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우의 바다를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스노클링을 하는 것이다. 물안경만 끼고 물 안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바다가 정말 깨끗하고 화려한 색깔을 뽐내는 열대어들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스킨스쿠버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신기하고 아름다운 바다 생물들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물을 무서워하고 수영을 못하니 그 대안이 스킨스쿠버였던 거다. 하지만 장비 때문에 제약이 많은 스킨스쿠버와 다르게 물안경과 오리발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스노클링에 욕심이 생겼다. TV 프로그램 ‘정글을 법칙’에서 스노클링을 하면서 사냥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런 마음은 더욱 커졌고 한편으로는 무서웠지만 이번 팔라우 여행에서 스노클링을 꼭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팔라우에서 첫 날 가장 먼저 신청한 투어는 아름다운 팔라우 바다의 여러 포인트를 돌아다니면서 스노클링을 하는 투어였다.

한국에서 팔라우로 가는 비행기가 새벽에 도착하기 때문에 이 투어는 한국에서 ‘블루오션팔라우’를 통해 예약하고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침에 호텔로 픽업을 온 여행사는 ‘하나투어’였다. 두 여행사의 투어가 이름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하니 별문제는 되지 않지만.. ‘스페셜락아일랜드’라는 이 투어는 스노클링 장비를 빌릴 후 배를 타고 샤크 아일랜드로 이동하여 간단히 스노클링에 대해 배우고 클램시티, 판타지, 세멘터리, 쉽 브레이크 이렇게 네 곳의 포인트로 이동하여 스노클링을 하게 된다.

샤크 아일랜드에서 스노클링에 대해 기초적인 것을 배우고 처음 간 곳이 클램시티. ‘정글의 법칙’에서 나왔던 1m가 넘는 대왕조개를 볼 수 있는 포인트다. 가이드가 잠수를 할 수 있으면 라이프 자켓을 벗고 조개를 만지고 오라고 했다. 수영도 못하고 물에 겁이 많기 때문에 평소 같으면 라이프 자켓을 벗는다는 걸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은 조개를 꼭 만지고 싶었다. 줄을 잡고 서서히 라이프 자켓을 벗었다. 정말 겁이 많이 났지만 천천히 바다로 헤엄쳐갔다. 머리를 물에 박고 스노클링을 하니 숨도 쉴 수 있고 가라앉지도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마음이 진정되고 라이프 자켓이 없이도 물위에 떠있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부터 물속의 대왕조개, 알록달록 예쁜 열대어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잠수를 할 차례.. 바닥에는 수많은 대왕조개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3~4m까지는 잠수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천천히 얕은 곳에 있는 대왕조개를 찾기 시작했다. 한 2m 정도 깊이에 대왕조개 하나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숨을 깊이 들이 마시고 잠수를 했다. 정말 순식간이었지만 대왕조개의 부드러운 속살을 만지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왔다. 그 후로 잠수의 매력에 빠져 스노클링 할 때마다 잠수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포인트는 판타지. 포인트에 도착해서 배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바다 속에는 이미 물 반, 고기 반이었다. 가이드가 들어가기 전에 식빵을 주는데 물속에서 조금씩 뿌리면 수백 마리의 물고기가 모여든다. 나를 둘러싸는 수백 수천마리의 아름다운 물고기들, 정말 환상적이라는 말밖에.. 세 번째 포인트 세멘테리에서는 팔라우의 아름다운 산호를 볼 수 있었다. 물고기 때는 물론이고.. 이곳에서 1m가 넘는 대형물고기인 나폴레옹피쉬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내가 갔을 때는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차 세계대전 때 침몰한 난파선이 있는 쉽 브레이크는 전에 갔던 포인트와는 또 다른 모습이어서 스노클링에 재미를 더했다.

스노클링을 재미있게 했지만 방수가 되는 카메라가 없어 사진을 한 장도 남기지 못해 아쉬웠다. 한국 돌아가서 정말 수중카메라를 질러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팔라우 바다에서의 스노클링은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 스노클링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깊이 잠수는 못하지만 라이프 자켓 없이도 바다에 뛰어들 수 있고 3~4m까지는 잠수해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이제는 스킨스쿠버 보다 스노클링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 같다.

벌써부터 다시 스노클링 하러 가고 싶어진다. 다음은 필리핀 오슬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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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2 23:04 2014/09/22 23:04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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