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심을 갖고 300D를 구입한지도 벌써 10달이 되어간다. 소니 똑딱이 FX-77을 사용하던 난 소방서에 있는 D100의 심도조절에 감탄을 하고 DSLR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LCD창을 보며 사진 찍는 방법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불편하긴 했지만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이 신기했고, 모든 것이 선명하게 나오는 똑딱이 와는 달리 의도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그리하여 작년 추석 300D를 구입하게 되었다.

사실 소방서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몸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틈틈이 시간 나는 데로 사진을 찍은 것이 벌써 4000컷이 넘어간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몇 만 컷, 십만 컷이 넘는 사람도 많으니 4000컷이라고 해봐야 겨우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또한 그 4000컷에는 의미 없는 사진도 많으니 제대로 찍은 사진은 그보다도 훨씬 못 미칠 것이다. 아직 사진에 대해 기본도 모르는 것이 어느덧 디지털에 실증을 느끼고 필름을 써보고 싶어 졌다. 네가티브, 슬라이드, 흑백필름 등 다양한 필름을 써보고 싶었고, 풍부한 계조, 필름의 감성적인 면을 느끼고 싶었다.

어떤 필름카메라를 살까 고민을 하던 중 사진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사진학 교수도 추천한다는 니콘의 FM2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RF카메라인 MINOLTA Hi-Matic 7sII를 보게 되었고, 카메라를 보는 순간 ‘이 카메라다’라는 느낌이 왔다. RF카메라라는 것, 크기가 아담하다는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DSLR이 있기 때문에 같은 방식의 SLR카메라 보다는 RF카메라에 호기심이 생겼고, SLR의 거대한 부피와 무게 대신 작고 귀여운 크기가 마음에 들었다.

7sII의 모습이다. 요즘 디카가 워낙 작아서 그것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300D에 24-70L을 마운트하고 다닐 때를 생각하면 7sII는 앙증맞다.

스트로보까지 마운트 한 모습이다. 필름 한 롤을 사용해본 결과 실내나 야간에는 카메라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아 스트로보를 장만했다. 스트로보 역시 귀엽다.

홍보실에 있던 유통기한이 지난 코닥 골드를 연습 삼아 찍어봤다. 빨리 인화하고 싶어서 셔터를 마구마구 눌렸다. 필름 레버를 감을 때의 느낌과 셀프타이머의 태엽감기는 소리는 정말 예술적이다. 실내에서 찍다 보니 사진 대부분이 F1.7에 1/8초이다.

우리 소방서 대기실의 모습이다. 우린 이러고 산다. 내가 바라던 필름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필름 사진에 만족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300D를 쓸 때는 칼 같이 날카로운 선예도를 위해, 노란기가 도는 렌즈는 저가형 렌즈라 그렇다며 스스로 주문을 걸며 L렌즈를 샀는데, 필름 사진을 보면서는 샤프하지 않은 선예도는 자연스러워서 좋고, 약간 노란 색감은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좋아하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찍어보는 사진. 나의 모습이다. 아직 뷰파인더의 감을 못 잡겠다. 분명히 거울 전체를 프레임에 담았는데 잘려 버렸다.

이 사진은 내가 필름 카메라를 사고 싶었던 결정적인 이유를 보여준다. 바로 풍부한 계조 때문이다. 300D로 역광 사진을 찍을 때면 보통 암부는 다 죽어버린다. 암부를 살리려고 하면 하이라이트가 날아간다. 하지만 필름은 두 가지 모두가 살아있다.

재미있는 사진 한 장. 비록 소방서에서 생활은 하지만 엄연히 군복무를 하기 위해 왔기 때문에 군기가 있다. 음식 앞에서의 말년 병장과 이등병의 모습이다. 연출된 사진이 아니다.

나의 새로운 필름카메라 MINOLTA Hi-Matic 7sII. 겨우 필름 한 롤을 사용해보고 카메라를 평가하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보는 순간 느낌이 왔던 카메라다. 오래된 카메라기 때문에 요즘 카메라와 비교하면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볍게 일상생활을 담기엔 부족함이 없다. 사진도 생각보다 훨씬 잘 나온다. 작고 가볍고 셔터 소리 또한 작아서 찍히는 사람이 카메라를 별로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다. 엄청난 부피를 자랑하는 DSLR을 들이대면 굳어버리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아직 초점 맞추는 것도, 프레임을 잡는 것도 부족해서 괜찮은 사진을 찍지는 못하지만 사진을 찍는 동안에는 늘 함께할 카메라가 될 것 같다.

2006/06/17 23:41 2006/06/17 23:41
Posted by 승호

BLOG main image
by 승호

공지사항

카테고리

전체 (524)
끄적끄적 (111)
훈민정음 (43)
찰칵 (111)
여행기 (131)
맛집 (13)
감상 (13)
웃어요 (29)
이것저것 (14)
SFU (43)
WHO (16)

최근에 달린 댓글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18/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844175
Today : 332 Yesterday : 510