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첫인상

 | WHO
2013/01/13 00:43

WHO의 인턴이 확정된 후 앞으로 두 달 생활하게 될 필리핀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필리핀에 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그동안 필리핀에 대해 좋은 얘기를 들은 적도 없었다. 치안이 안 좋고(특히 내가 살게 될 마닐라ㅠ), 성매매가 활개를 치고, 맥주가 싸다는 정도??

찾아볼수록 마음에 걸리는 게 치안문제였다. 소매치기가 많은 것은 내가 늘 정신을 차리면 된다고 하지만 강도를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복불복 아닌가? 길가다가 등에 총이나 칼을 겨누고 돈을 달라고 하면 방법이 없지 않나? 돈뿐만 아니라 돈이 될 만한 건 다 빼앗긴다고 보면 되니..

그동안 인도, 네팔, 미얀마를 오랜 기간 여행했고 각종 사기꾼, 소매치기를 만났지만 최소한 이들 나라는 여행자를 위협하지는 않았다. 인도만 하더라고 그 많은 사기꾼을 만났지만 사기를 치다가도 내가 화를 내면 능글맞게 ‘calm down'하며 기분을 풀어주곤 했다. 하지만 필리핀은 진지하게 목숨을 걱정해야할 판이니 가기 전부터 마음이 심란했다.

WHO에서는 공항 pick-up service를 제공한다. 운이 없게도 난 필리핀 공휴일에 끼는 바람에 알아서 숙소까지 가야만 했다. 영락없이 택시를 타야해서 가이드북에 찾아보니

1. 정차해 있는 차보다는 움직이는 택시를 세운다.
2. 택시 문을 열고 아직 타지 않은 상태에서 미터기를 가리키며 ‘미터?’라고 미리 확인하면 좋다.
3. 미터기를 켜지 않으면 ‘미터 플리즈’라고 말하고 만약 딴소리를 하면 내릴 준비를 한다.
4. 요금에 대해 협상을 해야 한다면 일단 미터기를 켜게 하고 그 요금에서 얼마를 더 주겠다는 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
5. 절대 싸우지는 말 것.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6. 요금에 대한 모든 결정은 택시를 잡고 타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가장 거슬리던 사항이 5번이었다. 이건 사기를 쳐도 당하라는 말아닌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쩌겠나.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위 사항을 숙지하고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한국유학생처럼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곤 말을 걸었다. 여기서 5년 살았단다. 게다가 마침 가는 방향도 나랑 같고.. 잘 됐다 싶어 옆에 붙어 같이 가기로 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택시기사가 달라붙는다. 보통 나 같으면 대꾸도 않는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사기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유학생은 아무 말 없이 따라가는 것 아닌가? 나보다 잘 알겠지 하면서 나도 따라갔다. 유학생이 필리핀어로 목적지를 말한 후 택시는 움직였다.

그런데 예상했던 대로 택시기사는 미터기를 켜지 않았다. 그러면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부르는 것이었다. 한국유학생도 ‘아! 사기 당했네.’ 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다. 그것도 5년이나 살았다는 사람이.. 어이가 없어서 난 차 세우라고 했고 뻔뻔한 택시기사는 100페소를 달라는 거다. 겨우 100미터도 채 가질 않았는데.. 어차피 질 안 좋은 택시기사하고 싸우면 위험할 것 같아서 그 돈만 내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미터로 가는 택시를 타고 숙소로 왔다. 이게 내가 처음 필리핀에 내리자마자 겪은 일이다.

아무래도 여기서 적응하고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2013/01/13 00:43 2013/01/13 00:43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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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정훈
    2013/01/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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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학생이 센척 한 거 아니가? ㅎㅎㅎㅎ
    • 승호
      2013/02/03 11:49
      댓글 주소 수정/삭제
      그런 걸지도..ㅋㅋ
  2. 유성환
    2013/01/22 09:18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허허ㅋ 필리핀은 정말 무서운 곳이군요 ㄷㄷ
    • 승호
      2013/02/0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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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위험한 곳만은 아니야. 여기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잖아.ㅎㅎ
      생활하는 데 적응이 필요하고, 약간 알아야 할 것들이 있는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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