유리는 그곳을 벗어나는데 성공하고 쓰러진 그를 라라가 발견한다.

붉은 군대가 통제하는 유리아틴, 이미 유리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그의 가족은 러시아를 떠났다.
이제 단 둘뿐인 유리와 라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라라를 위하여 그녀를 곁에서 떠나 보낸다.

예전 오리지널팀이 내한해서 공연할 때는 뮤지컬을 자주 보러 갔는데, 요즘 라이센스 뮤지컬 형식으로 국내배우들이 공연을 한 뒤로 발길이 드물어졌다. 명성황후나 남한산성 같은 우리 문화를 담은 뮤지컬이라면 몰라도 국내배우가 노란 가발을 쓰고 서양인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뭔가 어색했기 때문이다. 가끔은 오그라들기도 하고.. 물론 공연을 보면 많은 노력을 하는 게 보이지만 얼마나 노력했나 보려고 공연을 보는 건 아니지 않는가!

아무튼 오랜만에 다시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이번에 찾은 뮤지컬은 닥터 지바고.

공연이 시작하고 처음 얼마간은 너무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대형뮤지컬을 보면 화려한 시각적인 요소나 청각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한다. 무대에 탱크가 등장한다든지, 천장에 매달려있던 샹들리에가 떨어진다든지, 또는 소름끼치는 고음을 낸다든지.. 영화로 비유하자면 스타워즈나 아바타 같다고나 할까? 이런 화려하고 자극적인 요소 때문에 쉽게 빠져들게 되지만 그런 요소가 사라지면 금방 지루해지기도 한다. 실제로도 많은 뮤지컬을 보면서 인터미션 시간정도 되면 좀 지루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닥터 지바고는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연을 보는 동안 지루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자극적으로 들리거나 보이는 무대가 아닌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전개 때문이지 않나 싶다. 이건 포레스트 검프 같은 한편의 잔잔한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유리 지바고와 라라와의 슬픈 사랑이야기다. 각자의 배우자에게서 채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를 서로에게서 발견하고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은 떠나야 하는.. 또한 자기만의 방법으로 라라를 사랑하는 두 남자. 잔잔한 음악과 함께 깊은 여운이 남은 뮤지컬이다.

냉소적으로 본다면 ‘사랑과 전쟁’과 다를 바 없긴 하지만.. 잠시나마 아름다운 사랑 속으로 빠질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2012/04/22 16:50 2012/04/22 16:50
Posted by 승호

가자! 장미여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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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1 03:57

며칠 전에 주형이가 이파니씨가 주연으로 하는 연극을 보고 싶다고 얘기를 꺼냈다. 마광수 교수님의 수제자(?)인 주형이는 공연이 마광수 교수님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는 것과 예쁜 이파니씨가 주연이라는 것에 끌렸던 것 같다. 이파니씨가 보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였고..ㅎㅎ 기꺼이 같이 보러가겠다고 했다. 그러다 주형이가 오늘이 이파니씨가 나오는 날이니 보러가자는 문자가 왔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연극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보게 되었다.

오늘은 뭔가 운이 좋은 하루다. 티켓박스 오픈 시간보다 일찍 갔는데 아주머니가 자리를 고를 수 있게 해주시는 거다.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예매를 해도 인터넷으로 자리를 고를 수 없고, 티켓박스에서 선착순으로 좋은 좌석을 배정받는 시스템이다.) VIP석에다가 자리를 첫 번째로 배정받으니 자리가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는 이파니씨와 악수할 수 있다는 무대 바로 앞의 가운데 자리를 골랐다.

우리의 운은 계속 이어졌다. 표를 받고 시간을 죽일 겸해서 근처에 카페베네로 들어갔다. 근데 그 카페베네에는 배우 김수로씨를 비롯해서 연극 연기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가서 말을 걸거나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연예인들과 같은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연극 시작. 너무나도 예쁜 이파니씨에게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외모가 일반인과는 다른 세계에서 온 것과 같았다. 전신에서 후광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연예인은 이래서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변태 같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연극도 연극이지만 이파니씨를 보는 게 첫 번째 이유였으니까..)

연극 중에 관객과 호흡하는 부분이 있었다. 아까 말했지만 우리 자리는 정말 좋아서 이파니씨와 작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이때 이파니씨가 나에게 자신이 3집 가수라며 노래를 들어봤냐고 마이크를 주는 것이다. 한없이 소심해지며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예”라며 멍청하게 대답했다.

또 이파니씨의 상대배우는 나를 보며 이승철씨가 왔다고 관객들을 향해 뻥을 친다. 옆에 있던 주형이가 “이승철 맞아요.”라고 같이 뻥을 치니 공연장은 바로 술렁이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배우는 나에게
“이승철씨가 여기 왠 일이세요?”
“......”(소심한 난 얼어서 아무 말도 못했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세요.”
(주형이의 코치를 받아..)“캐스팅하러 왔어요.”
“심사하러 오신 건 아니시구요?”
“아.. 예..”
“이파니씨의 무대를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실 건가요?”
“1000점입니다.”
이런 어색한 대화가 연극의 일부가 되었다. 수줍음만 없었으면 주형이나 나, 둘 중 하나가 무대에 나가 이파니씨와 같이 춤도 췄을 것이다. 그래도 난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이파니씨와 악수한 걸로 만족한다.

우리의 운은 끝없이 이어졌다. 커튼콜 때였다. 갑자기 이적의 ‘다행이다.’가 흘러나오며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 주인공은 이파니씨의 애인.

그랬다!!! 오늘은 이파니씨가 프러포즈를 받는 날이었던 것이다. 동료 배우들은 케이크에 불을 붙여 들고 오며 축하해주고 남자친구는 무릎을 꿇고 반지를 내밀었다.(아직까지 이게 진짜 프러포즈였는지 잘 모르겠다. 상황을 봤을 때 관객들을 위한 연기 같지는 않았다. 뭐.. 내일 연예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멋진 프러포즈였다. 이런 프러포즈 자리에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이렇게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 둘이 결혼한다고 하니 부럽기도 하고, 나도 결혼하고 싶어진다.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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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포즈 받는 이파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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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주는 연기자들

아무튼 주형이와 함께 했던 연극 ‘가자! 장미여관으로’..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극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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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변태 성욕자 마 교수, 그는 어느 날 세 커플을 자신이 운영하는 장미여관으로 초대하는데...
첫 번째, 스타를 꿈꾸는 소녀와 성상납을 강요하는 매니저 커플
두 번째, 현직 3선 국회의원과 학력을 위조하여 미대교수가 된 커플
세 번째, 고등학교 여선생과 여선생을 사랑한 고등학생 커플
왜? 변태 성욕자 마 교수는, 그들을 장미여관에 모이게 했는지??


이제 연극자체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연극을 보기 전 관람후기를 찾아봤는데 연극에 대해 비판적인 글에 추천이 많았다.(하지만 연극에 대한 호평이 대부분이다.) 열정적으로 연기한 배우들 때문에 연극을 비판하기 미안하지만 전체적으로 연극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다른 연극에 비해 배우들의 발성도 별로라고 생각되고, 음향시설도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여배우가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는 마이크가 안 나온 건지 반주에 목소리가 완전히 묻혔다. 마치 노래방에서 마이크 없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노래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이게 연극인지 뮤지컬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화가 잘 되었다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텐데 좀 어색했던 것 같다. 또 캐릭터를 너무 과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극중 인물에 몰입도 되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열연하는 배우들의 노력에 비해 무대가 좀 아쉽긴 했다.

2012/02/01 03:57 2012/02/01 03:57
Posted by 승호

보잉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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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7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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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성기의 전원주택!! <주인공 이름부터 수상하다 ㅋㅋ>
성기의 친구 순성이 찾아오고. 자신의 약혼녀 이수를 순성에게 소개하는 성기, 그러나 약혼녀 이수가 비행 시간에 맞춰 집을 나가자 성기는 자신에게는 약혼녀가 모두 3명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약혼녀 세 명 모두 다른 항공사에 근무하는 스튜어디스로 그들의 비행 스케줄을 확인하고 시간표를 작성하여 절대로 약혼녀들이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가정부 옥희는 성기의 시간표에 맞춰 두 번째 약혼녀인 지수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해진다. 시간표대로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 지수, 성기는 다른 약혼녀들의 전화와 편지로 인해 지수에게 의심을 사자 서둘러 점심식사를 하고 지수를 배웅하러 나간다. 그 사이 예정보다 일직 도착한 혜수가 순성을 성기로 착각하고 키스를 퍼붓는다. 그녀는 자신의 실수에 불쾌해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고 성기는 폭풍에 의해 비행 시간이 바뀐 지수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당황한 순성은 성기와 지수를 내보내려 하지만 눈치 채지 못한다. 순성은 지수가 침실로 들어간 사이 성기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성기는 힘든 설득 끝에 지수를 교외로 데리고 나간다, 이때 이수가 서울로 되돌아 온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급기야 세 명의 약혼녀가 한집에 모이게 되는데……. 순성과 성기에 협력자 가정부 옥희까지 대그빡 빠게 질 듯한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 수 있을지!!

오랜만에 연극을 보려고 인터파크를 돌아다니던 중 지난 몇 달 동안 예매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보잉보잉’이 눈에 들어왔다. 장르도 코믹이라 부담 없이 웃을 수 있겠다 싶어 예매를 했다. 그동안 대형뮤지컬을 주로 봤던 터라 유명한 소극장 연극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보잉보잉’ 2002년 초연해 9년 동안 공연한 정말 유명한 연극이었다. 이 작품은 코믹극의 대가 ‘마르꼬까블레띠’의 대본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각색한 것이라고..

공연을 본 소감은?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엄청 웃었다. 보통 두 시간짜리 공연이라 하면 보통 한 두 번은 지루한 순간이 있기 마련인데 ‘보잉보잉’은 그럴 틈이 없었다. 웃음에 인색한 나도 이렇게 웃는 공연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겼으리라 생각된다. 여섯 명의 등장인물 각각에 독특한 색깔이 있고 억지로 공감을 유도하는 것도 아닌데 공연이 시작하고 금방 캐릭터에 빠져들게 된다. 성기, 순성, 옥희, 이수, 지수, 혜수 모두 매력 있는 캐릭터지만 난 순박하고 익살스러운 ‘순성’ 때문에 무척이나 웃었다. 이 역할을 맡은 안재욱 씨가(찾아 봤는데 실물과 프로필 사진이 잘 매치가 되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다.-_-)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파출부 ‘옥희’도 너무 사랑스러운 캐릭터고..

공연 중에 배우들도 ‘빵’ 터져서 웃음 참느라 노력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는데 인간적이어서 더 좋았다. 특히 지수의 말투는 듣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오그라드는데 배우 역시 하면서 오그라드는지 웃음이 터졌고, 다른 배우들도 역시 터져버렸다. 물론 관객들은 초토화됐다. 이런 게 없었으면 너무 부담스럽게 귀여운 척하는 지수라는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미리 짜인 각본인지 모르겠지만 공연 중간 중간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관객들이 무대에 빠져들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았다.

‘보잉보잉’은 배우마다 캐릭터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큰 스토리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연극의 색이 바뀔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만간 다른 배우들의 ‘보잉보잉’을 보러가지 않을까 싶다. 다시 보고 싶을 만큼 공연이 재미있었다. 9년 동안 사랑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사랑받는 거다.

아무튼 연극을 볼 기회가 있다면 ‘보잉보잉’을 꼭 보시길~

2011/09/07 23:27 2011/09/07 23:27
Posted by 승호

지구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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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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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가 소방서에서 일할 때였으니 벌써 6~7년은 된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인도는 참 생소한 나라였다. 책을 읽으면서 난 인도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인도에 가면 어디서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영적인 성숙을 하고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무렵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했다.

‘지구별 여행자’는 류시화 시인이 인도를 여행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된 에피소드를 모은 책이다. 기차 안에서, 길거리에서, 숙소에서 또 걸인에서부터 사두까지 다양한 장소와 사람들이 그에게 깨달음을 준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인도에 가기만 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에게 깨달음을 줄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된다. 어쩌면 메마르고 삭막한 일상을 벗어나 영적으로 풍부해지고 싶은 욕구가 나를 더욱 그렇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인도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지구별 여행자’는 너무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쓰인 책이라고 비판한다. 여행하면서 생긴 해프닝을 과장되게 깨달음과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나도 그 말에 어느 정도 동감한다. 인도를 까칠한 눈으로 본다면 그저 덜 개발되고 지저분하고 여행자를 속이는 사기꾼들로 득실거리는 나라다. 다만 문화적으로 우리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독특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 그런 경험들이 신비롭게 포장되어 우리에게 전해진다.

책에 소개된 안마 왈라1)를 한 예로 들어보자. 인도 바라나시 가트에 가면 'Hi! my friend.'라며 악수를 청하며 접근하는 이들이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안마 왈라다. 손을 내밀면 악수하는 것처럼 하다 손을 지압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안마를 받도록 꼬드긴다. 때로는 영적인 듯한 말로, 때로는 아무런 동의를 구하지 않고 안마를 시작하고, 때로는 손만 받아보라면서 시작해서 전신을 다하기도 하고.. 결과는 돈을 요구하지만 안마 하나만 갖고서도 정말 다양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여기까지가 이 에피소드의 사실적인 면이다. 여기서 어떤 사람은 영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이런 상황자체가 지긋지긋할 수도 있다.

영적인 나라, 인도. 어쩌면 인도는 영적으로 풍부해지고 싶은 우리의 욕망이 투영되어 우리가 이 나라를 영적인 나라로 만든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구별 여행자’를 좋아한다. ‘Big Fish’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만약 자신의 출생 이야기 중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진실만을 담은 무미건조한 이야기와 환상의 물고기 등 각종 상상 속의 등장인물이 출현하는 허구적이지만 환상적인 이야기가 있다면 자신은 후자를 택하겠다고.. 이것은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와도 같다. 굳이 무미건조한 진실만을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인도에 대한 신비로운 환상을 느끼게 되고 인도에 빠지게 된다면 난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1) 인도에서 ‘왈라’는 무엇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로 행위 뒤에 붙이게 되면 그 행위를 하는 사람이 된다. 예를 들어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은 택시 왈라, 릭샤를 끄는 사람은 릭샤 왈라라고 부른다. 책에 나온 안마 왈라는 안마를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로 류시화 시인이 만든 말이다.

2011/05/21 13:27 2011/05/21 13:27
Posted by 승호

클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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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4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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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안녕? 낯선 사람...”
첫눈에 서로에게 빠져버린 마법 같은 사랑!
서울의 도심 한복판, 출근길의 댄은 신문사에서 부고 기사를 쓰지만,
소설가가 되는 게 꿈인 잘생긴 낭만 청년.
인파 속에 눈에 띄는 한 여성을 발견하고 강한 이끌림을 느끼는데...
서로를 응시하며 횡단보도에 마주선 그들...
그러나 그녀는 달려오던 택시에 치여 쓰러지고,
얼떨결에 보호자가 된 댄은 ‘첫눈에 반한 사랑’의 운명을 예감한다.
그녀는 스트립댄서 앨리스...
그녀와 동거를 시작한 댄은 그녀의 인생을 소재로 글을 써서
소설가로 데뷔한다.
“또 다른 설레임의 시작...”
첫 눈에 빠진 사랑은 한번 뿐일까?
그러나 댄은 책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사진 작가 애나와
첫눈에 반하고 만다. 또 다른 강렬한 사랑의 시작...
다시 올 수 없을 것 같았던 순간의 느낌이 댄은 물론...
애나, 앨리스 모두를 혼란에 빠지게 하는데…
첫눈에 반한 운명 같은 사랑...
과연 그것은 진정한 사랑일까?


공연시간

평일 : 오후 8시
토요일,일요일,공휴일 : 3시,7시
(*월 공연없음)

생각지도 못하게 주형이가 표를 줘서 보게 된 연극 클로져. 이 연극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단연 스트리퍼로 변신한 국민여동생 문근영 씨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연극을 보고 문근영 씨 연기에 대한 얘기가 제일 먼저 나왔다. 연극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예쁜 여배우 문근영을 넘어 극중 앨리스라는 인물로 감정이 이입되지는 않았다. 특히나 스트리퍼 복장을 하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좀 아니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연기를 떠나 아이 같은 얼굴이 앨리스라는 인물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예전에는 귀여운 국민여동생으로 대중적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그런 이미지가 그녀의 변신에 발목을 잡는 것 같다. 공연 초반에 보이시한 모습으로 나왔을 때 빼고는 그 뒤의 모습은 어린 아이를 일부러 나이 들어 보이도록 분장한 것처럼 보일 뿐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다음으로 연극 자체에 대해 좀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연극은 정말 친한 이성 아니고서 이성과는 보기 민망할 정도로 선정적이다. 줄거리 또한 우리의 정서와는 달라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는 면이 있다. 연극의 줄거리를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사랑과 전쟁 - 맞바람 편’이라고나 할까? 무대장치가 간소해서 배경에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배우의 감정과 표정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래리 역의 배성우 씨 외에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배우는 없었다. 연극을 보면서 연극에 빠져드는 느낌 없이 멀리서 연극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주형이가 정말 좋은 자리를 예매해서 배우들의 눈빛까지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연극에 몰두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멀리서 바라보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나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연극을 보는 동안 현실에서 벗어나 연극 안의 세상 속에 있는 듯한 환상을 원한다. 그렇지 않다면 열심히 준비한 아마추어 연극동아리와 다른 게 뭐가 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연극 클로저는 그저 볼만한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예쁜 여배우 문근영 씨의 연기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오늘 연극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 배성우 씨에 대해 잠깐 말해보고 싶다. 사실 오늘 공연을 보기 전에는 배성우라는 전혀 배우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 내내 이 배우에게만은 빠져들었다. 정말 배성우라는 배우자체가 극중 래리 같았다. 우리를 웃게 하고 슬프게 하는 그야말로 공연 내내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는 배우였다. 얼마나 인상적이었으면 집에 와서 이 배우가 출연한 다른 작품도 검색을 해봤을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인상적이었던 김선영 씨의 공연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앞으로 이분이 나오는 연극은 주의 깊게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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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역의 배성우 씨
2010/09/24 02:35 2010/09/24 02:35
Posted by 승호

방학을 이용해 다녀온 키스 해링전. 지난 겨울 앤디 워홀전이 이어 두 번째 팝아트 전시회다. 팝아트에 크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기에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찾아다니게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키스 해링하면 떠오르는 단순하지만 친근한 낙서 같은 그의 작품을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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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키스 해링의 작품 중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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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
일종의 회고록과도 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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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ce = Death
그가 에이즈로 죽기 전에 그린 그림

키스 해링이나 앤디 워홀의 작품은 미술관 안에만 있던 미술은 밖으로 끌고 나와 대중과 소통을 할 수 있게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일부 계층만이 소유하고 향유하던 문화가 모든 사람에게 열린 것이다. 팝 아트는 특정 사회적 상황을 충실히 반영하고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이미지를 이용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어깨동무하고 있는 두 사람과 그 위에 빛나고 있는 하트. 한 예로 키스 해링의 이 작품만 보더라도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쉽게 상상이 된다. 또한 대량 생산이 가능해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원한다면 소유할 수도 있게 됐다. 이렇게 우리의 생활에 예술이 자연스럽게 자리한다는 것,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2010/08/27 13:09 2010/08/27 13:09
Posted by 승호

사진반에서 스티브 맥커리 사진전을 다녀 온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동안 미술전은 새로운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찾아다녔지만 사진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름 처음 본 사진전이라는 의미가 있기에 시간은 지났지만 사진전에 대한 감상을 몇 마디 끄적여볼까 한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스티브 맥커리라는 사진가를 들어왔을 법하다. 나 역시 스티브 맥커리라고 하면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의 ‘아프간 소녀’를 찍은 작가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의 이력을 잠깐 살펴보자면 세계적 보도사진협회 매그넘의 회원이자 로버트 카파, 올리비에 어워즈를 수상, 내셔널 지오그래픽 대표 사진가라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진가다. 그는 세계 속에 감추어진 전쟁과 분쟁에 의해 만들어지는 참혹한 모습들로부터 곳곳에 숨겨져 있는 세계 속 장관인 풍경, 인간들의 평범한 삶의 모습 속에서 찾아지는 각국의 정서와 문화를 생생하고 아름다운 그만의 표현력으로 카메라에 담아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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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을 보면서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고 감탄했다. 그림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구도에 가장 아름다운 색의 조화를 이룰 수 있지만 사진은 그렇지가 못하다. 현실에 있는 대상 고유의 색을 주변과 잘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하며, 프레임 안에 가장 이상적인 구도로 배치해야 한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지는 그림과 다르게 사진은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구성되고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단순히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보이는 그대로를 담는데 그치지 않고 예술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보면서 색의 대비, 구성, 그리고 사람의 감정이 들어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색감 역시 인상적이었지만 포토샵이 발달한 지금, 후보정을 통해 작가가 의도하는 색감의 사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색감은 나에게 그리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물론 그의 사진 속의 색감이 대중에게 인도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만들어준 부분은 인정한다. 우리가 흔히 인도라고 하면 떠올리는 사진, 그리고 그 사진속의 색감을 통해 실제 인도와는 또 다른 우리 상상 속의 인도가 머릿속에 이미지화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인도사진이 그의 사진 스타일처럼 후보정 되고 있고.. 아무튼 색감을 떠나 다시 그의 사진에 대해 얘기해보면 그의 사진에서 색의 대비는 정말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아프간 소녀’의 사진을 보더라도 소녀의 붉은 색의 옷과 대비되는 녹색배경, 그리고 배경과 조화를 이루는 소녀의 눈동자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마치 빈센트 반 고흐가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노란색에 푸른색의 대비를 주는 것처럼.. 사진을 찍으면서 대상만을 따라다니며 찍는 것이 아니라 주위와의 조화를 고려한 모습도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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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구성적인 면에서도 그의 뛰어난 능력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장관인 풍경 속에서 그 모습을 담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주제와 더불어 사진을 재구성하여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사진을 보여준다. 타지마할이라는 뛰어난 대상을 배경으로 구성한 사진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사진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카메라로 같은 조작을 통해 찍게 되면 누구나 같은 사진을 얻게 되지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이런 구도를 담는다는 면에서 사진이 예술의 영역임을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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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인물사진을 통해 그 인물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능력에 다시 감탄하게 된다. 사진을 찍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도 감정이 들어나는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하지만 그의 사진 속에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느껴진다. 다른 나라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로부터 그런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기다림과 노력이 필요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말 속에서도 이런 면을 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린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것이고, 그 사람들의 영혼이 사진 속으로 떠오를 것이다.”  -Steve McCu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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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진전을 감상하면서 사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과연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이 무엇인지, 그동안 나에게 부족했던 게 무엇인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그의 사진을 보면서 그가 이토록 유명해진 이유는 구성과 색에 대한 탁월한 감각도 있지만 고층빌딩 속에서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게 인도, 네팔, 아프가니스탄 같은 아직 개발되지 않고 순수함이 남아 있는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이 큰 공감을 샀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과연 스티브 맥커리가 한국에서 사진을 찍게 된다면 어떤 사진이 나올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사진전을 보면서 많은 인파에 밀려 사진을 보고, 프린트가 너무 크게 되어 오히려 사진의 질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처음 사진전을 다녀온 나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다. 앞으로 미술전뿐만 아니라 사진전도 찾아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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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02:30 2010/06/14 02:30
Posted by 승호

이번 루오전을 다녀오기 전에는 루오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다. 단지 거친 붓 터치로 그리스도의 그림을 그린 화가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벽에 붙어있는 루오전 포스터를 보는 순간 이 화가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고 지난 1월 예술의 전당을 다녀오게 되었다.

사실 나는 ‘그리스도의 얼굴’ 그림을 보고 그를 야수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그의 그림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미술사조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알고 있던 ‘그리스도의 얼굴’과 같은 야수파의 특징이 나타나는 그림은 그의 후기작품에 나타나고, 젊은 시절의 그림에서는 표현주의나 입체주의 같은 그림이 많았던 것 같다.

“20세기 전반에 마티스와 피카소의 명성을 뛰어넘는 당대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았던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는 야수파, 입체주의, 표현주의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고집하여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화풍을 이루어낸 프랑스의 화가로, 다수의 전시를 통해 프랑스 안에서는 물론 유럽 전역과 아메리카, 일본에서 미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20세기 현대미술의 대명사이다.” -팸플릿에서

그의 그림은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고집하여 야수파, 입체주의, 표현주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화풍을 이루었다고 한다. 글쎄.. 미술사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전시회를 보고 개인적으로는 자신만의 화풍을 이루었다기보다는 다양한 화풍의 특징을 적절히 조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한 경험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그림의 윤곽선을 굵고 진하게 그린 것은 그의 그림만의 독특한 특징인 것 같다.

이번 전시회는 4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전시 주제는 <서커스>다. 서커스에서 특히 광대는 익살스러운 분장 속에 감춰진 애환이라는 주제가 화가들의 영감을 자극하기 때문에 많은 그림의 주제가 된다. 루오 역시 광대에 대한 연민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 같다. <서커스>는 루오의 초기 그림을 많이 전시하고 있는데 약간은 무거운 색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특징인 두꺼운 윤곽선을 사용한 그림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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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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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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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당한 광대

두 번째 주제는 <미완성 작품>이다. 루오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아틀리에에서 나온 작품을 부인 마르뜨 루오와 그의 자녀들이 프랑스 정부에 기증한 작품들이다. 루오는 완벽주의자로 널리 알려져 그의 미완성 작품은 그리다 만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만족하지 못해 미완성으로 남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커스>와는 다른 화풍의 그림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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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들고 있는 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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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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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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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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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여정이 아름다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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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야경 (녹색과 황색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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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녹색 실루엣, 분홍 배경)

세 번째 주제는 루오의 판화 연작 <미제레레>. <미체레레>는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지만 나에게는 그다지 관심을 끄는 주제는 아니었다. 마지막 주제는 <후기작품>이다. <후기작품>에는 우리가 흔히 루오하면 떠올리는 작품들이 있다. 초기의 그림과도 많이 달라져 강렬한 색체와 거친 붓 터치의 그림을 볼 수 있다. 또한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감이 두꺼운 층을 이루고 있어 입체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리스도의 얼굴’과 ‘베로니카’ 같은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이번 전시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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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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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2010/02/27 01:59 2010/02/27 01:59
Posted by 승호

페르난도 보테로전

 | 감상
2009/10/07 08:10

나는 미술사를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현대미술에는 관심이 가질 않는다. 아마도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피하게 만들기 때문인 것 같다. 전에 퐁피두센터 특별전을 했을 때도 가볼까 하다가 결국은 지나치고 말았다. 하지만 현대미술 중 마치 고전명화를 패러디 한 것 같은 보테로의 작품은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번 전시회로 발길을 옮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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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아마 보테로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이 그림을 통해 보테로라는 화가를 알게 되었다.
보통 무표정한 다른 그림들과는 달리 모나라자의 온화한 미소가 귀엽게 표현된 것 같다.
정말 사랑스런 그림이지만 이번 전시회에 오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보테로는 현대미술사조의 하나에 속한다기 보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그리는 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그림에서 첫 번째 특징은 뚱뚱함의 미학이다. 그는 사람은 물론 심지어 과일, 악기 같은 정물도 뚱뚱하게 그린다. 이렇게 대상을 과장함으로써 대상의 양감을 잘 나타낸다. 이러한 특징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림이 귀엽게 느껴지도록 하는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 번째로는 풍자와 해학이다. 그의 그림속의 인물들 대부분은 감정을 알 수 없도록 무표정한 표정을 짓는다. 특히 서커스를 주제로 한 그림에서 그 무표정 속에 들어있는 삶의 고난, 애환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라틴의 삶을 그린 그림들 중에는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는 그림도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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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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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도르

이번 전시회를 통해 보테로의 그림을 보면서 분명 특징적이고 흥미로웠지만 그림이 단조로워 살짝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모나리자만 보고 밝고 귀여운 이미지의 그림을 기대했는데 그 기대와 달라서 흥미를 빨리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그림은 밝은 이미지 보다는 인물의 무표정함 때문에 오히려 그 반대의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 아무튼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보테로라는 화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고전의 해석이라는 방에 있던 그림들
기존에 알고 있던 고전을 패러디한 것처럼 보이는 그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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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케즈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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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놀피니 부부를 따라서

2009/10/07 08:10 2009/10/07 08:10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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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지도 벌써 거의 한 달이 지난 르누아르 미술전. 하지만 워낙에 좋아하는 화가이고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전시회를 무척이나 보고 싶어 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기고 싶어 글을 남긴다.

아마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상주의 화가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빈센트 반 고흐와 르누아르를 뽑을 것이다. 아마도 그림의 아름다운 색감으로 인해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후기인상주의자인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강렬한 원색을 사용했고 게다가 보색을 사용해 콘트라스트를 극대화했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이 남기마련이다. 하지만 인상주의자인 르누아르 그림의 경우는 파스텔풍의 화사하고 따뜻한 색상, 그리고 몽환적이고 낭만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2007년에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를 2009년에는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를 개최한 것 같기도 하고..

나 역시 르누아르 그림의 그런 면을 좋아한다. 인생의 밝은 면을 몽환적으로 표현해서 그림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갈레트 풍차에서의 춤’을 볼 때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서 집에 걸어두고 매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걸 보면 이번 전시회의 제목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는 그의 작품에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먼저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 기억에 남는 것 몇 가지만 적어보려고 한다.(사진은 전시회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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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아마 내가 생각하는 르누아르 그림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그림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상주의는 그림을 그린 당시의 순간을 포착하기 때문에 대상의 윤곽선이 흐릿해져서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 또한 색상 역시 흰색이라고 해서 흰색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그려질 순간의 색상을 표현하게 된다. 그림에서 보면 알겠지만 흰색드레스라고 해도 파란색과 한낮의 태양빛을 나타내기 위해 약간은 붉은 노란색이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내가 표현력이 없어서 의미전달이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은데 모네의 <루앙 대성당> 연작을 찾아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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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토르소, 빛의 효과
유명한 그림은 아니지만 서양 미술사를 배울 때 교수님께서 인상주의를 설명하실 때 예로 들어주신 작품이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전시회에서 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무튼 그 당시 이 작품 때문에 말이 많았다고 한다. 여인의 살색에 녹색 계통의 색을 사용하는 것은 그 당시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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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하는 마리-테레즈 뒤랑-뤼엘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보통의 르누아르 작품과는 다르게 강렬한 원색 사용이 특이했다. 얼굴은 사실적으로 묘사 되었으면서도 머리카락과 옷은 인상주의의 특징대로 배경과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다. 강렬한 색체대비 때문에 쉽게 지루해질 수도 있겠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정말 사진은 실제 그림의 반에 반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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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소녀들
이 그림 역시 이번 전시회에서 인상적이었던 작품. 정말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 보게 된다.

이런 미술 전시회를 가게 되면 화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될 수 있어서 좋다. 보통 미술사를 공부하게 되면 그 미술사조의 특징을 배우고 화가들의 그림에서 그 특징이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 정도만 알게 된다. 물론 전공수준으로 깊이 있게 배우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하지만 이런 전시회를 통해 그 화가의 삶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림에 나타나는 미술사조의 특징뿐만 아니라 화가의 삶까지도 알 수 있게 된다. 르누아르에 대해 알지 못 했을 때는 그의 그림만 보고 부자집 자식으로 태어나 고생은 모르고 삶의 밝은 면만을 보고 자란 사람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르누아르는 사실 물감 살 돈조차 없어 힘든 화가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울한 비관적인 감정을 담아내지 않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보이게 되었다. 이것 때문에 미술관에 가는 것 같다.

다음에는 페르난도 보테로전에 대해서도 적어보려고 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2009/10/02 15:59 2009/10/02 15:59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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