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온지도 일주일이 되어간다. 미국에서 1년 살았기 때문에 특별한 어려움 없이 캐나다의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캐나다에 오면 새로운 생활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의 생활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미국에 처음 도착해서는 모든 것이 신기해서 한 세 달 정도는 이것저것 구경하고 감탄하기에 바빴는데 지금은 밴쿠버 시내를 돌아다녀도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같은 감흥이 없다. 생각보다 공부할 양이 많아서 걱정이긴 하지만 그것만 빼면 학교생활도 밴쿠버에서의 생활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기 위해서 꼭 배워야 할 게 있었으니 그게 바로 요리다. 태어나서 라면 외에는 요리를 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정말 큰 시련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밖에서 사먹거나 집에서는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먹으면 됐고, 미국에서는 홈스테이를 했으니 주인집 아주머니가 해준 음식을 먹으면 됐기 때문에 요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기숙사에서 밥을 해 먹어야한다. 물론 모든 끼니를 밖에서 사먹으면 되지만 일주일 생활을 해보니 그랬다간 물가가 비싼 캐나다에서 엄청난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오늘부터 요리를 하기로 결심했다. 요리를 한다고 해서 거창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게 아니라 최소한 기숙사 내에서 식사를 해결하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오늘 수업시간에 사귄 친구의 도움을 받아 슈퍼에 가서 장을 보고 왔다. 차가 있었기 때문에 들고 올 걱정이 없어 이것저것 골라 넣었다. 당장 요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혹시 몰라 컵라면 한 상자와 3분 카레, 3분 짜장 그리고 햇반을 필수적으로 챙겼다.
그 나이 먹도록 요리도 못하냐고 놀리던 룸메이트들도 요리를 가르쳐준다고 하니 벌써부터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아무튼 1년 동안 캐나다에 있으면서 요리하나는 제대로 배워갈 것 같다.
아무리 자신감이 넘쳐도 현실은 현실. 오늘 저녁은 3분 카레와 햇반이다.
2007/01/12 12:02
2007/01/12 12:02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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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2006년 2학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캐나다의 봄 학기는 1월 초에 시작이다. 1월 8일, SFU의 개강 첫 날이다. 아직 시차적응이 되지 않은 난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아직 시차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 보통 새벽 3시와 4시 사이에 기상을 한다. 이런 기회 아니고서는 내가 이 시간에 스스로 기상하는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수업 시간 보다 좀 일찍 기숙사를 떠나 오늘 들어갈 강의실을 확인하고 캐나다에서의 첫 수업을 준비했다. 1교시 일반 물리학 수업. 과111정도 되는 규모의 강의실에 학생들이 가득 찼다. 역시 학생들이 많으니 수업 시작하기 전은 시끌벅적하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각기 다른 인종이 영어로 떠든다는 것뿐이다. 수업이 시작되고 교수님이 이번 학기에 배울 내용, 성적평가방법, 그리고 과제물에 대해 설명을 하신다. 오늘은 수업 첫 시간이기 때문에 진도는 나가지 않고 전반적인 얘기만 있었고 수업도 일찍 끝났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은 OHP에 글씨를 직접 쓰시면서 설명을 하셨다. 난 연대에서의 강의를 생각하고 아직 캐나다는 한국처럼 강의 시스템이 발달하지 못했다고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잠시 후 내 생각이 잘못 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2교시 분자생리 시간. 간략하게 과목설명을 마치시고는 수업을 나가신다. 여자 교수님이신데 말이 정말 빠르다. 마치 토플의 렉처를 듣는 기분이다. 그래도 역사나 문화가 아닌 생물학 파트인 게 천만다행이라고 위로하고 있다. 지금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듣는데 별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 알지 못하는 내용이 나오면 고생 꽤나 할 듯싶다. 아직 필기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3교시 Metabolism 시간. 2교시에 강의하시는 교수님이 같은 강의실에서 강의하신다. 나 역시 교실 이동이 없어서 좋고 또 이 교수님의 강의가 재미있는 것 같아 잘된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이 과목 역시 수업진도는 오늘부터 나갔다.
첫 날이고 아직 아무것도 몰라 좀 얼떨떨하다. 수업시간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캐나다에서의 첫 학기 4과목이 그리 쉽지만은 않겠다는 것이다.
학생증.
예상했던 대로 그 자리에서 사진 찍고 만들어준다. 미리 머리 좀 만지고 갈 것을..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알면서도 안 한 게 후회된다.
2007/01/10 01:42
2007/01/10 01:42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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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날이다. 가족들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어제까지는 날씨가 좋더니 오늘은 눈발이 거세게 휘날린다. 은근히 비행기가 결항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다행이 서울을 빠져 나오니 날씨가 좋아진다. 역시 오늘 떠날 운명인가 보다.
공항 가는 길
공항에서 짐은 싣는 과정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짐이 너무 무거워서 짐을 풀고 다시 배분해야 했다. 문제는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전공서적과 팩소주 한 상자.. 결국 11만원을 내고 추가로 짐을 실어 보냈다. 그래도 JAL은 수하물 한 개의 무게가 아직 다른 비행사처럼 23kg으로 바뀌지 않아서 32kg으로 실을 수 있었다. 이거 아니었으면 운송비로 얼마가 깨졌을지 아찔하다. 짐을 싣고 한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했다. 돌솥비빔밥. 캐나다에서도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한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라서 선택하게 되었다.
가족과의 작별. 어머니가 또 우신다. 미국으로 떠날 때도, 훈련소에 입소할 때도, 이번이 세 번째지만 어머니의 우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또 찡해진다.
검색대를 통과해 면세점이 눈에 들어왔지만 시간이 없어 출발 게이트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건지..
면세점 주위의 사람들
일본으로 갈 비행기가 눈에 들어온다.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젠 정말 떠나는 구나.
JAL
떠나기 직전
비행기는 두 시간 가량 하늘을 날고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밴쿠버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탈 차례다.
하늘 위의 모습 l
하늘 위의 모습 ll
작품명 : 하얀 사막
게이트 앞은 밴쿠버로 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나리타에 올 땐 대부분 일본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밴쿠버로 가는 사람들 속에서는 나 혼자 낮선 곳에 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함과 외로움이 밀려오는 순간이다.
이동 중
기다리는 사람들
기다리면서..
작품명 : 공항
비행기에서 나오는 식사와 음료수를 먹고 마시며 영화를 보며 가끔은 옆에 앉아 있는 일본인에게 말을 걸며 9시간 정도를 보낸 것 같다. 깜깜하던 하늘이 조금씩 밝아진다. 밴쿠버에 도착하고 있다는 증거다. 캐나다가 눈에 들어온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깨끗하고 평온하고 아름답다.
승무원들이 캐나다에 입국하기 전에 작성해야 할 카드를 나누어주었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입국신고서에 세관에 신고해야할 물품이 적혀있었는데 팩소주가 문제가 되었다. 소주 같은 술은 1.14L가 넘으면 신고해서 세금을 물어야 하는데 난 팩소주 한 상자를 갖고 있지 않은가!! 겨우 3만 원짜리 술에 세금을 낼 수는 없었다. 물론 미국이나 캐나다의 음식점에서는 소주 한 병이 2만 원가량 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술을 가지고 가는 거지만.. 결국 신고를 안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설마 캐나다 사람들이 팩에 든 것이 술이라는 생각을 하겠어하는 생각을 갖고.. 마음은 정했지만 만약 걸리게 되면 그 파장이 어떨지 알기 때문에 공항 검색대를 빠져 나오는 순간까지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 그 팩소주는 아무 문제없이 내 옆에 놓여있다.
캐나다의 입국 심사는 순조로웠다. 입국 심사를 하는 사람이 젊은 여자였는데 나랑 같은 학교를 다닌다고 한다. 학교에서 보면 인사하라고 하며 좋은 분위기에서 학생비자를 받았다. 확실히 캐나다의 분위기는 미국에 입국했을 때 느꼈던 위압감과는 다르다. 미국은 사무적이고 차가운 도시인 같다면 캐나다는 순박한 시골사람처럼 느껴진다.
공항을 빠져나와 픽업해주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택시비가 비싸서 돈을 좀 아껴볼 요량으로 캐나다 오기 전 미리 인터넷으로 알아본 게 있었다. 전화를 하고 공항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으며 기다렸다. 그리고 SFU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해서 residence office로 갔다. 기숙사는 7일에나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호텔에서 지낼 생각이었는데 운이 좋게 기숙사 키를 받을 수 있었다. 키를 받아 한 학기 동안 살게 될 기숙사로 들어갔다.
기숙사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7/01/08 00:51
2007/01/08 00:51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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