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이 모자라 이번 학기 5과목 16학점을 신청했다. 수강신청을 할 때는 16학점이 힘들긴 하겠지만 성적을 잘 받을 필요도 없고 패스만 하면 되는 상황이니 사실 약간 만만하게 봤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하고 거의 2주가 되어가는 지금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다. ㅜ.ㅜ
우선 16학점이라면 일주일에 16시간을 들어야 하지만 난 이과고 게다가 실험이 두 개나 있어서 일주일에 수업시간이 24시간정도 된다. 하루 평균 5시간 수업을 듣는데 한국에서 생각하기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되겠지만 여기서는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또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니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지는데 5과목이 모두 일주일에 과제가 하나씩은 있으니 하루도 마음 편하게 쉴 날이 없다. 이렇게 과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버티겠다고 생각이 드는데 더 큰 문제는 이번 달 말부터 시작되는 시험이다. 그때는 정말 제정신이 아닐 것 같다.
과연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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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SFU에서의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된다. 어제 두 달 동안 정들었던 홈스테이를 뒤로 하고 학교 기숙사로 이사를 했다.
이번에 기숙사로 이사하기 전까지 일이 많았다. SFU의 기숙사는 네 종류가 있는데 지난 학기에는 그 중 하나인 Townhouse에서 살았다. 하지만 이번 학기는 다른 기숙사로에서 머물고 싶었고 이메일도 보내고 찾아가서 물어봤으나 나이제한에 걸린다는 이유하나로 다시 Townhouse로 배정받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Townhouse에 자리가 없으니 off-campus를 알아보던지 원한다면 McTaggart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그렇게 보내달라고 한 기숙사였는데 부탁할 때는 단호히 거절하더니 이제 와서 그 기숙사로 들어가라고 한다. 아무튼 운이 좋게 이번 학기도 내가 살고 싶은 기숙사에서 살게 되었다.
아직 하루 밖에 지내지 않아서 기숙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마음에 든다. 성격상 네 명이 한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Townhouse 보다는 공동으로 생활하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활이 보장되는 나머지 기숙사가 맞는 것 같다. 공동화장실, 공동샤워실, 공동주방은 여행을 하면서 호스텔을 많이 사용해본 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 공동화장실은 처음이어서 잘 적응이 되지 않는다. 여자화장실을 남여 같이 쓴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옆 칸에 여자가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긴다.ㅡ.ㅡ
기숙사로 이사를 하니 기분이 묘하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다시 친구들을 만나는 건 좋지만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우울해진다.
서울신문 | 기사입력 2007-08-25 02:57
[서울신문]캐나다 밴쿠버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뽑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2일(현지시간) 산하 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선정하는 ‘삶의 질’ 도시 순위에서 밴쿠버가 2003년 이래 5년 연속 선두를 지켰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132개 도시를 대상으로 안전성, 보건, 문화와 환경, 교육, 인프라 등 5개 영역에 걸쳐 40개 항목을 지표로 활용했다.
밴쿠버는 테러 위험과 범죄율이 낮고, 교통·통신 기반시설이 고도로 발달된 도시라는 점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2위는 호주 멜버른이 차지했고, 오스트리아 빈, 호주 퍼스, 캐나다 토론토 등이 뒤를 이었다.10위 안에 호주 도시 4곳, 캐나다 도시 2곳, 스위스 도시 2곳이 포함돼 국가별 편중 현상이 도드라졌다.
반면 삶의 질이 최악인 도시로는 알제리 수도 알제가 뽑혔다. 심각한 테러위협과 사회 불안정, 경제적 후진성 등이 요인으로 지적됐다. 방글라데시 다카, 나이지리아 라고스, 파키스탄 카라치 등도 살기 힘든 도시라는 평가를 받았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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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에 지원할 때 SFU를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학교가 밴쿠버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예전에 어떤 신문에서 밴쿠버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기사를 읽었는데 그때 과연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늘 머릿속에 궁금증으로 남아있었다.
밴쿠버에서 8개월을 지낸 지금 어느 정도 왜 밴쿠버가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운이 좋게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중 호주의 도시를 제외한 모든 도시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느낀 이 도시들의 공통점으로는 튼튼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 쾌적한 날씨를 갖고 있다는 점(모든 계절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에 여유가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으로 봤을 때 밴쿠버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하기에는 이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밴쿠버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의 하나라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물론 “교통·통신 기반시설이 고도로 발달된 도시”라는 대목은 무슨 기준으로 평가를 했는지도 모르겠고 전혀 수긍도 가지 않지만..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내 인생의 대부분을 지낸 서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시아의 대부분의 대도시처럼 서울 역시 공기는 공해로 탁하고, 사람들은 여유와는 거리가 멀게 바쁘게 살아가고,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녹지도 많이 부족하다. 그러니 이런 조사 결과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과거를 돌아보면 한국은 ‘삶의 질’을 찾기에 앞서 나라 발전이 우선이었고 지금도 그 계획의 연장선상에 있으니 한국보다 빨리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삶의 질’에 눈을 돌린 선진국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한국도 언젠가는 이런 ‘삶의 질’ 도시순위에 1등이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할일이 없어 학교에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된 애니메이션 축제, 2007 Anime Evolution. 알고 보니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행사라고 한다. 갖가지 코스프레 의상을 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는 난 그들이 입은 의상이 어떤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의상인지는 모르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학교 한편에서는 일본에서 온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사인회를 하고 있었다. 사인을 받을까도 생각했었는데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심지어 무슨 만화를 그렸는지도 모르는데 사인 받는 게 웃긴 것 같아 그냥 사진만 찍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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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8.19 S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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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말부터 8월초까지 4번에 걸쳐 밴쿠버에서 불꽃축제가 열렸다. 한국에서 늦가을쯤에 열리는 불꽃축제와 거의 비슷한 축제이다. 스페인, 캐나다, 중국이 하루씩 불꽃쇼를 펼치고 마지막 날은 세 나라가 10분씩 자국의 불꽃쇼를 뽐내고 우승국이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으로 불꽃축제가 끝이 났다. 나는 로키여행 때문에 스페인과 캐나다의 불꽃축제는 못가고 중국과 마지막 날 보러 갔다. 불꽃쇼가 펼쳐지는 30분가량은 정말 황홀하지만 행사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고 앉아 있어야하고 행사가 끝난 뒤에 수많은 사람들이 스카이 트레인으로 몰리기 때문에 집으로 가기 위해서 한바탕 고역을 치러야한다. 그래서 중국만 보고 말려고 했지만 사진 찍을 욕심에 화려한 불꽃을 보고 싶은 욕심에 결국 마지막 날까지 가게 되었다.
검은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은 도시의 야경과 더불어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불꽃축제를 보면 단순히 많은 양의 폭죽을 한 번에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맞추어 불꽃의 강약이 조절되고 한 번에 터지는 불꽃의 숫자 또한 조절이 되었다. 그리고 터지는 불꽃 또한 꽃이나 나비 같은 형상을 만들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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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내가 우형에게 심심하다고 전화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약속으로 바쁘게 보내야 할 금요일이었지만 약속 하나 없이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다 우형이에게 놀자고 전화를 했다. 전화를 했을 당시에는 우형이가 집에 없어서 약속을 잡을 수 없었지만 문제는 저녁에 엠에센에서 채팅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채팅을 하다 하루 종일 심심해 한 것을 안 우형이가 주말에 친구들과 캠핑을 갈 예정인데 같이 가자고 물어보았다. 물론 심심했던 난 같이 가겠다고 대답을 했고, 그렇게 우리는 캠핑을 가게 되었다.
캠프 사이트에 텐트를 치고 우리는 호수로 카누를 타러 갔다. 사실 카누를 타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물에 빠질 수도 있으니 핸드폰을 놓고 탈까, 아니면 그냥 갖고 탈까. 전에도 카누를 탄 경험이 있고 카누가 뒤집어질 일은 거의 없으니 그냥 갖고 타기로 했다. 이쯤이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들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세 대의 카누에 나누어 타고 놀았는데, 서로 장난을 치며 카누끼리 부딪치다가 내가 탔던 카누가 뒤집어진 것이다. 물속에 빠지는 순간 내 머리 속은 주머니의 핸드폰으로 가득 찼다. 핸드폰을 갖고 탄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하지만 버스는 이미 떠난 후였다. 배가 뒤집어 져서 배 안에 물이 가득 찼기 때문에 우리는 배위로 바로 올라갈 수 없었다. 배위로 올라가면 배가 다시 갈아 앉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구조되기 전까지 그렇게 30분가량 물속에 있었다. 물론 핸드폰도 나와 함께 했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산속에서는 신호가 잡히지 않아 핸드폰을 꺼놓고 있었다. 만약 핸드폰을 켜놓은 채로 물속에 들어갔다면 핸드폰은 바로 망가졌을 것이다. 핸드폰이 마르면 작동을 할 수 있다면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액정까지 물로 가득 찬 핸드폰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틀을 기다렸다.
오늘 아침 핸드폰을 켜 보았다. 전원도 들어오지 않았다. 다 포기를 하고 핸드폰 대리점으로 갔다. 핸드폰은 망가졌지만 안의 심카드라도 살아 있으면 공기계만 구하면 되기 때문에 심카드가 괜찮은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심카드는 물에 졌어도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리점 직원이 내 핸드폰을 켜보았는데 전원이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액정이 완전히 망가져서 흰색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전원이 들어오더라도 액정이 완전히 망가졌으니 어째든 공기계를 사야 하는 것에 있어선 변한 게 없었다. 잠시 액정 없이 핸드폰을 쓸까 진지하게 고민을 했지만 결론은 공기계를 사기로 했다.
다음 카페를 통해서 공기계를 구한다는 글을 올리고 공기계를 판다는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액정이 다시 들어온 것이다. 액정이 나갔어도 걸려오는 전화는 받을 수 있겠거니 하고 핸드폰을 켜놓고 있었는데 한 시간 사이에 액정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아직 액정에서 물방울을 볼 수 있지만 핸드폰을 사용하는데 지장은 없을 정도다. 핸드폰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앞으로 6개월만 더 버텨준다면 바랄게 없다.
이렇게 이틀간의 해프닝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내일 핸드폰 커버라도 사서 끼워줘야겠다.
두 달 반 동안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밴쿠버. 두 달 동안 유럽을 돌아다니다 2주를 캐나다 동부를 돌며 밴쿠버에 집을 구하고(학교 기숙사를 나와 그 돈으로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밴쿠버에서 잘 집이 없었다.) 어제 홈스테이 집으로 들어왔다.
아.. 이제는 정착해서 살고 싶다. 이놈의 역마살 때문인지 난 어디에 정착해서 살질 못한다. 잠시 머물다 또 어디론가 떠나게 되고. 여행을 하면서도 늘 그런 식이었다. 한 도시에 4일을 머무는데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숙소를 세 번이나 옮겨 다니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어차피 지금 홈스테이도 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는 다시 나가게 되겠지만 이제는 정말 정착해서 살고 싶다.
SFU에서 한 학기 지내면서 사귀게 된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그중엔 가을 학기에 다시 볼 친구들도 있고, 한국에 돌아가서 보게 될 친구들도 있고, 앞으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을 할 수 없는 친구들도 있다.
누군가와 이별을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이별도 하다보면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적응된다는 것이 누군가와 헤어짐의 슬픔정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시간이 지나면 이런 감정이 해결됨을 알기에 좀 더 위안이 되는 것뿐이다.
나 역시 다음 주면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있을 것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두 달 반 동안의 여행. 여행이 끝날 때쯤이면 난 여행에서 사귄 사람들과 이별을 하고 또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세상은 반복되며 돌아간다.
1월부터 쉬지 않고 달려온 SFU에서의 한 학기가 지난주 토요일에 있던 Bio 101을 끝으로 막이 내렸다. 열심히 공부하고 바쁘게 살았던 건 아니지만 정신없이 달려온 기분이다. 벌써 4달이 지나가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캐나다에 온 게 엊그제 같은데..
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를 떠나 성적이 잘 나오고 못 나오고를 떠나 한 학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것에 기분이 후련하다. 그리고 유럽여행을 포함해서 앞으로 있을 어쩌면 내 인생에 있어서 다시는 갖게 되지 못할 4개월의 방학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