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홍균이와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대학원 졸업도 눈앞이고 시험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기분전환을 했으면 하는 눈치였다. 방학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던 난 1박 2일이나 2박 3일로 짧게 여행을 다녀오자고 부추겼고 이렇게 정선으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교 1학년부터 12명의 우리 암울친구들은 10명이 넘게 갔던 강촌 엠티, 영월 래프팅부터 둘만 함께 했던 소백산 여행까지 크고 작은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리고 그 많은 여행 중에 별로였다고 생각했던 여행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정선 여행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고맙게도 홍균이가 산악잡지에서 읽은 기억을 더듬어 여행을 스케줄을 짜고 운전까지 하는 수고를 해줘서 난 그저 몸만 가는 꼴이 되었다. 화엄동굴, 가리왕산 산책, 정선 5일장, 함백산 야생화 트레킹, 레일 바이크 이렇게 우리는 크게 5가지 테마를 정해놓고 상황을 봐서 가장 알맞은 테마를 선택하기로 했다.
아침 8시 왕십리역에서 만난 우리는 편의점에 들러 군것질 거리를 사고 바로 정선으로 출발한다. 김동률의 ‘출발’이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안흥을 지나게 된다. 홍균이가 안흥은 찐빵으로 유명하니 먹어보고 가자고 한다. 벌써 몇 번은 다녀갔던 곳이라 어느 집이 유명한지도 알고 있었다. 조그만 마을이지만 정말 찐빵가게가 많았다. 그 중 면사무소 앞에 ‘면사무소앞안흥찐빵’이 제일 유명하다고 한다. 마을도 작고 정말 면사무소 앞에서 있어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2010.8.17 안흥
5D+24-70L
세 시간 가량을 달려 우리는 정선에 도착했다. 점심때가 됐고 홍균이가 찾아 온 정선 먹을거리를 먹기 위해 우리는 정선 5일장으로 향했다. 각종 산나물과 과일, 많은 사람들, 장터 음식 등 이 모든 게 어우러져 시골장의 흥겨운 분위기를 만든다. 천천히 장을 둘러보고 홍균이가 찾은 정선의 맛집 ‘회동집’과 ‘석곡집’을 찾아다녔다. 장터식당에서 유명한 음식으로는 곤드레밥, 콧등치기, 메밀전병, 올챙이국수 등이 있다. 값도 싸고 양도 많지만 맛은 생각보다 별로다. 처음 접하는 음식이니 이벤트로 한번 먹어볼만할 정도라고 할까? 나중에 ‘수정헌’ 주인장님이 말해주시길 장터음식은 미원이 많이 들어가서 추천할만한 음식은 아니라고 한다. 이런 음식도 있구나하는 정도로 맛을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2010.8.17 정선
5D+24-70L
각종 야채와 채소를 파시는 할머니들
5일장이라서 그런지 길에 좌판이 줄지어 펼쳐져 있다.
2010.8.17 정선
5D+24-70L
식당골목
여기에 유명한 ‘회동집’과 ‘석곡집’이 있다.
하지만 어느 식당에 가나 맛이 비슷할 것 같다.
2010.8.17 정선
5D+24-70L
올챙이국수
국수모양이 올챙이를 닮아서 올챙이국수라고 한다.
바로 면을 뽑아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물에 불려 퍽퍽하기만 할 뿐 맛이 없다.
2010.8.17 정선
5D+24-70L
떡 방망이질
시골장터에서 공연이 빠질 수 없다.
2010.8.17 정선
5D+24-70L
마술공연
2010.8.17 정선
5D+24-70L
점심을 먹고 우리는 함백산 야생화 트레킹을 하기로 한다. 정선에서 꽤나 떨어져서 갈까 고민을 했지만 여행을 와서 등산정도는 해야 여행 온 기분이 날 것 같아서 결국 함백산으로 향한다. 정선은 어디를 가도 경치가 좋다. 그래서 다시 이곳을 찾고 싶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일지도.. 함백산으로 가는 동안 정선의 결경을 보면서 서울을 떠나 여행 온 기분을 만끽했다.
함백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많은 야생화가 활짝 피어있다. 함백산 야생화축제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등산로에 이름 모를 야생화들로 가득했다. 정상부근에서는 경사가 좀 있지만 그전에는 완만하여 여유롭게 올라갈만하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1573m 함백산 정상이다.
2010.8.17 함백산
5D+24-70L
둥근이질풀
2010.8.17 함백산
5D+24-70L
동자꽃
2010.8.17 함백산
5D+24-70L
하늘, 구름, 그리고 풀
자연의 강렬한 색이 한 폭의 유화가 된다.
2010.8.17 함백산
5D+24-70L
함백산 정상
드디어 1573m 함백산 정상에 서다.
저질체력에 내려올 것을 왜 올라가냐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세상을 내려다보는 이 멋진 순간 때문에 산에 오른다.
2010.8.17 함백산
5D+24-70L
정상에 있는 군사시설
이 군사시설 때문인지 정상까지 차도가 있었다.
우리는 이것도 모르고 걸어온 것이다. -_-
2010.8.17 함백산
5D+24-70L
내려오는 길에..
2010.8.17 함백산
5D+24-70L
함백산에서 내려와 저녁으로 정선에서 유명한 ‘황기 족발’을 사서 숙소로 향한다. 홍균이가 예약한 숙소는 가리왕산 자락의 ‘수정헌’이었다. 어둑어둑한 저녁에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흐르는 물소리, 풀벌레의 울음소리, 반달이 비추고 있는 깨끗한 하늘 모든 것이 서울을 벗어나 느끼고 싶은 것이었다. 야외에 있는 나무식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족발을 안주삼아 홍균이와 맥주를 마시던 순간은 아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여행과 등산에 상당한 고수의 아우라가 풍기는 수정헌 주인장님과 여행에 대해 얘기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드디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풍요롭고 행복했고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홍균이와 수정헌 주인장님과 수정헌의 여름 매니저님과 수정헌 옥상에 자리를 펴고 누워서 수많은 별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천문학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홍균이가 여름 별자리를 설명해주고 우리는 홍균이의 설명에 따라 하늘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떨어지는 유성을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함을 느꼈다. 어둠과 빛이 만드는 밤하늘은 이 세상 어느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낭만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밤이 깊도록 누워서 수많은 별을 바라봤다. 견우성을 바라보고.. 직녀성을 바라보고.. 그 사이로 흐르는 은하수를 바라보고..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별을 참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오른쪽 하늘에 카시오페아가 보인다.
2010.8.17 수정헌
5D+24-70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