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합에 오면서 가장 기대했던 게 스쿠버 다이빙이었다. 어려서부터 곤충이나 동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형형색색의 산호와 화려한 열대어를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흥분되어 있었다. 이번 기회에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Fun Diving'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배울 참이었다. 시간적 여유도 있어서 난 Open Water Course와 Advanced Open Water Course를 같이 등록했다.

Open Water Course는 스쿠버 다이빙의 기초를 배운다. 부력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물속에서 물안경이 벗겨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물안경에 물이 들어갔을 때 물을 어떻게 빼내는지 등등을 배운다.

처음에 바다에 들어갔을 때였다. 산소 호흡기를 입에 물고 있는데도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파도는 계속 머리를 덮치지,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내 어깨정도의 깊이였는데도 진짜 죽는 줄 알았다. 허우적거리며 겨우 물에 나와서 숨을 몰아쉬며, 난 수영도 못하고 폐도 남들보다 안 좋으니까 스쿠버 다이빙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포기할까도 했다. 근데 그건 아직 모든 게 익숙하지 않고 공포를 느껴서 그랬던 거였다. 다시 편하게 입으로 숨을 쉬는 법을 익히고 나니 한결 나아졌다. 처음 바다에 들어가면 겁이 나기 마련인데 누구나 그러니 무서워 말고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게 중요하다. 이 순간만 지나면 문제될 게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니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하자.

무엇을 하든 기초를 배운다는 건 가장 중요한 반면 가장 지루한 일이기도 하다. 계속 부력 조절하고,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수신호 같은 것만 배웠다. 바로 바다로 들어가서 수중동물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또 수업을 마치고 자격증을 받기 위해서는 필기시험도 패스해야한다. 어려운 시험은 아니지만 여행을 와서까지 공부를 한다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혹시나 다합에서 스쿠버 자격증을 딸 생각이 있다면 꼭 Advanced Open Water Course까지 같이 등록하기를 추천한다. Open Water Course는 기초적인 부분을 배우기 때문에 바다에서 수중생물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제한되어 있다. 정말 스쿠버 다이빙의 기초만 배우고 끝난다. 시간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Fun Diving을 하면서 즐길지, 재미는 없지만 자격증을 딸지 고민이 되는데 선택은 자기가 끌리는 대로..

반면 Advanced Open Water Course는 심해로 들어가는 훈련, 물고기를 구별하는 훈련 등 좀 더 흥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때부터 내가 생각하는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난 특히 물고기 구별하는 훈련이 좋았다. 물속을 유유히 다니면서 다양한 열대어를 보며 이름을 맞추면 되는데 아쿠아리움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작고 예쁜 물고기 떼가 내 눈에서 10c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천천히 헤엄치던 순간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Advanced Open Water Course의 마지막은 Blue Hole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것이었다. 전부터 Blue Hole을 가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코스의 마지막이 여기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지형을 보면 blue hole이란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신기하게도 물에 들어가 몇 미터만 전진하면 수심이 무려 130m나 되는 웅덩이가 나온다. 다이버가 여럿 죽은 무시무시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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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Hole

마지막은 blue hole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찍은 사진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스쿠버 다이빙은 정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였고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계속하고 싶다. 지금도 홍해의 아름다운 바다 속이 눈앞에서 아른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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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홀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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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바다 속의 물고기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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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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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금만 파란 물고기는 입을 벌리고 있으면
입안으로 들어와 청소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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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통도 없이 줄만 갖고 잠수를 한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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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안전 정지 중..
바다에서 나가기 전에 혈액에 녹아있는 기체를 제거하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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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수중생물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수심은 10m정도다.
이 깊이에서는 물고기도 다양하고 물고기의 색까지도 제대로 보인다.
더 깊이 들어가면 파랗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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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나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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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매력적인 스쿠버 다이빙
2011/09/13 03:51 2011/09/13 03:51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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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mil
    2011/10/0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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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짱이네요!!
    저도 시험만 잘친다면.. 필리핀가서 오픈워터 딸텐데!!
    설연휴에 가서 3박4일이거든요 ㅎㅎ...

    저번에 5m 다이빙풀에서도 솔직히 엄청 무서웠는데
    하면 잘할수있을련지 ㅋㅋㅋ.... 기대반두려움반..
    일단 시험부터잘보고!!!!
    • 승호
      2011/10/10 23:3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다이빙 경험이 있으신가 봐요?^^
      한 번 해보셨으면 문제없으실 거예요.
      무슨 시험인지는 모르지만 잘 보시길 빌게요.
      근데 제가 아는 분인가요?
  2. 김진영
    2011/10/27 03:05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안녕하세요 다합에서 스킨스쿠버를 할예정인데요
    어디서 하셨나요? 추천좀 부탁드릴게요
    • 승호
      2011/10/27 15:58
      댓글 주소 수정/삭제
      스쿠버 다이빙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다양한데
      영어 하는데 문제가 없으면 다합에 도착해서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한국 여행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좋은 곳도 많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저는 물속에 들어가는 거라 위험할 수도 있어서
      배울 때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 갈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의사소통에 지장 없게 한국선생님을 찾았구요.

      한국인 선생님은 'seven heaven'과 '해랑'에 계세요.
      배운 사람들 말로는 둘 다 좋다고 하네요.
      다합이 워낙 작은 곳이라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seven heaven에 기봉 선생님한테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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