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점들아

2012/01/26 22:04

지난 학기 피부학을 배울 때였다.

교수님께서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있는 점은 악성 종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으니 미리 제거하는 게 좋다고 말씀하시는 거다.

난 예전부터 손바닥과 발바닥에 점이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부터 점이 점점 커지는 기분이 들었다.
(수업을 들을 때 배우는 과목에 따라 그 부위가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소화기학을 배우면 배가 아픈 것 같고, 호흡기학을 배우면 가슴이 답답한 것 같고..)

그래서 방학을 하면 손발에 있는 점을 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날을 잡은 것이다.

동네 피부과에 가서 손과 발에 점을 뺀다고 마취약을 바르고 기다렸다.

마침내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점을 빼려는데 눈을 보시더니 쌍꺼풀에 있는 점도 위험하다고 지금 빼자고 하신다.

어차피 손바닥, 발바닥 점은 마취 주사를 맞아야 한다며 눈에 마취주사를 놓으신다.

마취주사를 눈, 손바닥, 발바닥 맞는데 꽤나 아팠다.

그 순간 아영이가 한 말이 떠올랐다.

"예쁜 X들 욕하면 안 돼. 그렇게 예뻐지려고 얼마나 많은 고통을 참는 줄 알아?"

그렇게 아팠는데 손바닥은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지져지는 고통도 그대로 느껴졌다.
(나에게 점 빼는 일, 마취주사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점을 빼고 나니까 왠지 섭섭한 기분이 든다.

특히 쌍꺼풀에 있던 점이 그렇다.

원래 이 점이 싫지 않았고 뺄 생각도 없었던 점이었으니까..

몸에 안 좋다니까 빼긴 했지만 어쨌든 내 몸의 일부였으니까..

아무튼 이제는 나를 걱정하게 만들던 손바닥, 발바닥 점들은 피부에 깊은 웅덩이를 남기고 사라졌다.


덧.

마취약을 바르는데 간호사가 자꾸 얼굴에 점을 가지고 뭐라고 한다.

점들이 커지면 흉터가 남는다나 뭐라나..

우유부단한 탓에 주저주저하고 있으니까 무작정 점에 마취약을 바르는 거다.

난 그제야 바르지 말라고 했지만 벌써 몇 개는 발랐고

어차피 벌어진 일, 눈에 보이는 큰 점만 빼기로 했다.

나를 위한 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점을 빼라고 너무 강요하는 것 같아 싫었다.

나를 돈으로만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내가 의사가 된다면 간호사들이 이렇게 해주면 편하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보니까 짜증나긴 한다.

무슨 병원이 백화점인가? 마치 백화점에서 쇼핑하는데 점원들이 귀찮게 하는 것 같다.

생각해볼 문제이긴 하다.

2012/01/26 22:04 2012/01/26 22:04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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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성환
    2012/01/31 10:54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개강하면 달라진 모습으로 뵐 수 있겠는데요?ㅎㅎ
    • 승호
      2012/01/31 11:2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별로 그렇지 않을걸? 나도 잘 못 느끼거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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