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질의 재발견

 | 맛집
2015/01/25 20:23

병원에서 가깝고 시골장터 같은 분위기가 좋아 술 한 잔 하러 종종 통인시장을 가곤 하는데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프렌치 레스토랑, 칼질의 재발견.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음식으로 이미 많은 블로그에 올라온 유명한 레스토랑이었다. 예전부터 한 번 가봐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기회가 생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촌에 위치한 컨템포러리 프렌치 레스토랑, 칼질의 재발견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옥을 개조한 아늑한 내부 인테리어


칼질의 재발견은 수비드 조리법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조리법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어 찾아보니 프랑스어로 sous-vide는 진공저온요리법을 뜻하며 영어로는 under vaccum이라고 한다고 한다. 음식 재료를 내열성 비닐 팩에 진공포장 하여 저온에서 장시간 동안 균등하게 조리하는 것으로 저온중탕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날 주문은 재발견 코스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식전빵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산물 애피타이저

전남 완도에서 공수한 싱싱한 숭어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흙냄새가 많이 나서 별로였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철 채소 애피타이저
이날 메뉴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요리.
계란 때문에 비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온조리 한 연어 필레
수비드 조리법을 이용해서 덜 익은 것 같지만 사실 다 익은 거란다.
연어 필레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온조리한 소 채끝
이것도 미디엄 레어처럼 보여도 완전히 조리된 상태라고..
워낙 고기를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지만 사실 맛은 그냥 무난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디저트

솔티 캐라멜 젤라또와 바나나 봉봉.
샐러드만큼 마음에 들었던 디저트.
달달하니 맛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터넷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칼질의 재발견'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맛이 '와~' 할 정도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가격대비 맛과 분위기가 괜찮은 정도.. (이렇게 쓰니 '칼질의 재발견'이 별로라고 쓰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다시 가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다만 필력이...ㅠ)

요즘에는 이런 합리적인 가격의 프렌치 레스토랑이 많이 생긴 것 같다.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2015/01/25 20:23 2015/01/25 20:23
Posted by 승호

앞만 바라보기

2015/01/01 15:02

본과 3학년 선택실습을 할 때였다. 선택실습이 힘들기로 유명한 산부인과를 돌고 있었는데 일과는 당직이 없는 날이면 아침 6시에 시작해서 보통 10시쯤 끝났던 것 같다. 나중에 교수님께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실습일정을 짠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일이 힘들어도 일에 빠져있으면 적응하고 하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못한다고.. 그래서 다른 동기들과의 접촉을 아예 차단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생각해보면 정말 맞는 얘기다. 산부인과를 배워보고 싶어 힘든 줄 알면서도 지원했고 교수님의 배려로 산부인과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2주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종종 당직도 섰던 산부인과와는 달리 정신과 같은 과는 아침에 잠깐 병원에 나갔다가 12시도 되기 전에 끝났다. 만약 산부인과를 돌면서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물론 내가 배우고 싶어서 선택했지만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당장 쉬고 친구들 만나서 놀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다시 이때의 기억을 되살릴 때가 온 것 같다. 병원에서 힘들기로 손가락 안에 드는 이비인후과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편한 과를 전공하는 동기들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긴 한다. 일단 나는 남은 인턴 스케줄에 상관없이 이비인후과를 돌아야 하고, 2월에 새로운 인턴이 선발되면 보통 2주 전에 부르기 때문에 2주의 휴가를 받을 수 있지만(나도 2월 중순에 불려 들어갔다.) 이비인후과는 휴가 없이 바로 1년차를 시작한다. 그리고 1년차가 시작되면 퐁당퐁당 또는 퐁퐁당의 오프를 받는 다른 과와는 달리 100일 당직에 1년 내내 일주일에 한 번 오프를 나가게 된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면 끝이 없는 것 같다.

다른 곳을 보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게 된다면 그 삶에 적응하게 되고 또 그 속에서 즐거움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 내가 원해서 선택한 길이 아니겠나? 지금은 주변과 비교하지 않고 내 일만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2015/01/01 15:02 2015/01/01 15:02
Posted by 승호

BLOG main image
by 승호

공지사항

카테고리

전체 (524)
끄적끄적 (111)
훈민정음 (43)
찰칵 (111)
여행기 (131)
맛집 (13)
감상 (13)
웃어요 (29)
이것저것 (14)
SFU (43)
WHO (16)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1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1632320
Today : 252 Yesterday :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