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지는 나일강 서안은 고대 이집트인들에게는 죽음을 의미한다. 피라미드, 귀족의 무덤 같은 무덤이 모두 나일강 서안에 있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이다. 룩소르도 예외는 아니다. 나일강 서안에는 멤논 거상, 핫세슈트 여왕 장제전, 귀족의 무덤, 왕과의 골짜기, 람세스 3세 장제전, 람세스 2세 장제전, 세티 1세 장제전, 왕비의 골짜기 등등 다양한 무덤관련 유적지가 있다.

룩소르 서안 지역은 넓은 지역에 유적지가 퍼져있기 때문에 투어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앞에도 말했지만 난 만도가 주선하는 투어를 하기로 했다. 서안에는 다양한 유적지가 있지만 이번 투어에서는 멤논 거상, 핫셉슈트 여왕 장제전, 왕가의 골짜기, 람세스 3세 장제전 이렇게 네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왕가의 골짜기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왕가의 골짜기다. 왕가의 골짜기는 신왕국 시대에 도굴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람들 눈에 뜨이기 쉬운 피라미드 등을 피해 장례의식과는 별도로 무덤만을 인적이 드문 계곡 바위틈이나 벼랑에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도굴꾼들을 막을 수는 없었고 대부분의 무덤이 약탈당했다. 그중 유일하게 약탈당하지 않고 남은 것이 투탕카멘 왕의 무덤이다.

투탕카멘은 역사적으로 너무나 보잘 것 없는 파라오였다. 재위 3년 만에 18세라는 나이에 죽어서 남겨진 업적은 전무한 왕이었지만, 그의 무덤만은 람세스 6세의 무덤에 입구가 가려지는 바람에 도굴을 피할 수 있었다. 그래서 1922년 영국의 이집트 학자 하워드 카터가 이 무덤을 발견했을 때, 3000년 전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모든 부장품들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무명의’ 왕이었지만 무덤에서 나온 부장품의 규모가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 2층 절반을 차지할 정로도 엄청났다고 한다. 그러니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던 왕들의 무덤은 어땠을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이곳에서 발견된 왕들의 미라는 카이로에 있는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의 미라 전시실에서 볼 수 있지만 투탕카멘 미라만큼은 왕가의 골짜기 투탕카멘 묘에 특별전시 되어 있다.


핫셉슈트 여왕 장제전

핫셉슈트 여왕 장제전은 핫셉슈트 여왕이 깎아지는 듯한 바위산을 뒤로 하고 세운 장례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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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테라스식의 신전

이 신전을 세운 핫셉슈트 여왕은 투트모세 1세의 딸이자 그 다음 왕인 투트모세 2세의 부인이다. 야심 많고 적극적인 핫셉슈트와는 달리 투트모세 2세는 소심하고 나약한 왕이었다. 그리고 남편이 죽은 뒤 그 뒤를 이어 후궁의 아들인 투트모세 3세가 겨우 11살의 나이에 즉위하게 된다. 야심 많은 핫셉슈트는 이 기회를 이용해 처음에는 어린 왕을 대신하여 섭정을 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스스로 파라오가 되었다. 그녀는 회화나 조각에서 남자의 복장을 하고, 수염을 단 남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한편 왕위를 빼앗긴 투트모세 3세는 20년 동안 온갖 설움을 겪고 핫셉슈트 여왕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투트모세 3세가 이집트 역사에서 손꼽히는 위대한 파라오로 꼽힌다는 것이다. 투트모세 3세는 후에 ‘이집트의 알렉산더’로 불릴 정도로 영토를 확장하고 이집트 왕국의 전성기를 연 위대한 파라오였다. (물론 알렉산더가 더 후대 사람이지만 워낙 유명하다보니 훗날 역사가들이 그렇게 붙였다고..) 그런 그가 20년에 걸쳐 계모인 핫셉슈트 여왕에게 조종되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무튼 투트모세 3세는 핫셉슈트 여왕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그녀가 만든 기념물들에 새겨진 핫셉슈트의 이름을 모조리 깎아버리게 했다. 그래서 이 핫셉슈트 신전에도 핫셉슈트의 이름과 얼굴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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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셉슈트 여왕 장제전



람세스 3세 장제전

람세스 3세의 용맹한 모습을 보여주는 람세스 3세의 장제전. 장제전에는 적을 무찌르는 모습들이나 들소 사냥을 하는 부조 등 용맹한 소재의 부조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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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22m, 폭이 63m나 되는 거대한 제1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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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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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주실



멤논 거상

투어의 마지막은 서안으로 건너가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되는 멤논 거상이었다. 이 좌상은 원래 신왕국 시대 절정기의 왕인 아멘호테프 3세의 장제전을 지키던 조각상이었으나 이후의 왕들이 석재로 사용하여 신전은 사라지고 거상만 남게 되었다.

2011/08/15 13:43 2011/08/15 13:43
Posted by 승호

중동여행을 하다보면 ‘중동의 사대천왕’이라는 우스운 말을 듣게 된다. 중동의 사대천왕이 뭐냐면 배낭여행객들에게 유명한 이집트 룩소르의 ‘만도’, 요르단 와디럼의 ‘지단’, 시리아 하마의 ‘압둘라’, 그리고 터기 페티예의 ‘헥토르’를 말한다. 그들은 한국인들을 상대로 각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상품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장사꾼들이다.

나도 그렇긴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것만 하는 특징이 있다. 음식점을 가더라도 맛집을 찾아보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가게로 가고, 물건을 사더라도 사람들이 추천하는 가게로 가고.. 이건 배낭여행객들에게도 해당된다. 배낭여행 카페 같은데 가보면 어느 도시에 가면 이것은 꼭 먹어봐야한다, 이건 꼭 해봐야한다는 글이 많다. 그 중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게 되면 그건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 돼버린다. 모든 사람들의 여행이 획일화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멀리 여행을 갈 기회가 흔치 않은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검증된 것을 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지금 룩소르 여행기를 쓰고 있으니 룩소르로 예를 들어본다. 룩소르에 가면 대부분 사람들이 서안투어를 하게 된다.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많은 여행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중에는 가격대비 훌륭한 상품도 있고,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가운데서 선택을 해야 할 때, 사람들은 먼저 여행했던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면서 한국배낭여행객들은 한쪽으로 몰리게 되고 나중에는 한 사람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돼버린다. 그런 사람이 바로 룩소르의 ‘만도’다. 배낭여행자라면 룩소르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면서 또는 버스에서 내리면서 만도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열차나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이 되면 미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말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능숙한 한국어실력을 갖고 있고 한국인이 어떤 성격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중동의 사대천왕을 통해 여행상품을 신청하게 되면 최소한 형편없는 프로그램에 터무니없는 바가지는 쓰지 않는다. 한국여행객들이 입소문에 민감하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투어가 형편없다는 소문이 나서 다른 사람에게 가는 일이 없도록 어느 정도 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보니 투어에서 따로 여행 온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외국까지 가서 한국인을 찾아야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투어에 같은 나라사람이 어느 정도 있으면 여러모로 좋기 때문에 분명히 장점이 된다. 추가로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도 있으니.. 분명 이들을 통해 여행을 하게 되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이런 여행의 단점은 모든 사람들의 여행이 획일화된다는 것이다. 그저 남들이 한 여행을 나도 똑같이 하고 오는 거니까. 사실 귀찮을 뿐이지 스스로 발품 팔아 알아보면 얼마든지 더 괜찮은 곳을 찾을 수 있다. 나 역시 와디럼 사막에 가기 전부터 지단에(모든 사막투어는 지단을 통한다는 말이 있다.) 대해 들어 알고 있었지만 도착해서 다른 사막투어를 찾아 흥정했고 결과적으로 더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러운 여행을 했다. 그러니까 확실한 자기 주관이 중요하다. 끌리면 가고 아니면 말면 된다.

모든 걸 떠나서 중동의 사대천왕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여행을 즐겁게 한다. 뭐 그런 말이 있나 웃기기도 하고 또 굳이 찾지 않아도 먼저 그들이 찾아오지만 그들을 볼 때 왠지 유명 인사를 보는 것 같으니까.

2011/08/14 14:50 2011/08/14 14:50
Posted by 승호

이집트하면 떠오르는 도시, 룩소르. 룩소르는 예전에 테베라고 불렸고, 중왕국, 신왕국, 그리고 말기 왕조 시대에도 수도로 번영했던 곳이다. 때문에 왕과 왕비의 무덤, 거대한 신전 등 다양한 유적지가 많다. 룩소르 관광은 크게 룩소르 신전과 카르나크 신전으로 대표되는 동안과 왕가의 골짜기, 합세슈트 여왕 장제전이 있는 서안으로 나눌 수 있다. 보통 동안은 이동할 일이 많지 않아 관광마차나 마이크로 버스를 통해 관광하고, 넓은 지역에 유적지가 띄엄띄엄 떨어져있는 서안은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돌아보기 위해 투어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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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소르는 아스완에서 200km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난 아스완에서 기차를 타고 룩소르로 오게 된다. 아스완에서 룩소르까지는 기차로 4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오후 늦게 출발한 난 저녁에 돼서야 룩소르역에 도착했다. 역시나 그 유명한 ‘만도’가(만도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역에 나와 있었다. 그를 통해 숙소 구하고 다음날 있을 서안 투어를 예약했다. 이렇게 룩소르에서의 여행이 시작된다.

2011/08/10 04:07 2011/08/10 04:07
Posted by 승호

이시스 섬은 아부 심벨 롱투어를 다녀오는 길에 들른다. 신화에 따르면 이 섬은 이시스 신이 호루스 신을 낳은 섬이라고 전해진다. 그래서 신전의 지성소에서 이 장면을 묘사한 부조가 있다.

신전이 나일강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가기 위해서 선착장에서 보트를 가지고 흥정해야 한다. 신전 선착장까지 왕복하고 1시간 섬 관광하는 동안 대기하는 것까지 해서 흥정을 하는데 혼자하게 된다면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보트를 타는 수가 있으니 가능하면 많은 사람을 모아서 흥정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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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을 떠나며..
바다 같이 푸른 나일강,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나일강의 매력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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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위에서 바라본 이시스 신전
이시스 섬은 보트로 10~15분정도 거리에 있다.
선착장에서도 보이지만 보트가 없이는 갈 수 없다.

이시스 신전은 투어 프로그램에 속해 있어서 오게 되었지만 경치도 아름답고 신전자체도 멋진 곳이었다. 멀리서 본다면 그리스, 로마 건축물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시스 신이 호루스 신을 낳은 신전이라는 게 매력적이었다. 이 무렵 이집트 신화에 대해 읽고 있어서 여느 신전과 달리 나에게 의미 있는 공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마치 제우스 신전이 모르는 사람에게는 거대한 돌기둥에 불과하지만 의미를 두는 사람에게는 하루 종일 바라만보고 있어도 지겹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집트 신화는 나중에 따로 글을 올릴 생각이다. 우선은 이집트 신화에는 태양신 라, 오시리스, 이시스, 매의 머리를 가진 호루스, 세트, 네프티스, 자칼의 머리를 가진 아누비스가 있고, 오시리스와 이시스는 부부이며 그 아들이 호루스, 세트는 오시리스의 동생으로 네프티스와 부부이며 네프티시와 남편의 형, 오시리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아누비스라는 것 정도만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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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스 신전의 모습
그리스, 로마 신전 같이 웅장하면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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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스를 안고 있는 이시스
신전 안 지성소에 있는 부조.

별 기대 없이 우연히 들르게 된 이시스 신전. 하지만 나일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연출하고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신전을 보는 듯한 웅장한 모습이 매력적인 곳이었다. 여기를 모르고 지나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스완을 들르게 되거든 잊지 말고 꼭 방문해보기를..

2011/08/08 02:53 2011/08/08 02:53
Posted by 승호

이집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유명한 건축물을 꼽으라한다면 하나는 피라미드이고, 다른 하나는 아부 심벨 신전이다. 아부 심벨 신전은 아스완에서 남쪽으로 280km, 수단과의 국경에 위치한 이집트 최남단에 있다.

일반적으로 아부 심벨 신전을 둘러보기 위해 아스완에서 아부 심벨 투어를 신청한다. 아부 심벨만 다녀오는 숏투어(short tour)와 아부 심벨을 포함해서 아스완 하이댐, 이시스 신전, 미완성 오벨리스크까지 둘러보고 오는 롱투어(long tour)가 있다. 가격차이도 많이 나지 않고 여러 곳을 둘러보고 싶은 욕심에 난 롱투어를 신청했다.

숏투어든 롱투어든 투어버스는 새벽 3시 반에 출발한다. 세시쯤 호텔 종업원이 방문을 두드리며 깨워주는데, 아침잠이 많은 난 그 소리를 듣고 다시 잠을 자다 하마터면 투어를 못 갈 뻔했다. 나와 같이 방을 쓰던 일본인 친구도 역시 게을러서.. 왜 이렇게 일찍 출발 하냐면 아부 심벨은 무척이나 덥기 때문에 그나마 선선한 시간에 신전을 둘러보고 오기 위해서다. 내가 갔을 때는 겨울이었는데도 돌아오는 길은 무척이나 더웠다. 30℃는 훨씬 넘게 느껴졌다. 신기루도 보이고.. 그러니 한 여름에는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40℃를 넘는 일은 자주 있고 때로는 50℃도 넘는다고 한다. 버스는 세 시간 정도 달려 아부 심벨에 도착한다. 그리고 신전에서 두 시간 정도 둘러볼 수 있는 자유 시간을 준다.

아부 심벨 신전의 원래 위치는 현재보다 60m나 아래에 있었다. 아스완 하이댐 건설 때 수몰위기에 처한 신전을 유네스코가 나서서 현재 위치로 옮기는 공사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다시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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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심벨 대신전
이 신전은 이집트 왕 중 가장 유명한 람세스 2세가 건설했다.
룩소르에 카르나크 신전이나 룩소르 신전을 건설한 사람도 람세스 2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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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 입구에 세워진 20m나 되는 람세스 2세의 거상을 보면 누구나 압도당하게 된다.
신전 안에는 열주실, 전실, 지성소가 있고 벽화와 각종 부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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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심벨 소신전
람세스 2세가 왕비 네페르트아리를 위해 건설한 암굴신전.
신전 정면에 람세스 2세와 네페르트아리의 입상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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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심벨 대신전과 소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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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거대함에 압도되는 아부 심벨 대신전
2011/08/06 15:43 2011/08/06 15:43
Posted by 승호

아스완의 수크는 아스완 역을 바라보면서 오른쪽 큰길을 따라 200m정도 들어가면 나온다. 저렴한 숙소와 레스토랑이 있어 배낭여행자라고하면 당연히 찾아가게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각종 기념품가게, 생필품 가게, 시장 먹을거리 등이 있어 눈과 입이 즐겁기 때문에 아스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모두 여기를 찾는다. 카이로의 한 하릴리가 한국의 동대문 시장 같은 분위기라면 이스완의 수크는 정선 5일장 같다. 좀 더 순박하고 덜 꾸며진 느낌이랄까? 세계의 모든 시장이 그렇듯 이곳 역시 활기차고 흥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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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완 수크의 모습
이런 시장이 300m정도 이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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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시장은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다.
활기차고 역동적이고 사람 사는 것 같은..
하지만 시장마다 볼거리, 먹을거리가 달라
어딜 가도 질리는 일이 없다.
2011/08/05 12:55 2011/08/05 12:55
Posted by 승호

아스완에 가면 잊지 말고 꼭 해봐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여유롭게 유유히 흐르는 펠루카에서 아름다운 나일강의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다. 만약 아스완에서 한 가지만 할 수 있다면? 당연히 펠루카를 타야 한다. 만약 두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래도 펠루카를 타야 한다. 이것은 마치 베네치아의 곤돌라, 바라나시의 보트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절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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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같은 나일강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펠루카
2011/07/31 23:31 2011/07/31 23:31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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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에서 이집트 최남단에 위치한 아스완으로 가기 위해서 비행기나 기차를 이용한다. 돈 없는 배낭여행자들에게는 비행기는 사치요, 그러니 밤기차를 타고 16~17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가는 길은 쉽지 않지만 아스완은 정말이지 매력적인 도시다. 작은 시골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소박함, 복잡한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물건들, 그리고 유유히 떠다니는 펠루카 위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나일강. 나에겐 아스완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스완에 오면 카이로에서 흔히 보던 아랍인들 외에 또 다른 인종을 볼 수 있다. 누비아인이라고 불리는 흑인들인데 오래전 이 일대를 지배하고 있었다고 한다. 검은 피부에 눈과 코가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귀엽게 생겼다. 특히나 아이들은 너무 귀엽다. 나일강변을 따라 가면 펠루카를 타라고 호객행위하는 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호객행위가 귀찮긴 해도 능글능글하고 붙임성이 있어 싫지만은 않다.

나일강 서편에 이들이 모여 살고 있는 누비아 마을이 있다. 보통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사람들 사는 마을이 있고, 서쪽에는 무덤이 있는데 흥미롭게도 누비아인들은 강의 서쪽에 마을을 형성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일강을 건너는 민간용 보트도 타볼 겸해서 누비아 마을을 구경하기로 한다. 아스완 기차역 앞으로 난 큰길을 따라 나일강에 도달하면 민간인 보트 타는 곳이 나온다. 강을 건너면 몇 명의 누비아인들이 소형 합승 트럭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원래는 마을 사람들의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같은데, 관광객이 보면 트럭은 관광용 트럭으로 변신한다. 관광이라고 해봤자 트럭의 짐칸에 앉아서 마을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운전하는 누비아 할아버지의 능글능글함 때문에 여러 번 웃었다.

트럭을 타고 마을을 크게 한 바퀴 돌면서 마을이 예쁘게 보이는 곳에서 정차하면서 잠시 사진 찍을 시간을 줬다. 사막 한가운데 하늘색으로 칠한 집들이 나일강과 잘 어우러져 예쁜 풍경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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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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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으로 칠한 집들
나일강과 잘 어울린다.

마을로 들어가면 집들의 벽에 하지 그림이나 누비아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마을에는 레스토랑도 있고 헤나를 해주는 곳도 있다고.. 낮선 우리를 보고 따라오는 개구쟁이 꼬마아이들. 여유를 갖고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다녔으면 아이들과 놀면서 흥미로운 경험을 했을 것 같다. 일정이 짧아 그러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움에 남는다.

2011/07/30 17:15 2011/07/30 17:15
Posted by 승호

이집트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대표적인 건축물은 단연 피라미드다. 나도 이번 여행지로 이집트를 선택한 이유도 그저 피라미드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3대 피라미드는 카이로에서 서쪽으로 13km 떨어진 기자에 있다. 카이로에서는 타흐리르 광장 서쪽에서 버스를 타고 가든지, 사람을 여럿 모아 택시를 하루 대절해서 기자뿐만 아니라 사카라, 다슈르 피라미드까지 둘러보고 오기도 한다.

나는 사람을 모으지 못해 택시를 대절하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기자로 향했다. 버스는 피라미드와 가깝게 서는 버스와 반대편 스핑크스 쪽으로 서는 버스가 있는데 내가 타고 간 버스는 스핑크스 쪽에서 정차했다.

표를 사고 낙타 호객꾼들을 물리치고 스핑크스 앞으로 향했다. 아쉽게도 뿌연 먼지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아 아쉬웠지만 눈앞에 펼쳐진 장관 앞에서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약 4500년 정도 이전에 만든 이 140m가 넘는 거대한 건축물을 보면 내가 한없이 작아 보인다. 그저 감탄사만 연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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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와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는 이집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라미드로 불린다.

기자 피라미드 군은 상당히 넓다. 스핑크스를 지나 먼저 가장 거대한 쿠푸 왕의 피라미드, 그 옆에 가장 아름다운 피라미드로 불리는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멘카우라 왕의 피라미드까지 걸어가는데도 벌써 2km 정도는 걸은 것 같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반사막지대여서 더웠기 때문에 걷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문득 여름에 방문하는 사람은 어떻게 다닐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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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푸 왕의 피라미드
돌 하나의 높이가 1m도 넘어보였다.
사람이 앉아있었으면 비교가 됐을 텐데.. 아쉽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어떤 곳에서는
피라미드의 돌을 정으로 깨서 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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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에 화강암이 덮여 있는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와 뒤에 보이는 쿠푸 왕의 피라미드
영화 트랜스포머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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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카우라 왕, 카프라 왕, 쿠푸 왕의 피라미드가 차례로..
거대한 피라미드 주위에 작은 피라미드는 왕비의 피라미드다.

각 피라미드는 내부로도 들어갈 수 있다. 쿠푸왕은 인원 제한이 있어서 개관하자마자 곧 표가 동난다고 한다. 들어가 볼까도 했지만 벌써 체력이 바닥났고 들어가 봤자 어두컴컴한 동굴이라 별로였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밖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대신 낙타를 타면서 피라미드를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 가격흥정에 들어갔다. 인터넷이나 가이드북에 낙타나 말, 당나귀 등의 흥정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고 쓰여 있다. 가격을 흥정해도 나중에는 바가지를 씌우는 일은 흔하고, 여자인 경우 심지어 낙타에서 내려주지 않으면서 돈을 달라고 협박한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좀 걱정이 됐지만 여기까지 와서 낙타를 타고 피라미드를 보지 않으면 너무나도 아쉬울 것 같았다. 게다가 우리는 남자만 세 명이었고, 혹시나 낙타에서 내려주지 않으면 뛰어 내릴 작정이었다. 결국 우리는 낙타를 타게 되었고 기자 피라미드 군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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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카우라 왕의 피라미드 옆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낙타몰이꾼들
우린 여기서 흥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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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를 타고 가면서 한 컷.
인도에서 엉덩이가 까지도록 낙타를 탔지만 역시 재미있다.
터덜터덜 움직이는 낙타 위에서 바라보는 피라미드,
이번 여행 최고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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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카우라 왕의 피라미드 보다 한참 더 서쪽에 있는 파노라마 포인트에서..
기자 피라미드 군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장소라고 한다.
2011/07/29 01:11 2011/07/29 01:11
Posted by 승호

이집트 여행을 계획할 때는 몰랐지만 카이로는 밸리 댄스와 수피 댄스가 유명하다고 한다. 낮에는 시내를 돌아다니다 저녁에 이런 공연을 보면서 여유를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공연장을 알아보게 되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나일강 주변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이 가장 찾기 쉬운 공연장이다. 그래서 몇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분위기도 우아하고 이집트답지 않게 고급스럽긴 하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여행 시작부터 지르는 건 아니다 싶어서 패스~ 쉐라톤이나 하얏트 호텔에서도 공연을 했지만 여기도 가격이 문제였다. 시내에 나이트클럽에서도 구경할 수 있다고 하나 위치도 잘 모르고 심야시간에 시작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공연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공연을 못 보겠거니 생각했다. 적어도 카이로를 떠나기 전날까지는.. 떠나기 전날 아침이었다. 한 여행객을 우연히 만나서 얘기하던 중 한 하릴리에서 수피 댄스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다만 공연을 매일 하지는 않는데 언제 하는지 모르고, 장소도 시장의 육교 근처였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 허탕을 쳐도 잃을 게 없었던 난 저녁에 무작정 한 하릴리를 가게 된다. 현지인들은 공연장을 알거라 생각해서 육교 근처의 상점에 들어가서 물어봤다. 운이 좋게 한 번에 시장 골목에 있는 공연장을 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줄서있는 사람들로 봐서 오늘이 공연하는 날이라는 것도 직감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어떤 것을 하기위해 열심히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고, 이렇게 뜻하지 않은 곳으로부터 도움을 얻어 일이 진행되기도 한다. 난 이것이 나의 운명이라 믿는다. 수피 댄스도 이번 여행에서 볼 운명이었던 것이다.

혹시나 나중에 이곳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을 위해 한 하릴리에 있는 이 공연장의 정보를 적어본다. 공연장의 이름은 Wekalet El-Ghouri Arts Center로 매주 월, 수, 토요일에 공연이 있다. 6시 30분부터 공연장 앞에서 무료티켓을 좌석 수만큼 배부한다. 선착순이니 어느 정도 일찍 가서 기다려야한다. 그리고 공연은 8시 30분부터 시작한다.

공연장은 기대이상으로 상당히 훌륭했다. 공연은 우리나라 풍물패와 비슷하게 각종 전통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같이 연주를 하고 나중에는 혼자 나와 개인의 기량을 뽐낸다. 특히나 손에 징 같은 것을 달고 연주하는 익살스러운 표정의 할아버지 공연이 인상적이었다. 이 공연은 수피 댄스 본 공연 전에 관객들에게 흥미를 더하기 위한 공연이었지만 나에게는 이것이 본 공연보다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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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되고..

본 공연인 수피 댄스는 기대를 많이 했지만 정작 보니 무척이나 지루했다. 수피 댄스는 알록달록 화려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음악에 맞춰 끝없이 같은 자리를 도는 춤이다. 가끔 입고 있던 치마처럼 생긴 둥근 천을 벗어 같이 돌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자리에서 계속 돌기만 한다. 처음에는 어지러울 텐데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돌 수 있을까 신기하지만 나중에는 지루해서 언제 끝나나 기다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수피 댄스를 감상할 줄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떤 춤인지 한 번 본 것으로 나에게는 충분했다. 수피 댄스가 이집트 전통 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랍문화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춤이다. 옆에서 같이 본 친구는 두바이에서도 같은 공연을 봤다고 한다. 그러니 시작하면서부터 지겨워할 수밖에.. 나중에 수피 댄스를 볼 기회가 있으면 한 번은 경험 삼아 보기를 추천하지만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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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수피 댄스.
입고 있던 화려한 천을 벗어 돌리는 모습.
이 사진에 현혹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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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한 40여분을 같은 자리에서 계속 돌았다.
춤을 추는 사람도 지치고, 나도 지쳤다.


 

2011/07/28 20:24 2011/07/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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